최근 출시돼 인기를 모으고 있는 매트록스사 「G400」 그래픽카드의 벌크 제품이 정품으로 둔갑돼 판매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주요 PC통신사에 있는 하드웨어 관련 동호회 게시판에 일제히 매트록스 G400 그래픽카드에 대한 고발성 게시물이 올라오면서부터다.
G400 제품을 구매한 사용자들을 중심으로 한 이들 사용자의 주장은 국내 독점 수입원인 퍼스트시스템즈사가 소비자 판매용이 아닌 벌크용 제품을 중국으로부터 들여와 정품으로 둔갑시켜 판매했다는 것.
이들은 그 증거로 카드에 「Made in China」라고 적혀 있고, 제품의 성격을 결정하는 시리얼 번호도 미국 등지에서 판매하는 소비자 판매용 제품과 다른 벌크용 제품이라는 것을 들고 있다.
또한 미국이나 캐나다에서 판매되는 소비자 판매용 제품은 모니터 한대를 지원하는 싱글헤드 제품이 없는데 비해 국내에서 판매하고 있는 제품에는 싱글헤드 제품이 있다는 것도 벌크 제품이 정품으로 둔갑됐다는 분명한 증거라는 것이다.
이러한 의문이 알려지면서 퍼스트시스템즈사의 홈페이지에 있는 게시판에는 사용자들의 항의성 글이 하루 100건 이상 올라오고 이 회사에 대한 항의 방문과 소비자보호원에 고발까지 접수하는 등 사용자들의 집단행동으로까지 이어졌다. 이에 대해 퍼스트시스템즈측은 「벌크 제품」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 회사의 김용호 사장은 『퍼스트시스템즈는 매트록스사가 올해 초 직접 투자한 중국공장에서 생산된 벌크 제품을 수입, 패키징 작업을 다시해 판매하고 있다』고 일단 벌크 제품의 수입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김 사장은 『하지만 여기서의 벌크는 국내에서 한글 패키징 작업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수십개 단위로 카드를 포장해 들여온다는 의미이지, 소비자들의 주장처럼 OEM생산을 위해 대량 생산된 제품을 수입해 품질을 보증할 수 없다는 의미의 벌크 제품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일단 벌크 형태로 수입하는 것은 맞지만 이것은 매트록스사에서 국내 패키징을 위해 정식으로 인정한 절차에 의해 공급하는 것이고, 자체 패키징을 통해 3년간의 AS기간을 보증하는 보증서와 매뉴얼, 한글 드라이버CD 등을 제공하기 때문에 분명한 소비자 판매용 정품이라는 것이다.
또한 일반적으로 주변기기로 수입되는 제품들은 대개 한글화의 문제가 있어 현지에서 패키징되는 일은 극히 드물고 이처럼 벌크 형태로 수입돼 판매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퍼스트시스템즈로서는 문제될 것이 전혀 없다는 주장이다.
이 때문에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무지해서 이같은 주장이 제기된 것보다는 경쟁회사가 매트록스 제품에 대해 위협을 느낀 나머지 음해를 한 것』이라고 단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같은 회사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항의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특히 한 사용자는 퍼스트시스템즈가 광고와 패키지 상자에 AGP 2배속과 4배속을 모두 지원한다고 했지만 드라이버를 통해 살펴보면 분명 2배속만 지원되는 제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고, 또한 박스 뒷면에 싱글헤드를 듀얼헤드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고 표기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업그레이드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허위광고 혹은 과장광고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특히 일부 소비자들은 퍼스트시스템즈사의 게시판 등을 통해 환불조치나 불매운동으로까지 확산하자는 주장을 계속 펼치고 있어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매트록스사의 G400은 이미 전세계적으로 부두3나 리바 TNT2 등 최고급 그래픽 제품과 비교했을 때 가장 성능이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국내 마니아들이 구매를 서둘렀던 제품이어서 앞으로 이미 구매를 했던 사용자들의 항의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구정회기자 jhk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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