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정부 공공기관 및 조달업체들의 실무담당자나 기관장들은 종이문서·도장·대면접촉 문화에 익숙합니다. 이런 실정에서 전통적인 업무처리 관행의 변화를 요구하는 조달 EDI는 현재로선 요란한 구호에 불과할 뿐입니다.』
모 정부부처 조달업무 관계자는 조달 주체들의 구태적인 마인드와 업무관행이 정부 조달EDI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조달EDI 보급사업이 지지부진한 이유를 막연히 의식구조 탓으로만 돌릴 수 없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현재의 총체적인 난국을 빚어낸 구체적인 문제점들은 무엇인지 진단해 본다.
◇정보인프라 및 지원실태의 한계=우선 상당수 정부 공공기관과 조달업체들의 정보인프라는 한심한 수준이다. 중앙 행정부처나 광역 지방자치단체, 대기업 등을 제외하고는 네트워크 환경이 대부분 전화선(모뎀)에 의존하는 다이얼업 방식. 이에 따라 지방 군청 등에서 전자문서 한 건을 전송하기 위해서는 일과시간 후에나 EDI서비스에 접속해야 하는 현실이 돼 버렸다. 상당수 조달업체들도 사정은 마찬가지. 『조달청의 권고로 EDI서비스를 이용하고는 있지만 문서 한 건 전송받는 데 걸리는 시간이 평균 6시간이나 걸리고 그나마 폭주할 때는 문서가 누락되는 경우도 많아 결국 기존 업무방식을 병행하는 이중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한전의 EDI서비스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서울경인레미콘협동조합 주상욱 계장의 설명이다. 업무개선을 위한 정보화가 오히려 불편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조달 수요기관에 대한 교육·홍보가 부실한 문제점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부터 조달 전자거래를 이용해왔던 남양주시청 회계과 서모씨는 『내부 네트워크를 근거리통신망(LAN)으로 정비한 뒤 EDI서비스 환경은 크게 개선됐다』면서도 『하지만 기계적으로 단일 문서에 대한 입·출력 작업만을 반복할 뿐 지금껏 전반적인 사용법 등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VAN업계의 채산성 불투명=한국전력·삼성SDS·한국무역정보통신(KTNET)·LGEDS시스템·한국물류정보통신(KLNET) 등 5개 VAN업체들의 채산성 확보가 힘든 점도 조달EDI 확산의 장애요인이다. 이는 근본적으로는 조달EDI 시장의 절대규모가 왜소하기 때문이다. 오는 2001년 전체 조달업체들을 대상으로 EDI서비스가 유료화되더라도 시장규모는 5억원에 불과해 사정은 마찬가지.
한 VAN사 영업담당 이사는 『지금까지의 투자비용과 앞으로의 추가투자분을 감안하면 상용화되더라도 매년 10억원 이상의 적자를 VAN업체들이 분담해야 한다』면서 『이같은 상황에서 VAN사들이 추가 시스템 개발이나 조달업체 대상의 영업에 소극적인 것은 당연하다』고 고백한다.
실제로 그동안 한전과 삼성SDS를 제외하면 나머지 VAN사들의 실적은 거의 전무했다. 결국 조달EDI 확산을 위한 영업전선이 부실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자율적인 시장원리에 의해 조달EDI 시장을 개방한 상황에서 민간VAN사를 무턱대고 지원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유인책 부재=조달EDI사업의 주체인 조달청 관계자는 『현재로선 정부 수요기관이나 조달업체들을 전자거래 환경으로 유도할 만한 방법이 없다』고 솔직히 고백한다. 법적인 강제규정이 있는 것도 아니고 예산지원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법·제도를 관할하는 재정경제부를 비롯, 어떤 정책당국도 먼저 책임지려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어 상황개선의 여지를 더욱 좁히고 있다.
조달EDI 사업을 「사이버코리아21」의 중점과제로 추진중인 정통부도 당초 계획으로는 정보화근로사업을 통해 지난 6월부터 올해말까지 3000개 수요기관의 EDI시스템 도입을 지원하기로 했으나 두달 가까이 지난 최근들어서야 장관 재가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정부 조달물량 가운데 20%선에 불과한 조달청 발주 외에 각급 수요기관들의 자체적인 조달물량을 어떻게 전자거래 환경으로 이끌어갈지도 과제. 각급 부처들의 자발적인 의지와 협조가 불가피하지만 아직 뚜렷한 진척은 없는 상황이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IT 많이 본 뉴스
-
1
구형 갤럭시도 삼성 '개인비서' 쓴다…내달부터 원UI 7 정식 배포
-
2
갤럭시에서도 애플TV 본다…안드로이드 전용 앱 배포
-
3
단독민주당 '과학기술정보통신AI부' 설립·부총리급 격상 추진
-
4
[체험기] 발열·성능 다 잡은 '40만원대' 게이밍폰 샤오미 포코X7프로
-
5
애플, 작년 4분기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40% 육박
-
6
TV 뺀 방송채널사용사업, 등록-〉신고제로
-
7
삼성 갤럭시 점유율 하락…보급형 AI·슬림폰으로 반등 모색
-
8
EBS 사장에 8명 지원…방통위, 국민 의견 수렴
-
9
이통3사, 갤럭시S25 공시지원금 최대 50만원 상향
-
10
추억의 IP 화려한 부활... 마비노기·RF 온라인 20년만의 귀환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