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다시 뛰는 자동차 산업 (13);에필로그

 60, 70년대 맨손으로 출발해 그동안 국내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자동차산업은 최근 1∼2년새 안팎으로 커다란 어려움에 직면하면서 급속한 회복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97년 기아자동차 부도와 국제통화기금(IMF)사태에 이은 일련의 구조조정 작업으로 6개사 체제가 현대와 대우의 2개사 체제로 재편됐고 이 영향은 부품업계에도 직·간접적으로 파급, 산업의 새로운 틀이 가시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지난 2년새 97년까지 생산규모 260만대 세계 5위였던 국내 자동차산업은 생산규모 8위 세계시장 점유율도 2%에 불과한 수준으로 추락했다. 그럼에도 자동차산업은 분명 한국의 국가경제를 살찌우는 기간산업일 수밖에 없다.

 자동차산업을 일으킨 지 불과 30년만에 수출국의 반열에 올랐고 자동차 본고장 미국에서 여전히 호평받고 있으며 국민총생산의 10% 이상을 점유하며 제조업 고용의 8.2%, 기계공업의 23%, 전체 수출의 8%, 기계공업 수출품의 27.5%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자동차산업의 회복여부는 최근 진행된 자동차산업 구조조정 작업을 비롯, 국내업체가 변화된 환경에 얼마만큼 신속하게 대응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결국 가격보다는 품질과 기술로 승부하는 시대가 도래할 수밖에 없으리란 전망이다.

 이는 미국 크라이슬러가 독일 다임러벤츠를, 포드가 볼보를 인수하고, 프랑스 르노가 일본 닛산과 제휴하는 등 세계적으로 자동차산업의 도약을 위한 구조조정 양상을 보인 데서도 잘 읽을 수 있다.

 이런 맥락으로 볼 때 국내 자동차업계 구조재편은 때늦은 감이 있다. 국내 자동차산업의 어려움이 일시적인 불황 때문이기보다는 구조적인 문제에 의한 경쟁력약화 때문이고 보면 문제의 심각성은 적지 않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최근 국내 자동차산업은 내수·수출 양면에서 활기를 띠면서 소생기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분위기를 이어 자동차산업을 국가 핵심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플랫폼 공용화, 부품 모듈화, 전산망 아웃소싱과 통합화 등을 통해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제고에 나서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를 위해 민관 공동의 부품산업 육성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는 분석도 같은 차원의 이야기다.

 세계 자동차전문가들은 21세기 자동차산업에 대해 환경·전자·정보통신 분야의 기술력확보 여부에 좌우될 것이라고 단언하고 이와 관련된 별도 사업부 설치와 함께 전문 전장부품업체 육성 등에 나서고 있다. 이는 첨단 교통정보 인프라격인 지능형교통시스템(ITS)과 맞물리면서 자동차산업의 인공지능화·첨단화를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반영하듯 하이브리드자동차·전기자동차·현가장치·전자제어시스템·ABS기술은 물론 첨단 엔진·변속 제어기술, 음성 안내, 내비게이션 분야의 첨단 전장·제어기술 개발성과가 속속 발표되면서 지능형 자동차 주도의 산업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이런 면에서 외국 자동차 업계는 국내업체에 좋은 벤치마킹 대상이다. 이들의 영업과 자동차 기술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세계 추세를 따라갈 수 있는 슬기가 필요하다.

 단순한 조직슬림화와 공장자동화 못지않게 첨단 기술력을 확보하는 데 적극 나설 때 국내 자동차업체도 세계적 메이커로 도약할 수 있는 가능성과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 IMF위기가 실패가 아닌 또 한 번의 기회가 될 지의 여부는 이제 전적으로 우리에게 달려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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