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는 일정기간이 지나면 폐기된다. 폐기의 조건은 제품의 재질적 수명을 뜻하는 내구연한과는 달리 더 나은 제품의 출시로 인한 기능적 수명을 뜻하는 생명주기(Lifecycle)에 의해 좌우된다.
PC의 생명주기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인텔의 마이크로프로세서(CPU)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운용체계(OS). 두 회사의 CPU와 OS 시장 점유율은 이미 90%에 육박한 상태. 그런 점에서 PC의 역사는 CPU와 OS의 역사이며 인텔과 MS의 역사이기도 하다.
두 회사의 이같은 절대적 우월성을 뜻하는 조어가 바로 윈텔(WINTEL). 절대 독점자로서 윈텔의 부상은 9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81년 PC탄생 이후 윈텔의 PC산업 발전 공헌도는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90년대 들어 윈텔은 그동안 보여줬던 기술개발을 통한 시장우위 확보보다는 마케팅을 통한 수익극대화에 주력하기 시작했다. 시장 상황도 세계적으로 신규 수요보다는 대체수요가 시장성장을 이끄는 시점이 됐다. 결국 생명주기 단축 전략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인텔의 경우 80286에서 80386으로, 다시 80486으로 세대교체를 단행하는 과정에서 4배 정도의 성능향상을 보였지만 펜티엄 출시 이후 MMX, 펜티엄Ⅱ로 이어지면서 성능차이는 50∼60%에 불과했다. 국내 윈텔 전문가인 LG경제연구원의 서장원 부연구위원은 『펜티엄 이후 코어기술은 같다. 실질적인 성능향상은 미미한 수준에 그치면서 CPU를 보좌하는 칩세트나 소켓기술의 독점지위를 이용해 새로운 수요만 유발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 부연구위원은 또 『인텔은 지난 97년 펜티엄Ⅱ를 발표하면서 CPU패키징 방식으로 기존 소켓7 대신 슬롯1이라는 새규격을 채택, PC업체들로 하여금 주기판의 전면적 재설계를 불가피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MS 역시 『하드웨어구동프로그램(Driver)을 이용해 주변기기 업체를 자신의 통제하에 두는 등 윈텔 독점의 폐해는 여러가지로 나타난다』고 덧붙였다.
윈텔의 이런 전략은 치열한 시장경쟁 구도에서 경쟁자가 쫓아오기 전에 신제품을 발빠르게 내놓음으로써 시장지배를 이어가려는 선점 업체들에 의해 애용되는 전략이다.
그러나 생명주기 단축전략은 자원의 낭비와 환경문제를 포함한 사회적 비용 발생이라는 문제로 확대된다. 정보기술 산업의 한복판에 있는 PC산업도 이러한 점에서 사회적 책임요구의 논쟁에 직면하고 있다.
한편 일본 히토츠바시대학 혁신연구소장 노나카 이쿠지로 교수는 윈텔과 같은 전략에 대해 『생산과 소비의 분리라는 공업화 사회 모델이 만들어 낸 인위적 왜곡』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21세기 지식사회에서의 「지식(Knowledge)」은 인간과 자연의 균형을 지향한다는 의미의 「녹색(Green)」과 동의어라고 해석,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현대경영학의 대가이자, 지식창조이론의 원조.
녹색지식론의 골자는 기업이 시장에서 성장하는 경제적인 사이클과 그것을 다른 한편에서 억제하는 사회적·자원적 사이클의 균형을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것.
노나카 교수는 탈 공업사회에서 환경문제에의 도전은 이미 기업의 경쟁력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한다. 결과적으로 「환경문제」에 단순히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녹색」 성장을 위한 지식이 사업, 마케팅에 요구된다는 것이다.
<김상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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