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라는 유명한 TV광고 카피가 유행했던 것은 지금으로부터 십 수년 전의 일. 그 카피가 위력을 발휘했는지는 몰라도 일반가정에는 지금도 구입한 지 10년이 넘는 TV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단종된 지 10년이 넘은 자동차들이 적지않게 도로를 질주하고 있음도 물론이다. 그러나 10년 전의 PC를 지금도 사용하고 있는 예는 거의 없는 것 같다.
10년 전에 구입한 PC라면 그 사양은 뻔하다. 10년 전 그러니까 80년대 말 국내시장은 8비트 애플·MSX급과 16비트 XT급이 전체시장의 90%가량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나마 20MB 용량이 고작이던 하드디스크조차 고가의 286AT 일부기종과 극소수의 386급에만 채택돼 있었고 모니터는 대부분이 흑백이었다. 참고로 95년에 발표된 윈도95 운용체계는 프로그램 설치에만 50MB 이상의 공간이 요구되며 586급에 해당하는 펜티엄PC라야만이 원활한 실행속도를 기대할 수 있다.
10년 전에 나온 TV와 자동차, 그리고 PC의 차이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요즘들어 PC의 생명주기는 6개월로 단축되는 추세다. 10년 전 가정용 일반전화기가 6개월마다 신제품이 쏟아진다고 해서 낭비가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 전화기 역시 지금도 사용할 수 있다. PC는 현재 100만원 이상 고가 물품 가운데서 중고유통률 또는 부품의 재활용률이 가장 낮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폐기되거나 방치될 PC가 올해만 91만여대. 하지만 이 가운데 수거돼 분해되거나 최소한 한곳에 쌓아둬 일단 보관할 수 있는 양은 27만여대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어떻게 처리될지 또 언제 방출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환경은 물론이거니와 자원관리 차원에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선진국들은 최근들어 환경차원에서 폐PC 문제에 직접 개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 내용을 보면 적어도 5년 후 PC메이커들의 기업경쟁력 서열을 좌우할만한 것들도 대거 눈에 띈다. 하지만 국내 PC메이커들은 여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하루가 바쁘게 신기종을 쏟아놓고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서현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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