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회사를 그만두고 모험을 할 결심을 한 것은 어떤 특별한 아이디어가 있거나 자본이 충분해서는 아니었다. 독창적인 개발을 하고, 그것을 상업화해야겠다는 야망은 항상 있었지만, 그 시기는 나 역시 알 수 없었다. 그러한 용기를 가지게 된 것은 미국과 일본에서 발행되는 잡지를 통해 벤처기업 이야기를 읽으면서였다. 당시 미국과 일본에서는 무수한 벤처기업이 탄생되고 있었다. 잡지에 언급된 것은 거의 모두 성공한 사례들이기는 했지만, 더러는 실패한 회사도 언급했다. 그리고 성공한 회사 가운데 실패했던 과정도 빠뜨리지 않고 언급되어 있었다. 그러한 글을 읽으면 왠지 내 피가 끓어오르는 이상한 흥분이 되곤 하였다. 마치 승리하는 운동선수를 보면서 함께 열광하는 기분을 느꼈던 것이다. 미국과 일본에서 성공한 벤처기업의 사례는 어느 한편 환상적인 점도 없지 않아 있었다. 내가 접할 수 있는 기록매체에는 그 과정이 얼마나 어렵고 고통스러웠는가는 그렇게 부각되지 않았고, 다만 엄청난 성공만을 다루었기 때문에 나는 흠모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다니는 동양컴퓨터 기술산업사에서 워드프로세서를 개발하자는 나의 아이디어를 묵살하고, 오히려 기술자들을 판매 일선으로 내몬 것이 나의 모험을 재촉했던 것이 사실이다. 물론, 평소에도 무엇인가 개인적인 일을 해야 되겠다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던 것이 그러한 결심을 용이하게 했을 것이다. 그러나 막상 회사를 그만두고 실제 창업 준비에 들어가자 막막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나는 그 자리에서 사표를 쓰고 과장에게 건네주었다. 보통 회사에 다니면서 상사나 사장으로부터 핀잔을 들으면 「이놈의 회사 집어치워야지」라는 말을 자주 한다. 더구나 사표를 쓰겠다고 하면 옆에 있는 동료 직원이 만류하는 것이고, 그만두고 싶은데 동료의 만류로 사표 쓰는 것을 포기한다는 식이 샐러리맨의 설움이다. 그렇게 해서 샐러리맨은 사표 쓰기 연습을 하게 되고, 그것은 회사측이나 개인에게 바람직한 것은 못될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러한 쇼맨십은 전혀 없었다. 내가 사표를 쓰고 있는 동안에도 그것을 지켜본 노 과장이나 후배 윤대섭은 설마 하는 듯했는데 그것을 작성해서 건네자 약간 놀라는 기색이었다.
『정말 그만둘 거요?』
노 과장이 나의 사표를 받아들고 어쩔 줄을 모르면서 반문했다. 나는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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