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의 자동차용 부품업체이면서 김치냉장고 시장의 붐을 조성해 온 만도기계는 과연 어떻게 될까.
최근 만도기계(대표 오상수)가 핵심 사업장 가운데 하나인 경주공장 매각건을 성사시키면서 주변업계 및 투자자들의 관심이 이 회사의 존폐여부에 쏠리고 있다.
만도기계는 그 동안 가교회사를 설립해 매각을 추진하고 청산절차를 밟을 계획임을 수차례에 걸쳐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매각협상에서 번번이 실패하자 「설마 만도기계가 없어지기야 하겠느냐」는 시각이 끊임없이 제기됐던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만도기계는 부채가 없는 가교회사를 설립해 외자유치 협상에서 보다 유리한 입지를 마련한다는 계획으로 주식매수청구권을 실시, 시중에 있는 주식을 시가보다 높은 가격에 사들이기로 했다.
영업권을 비롯한 모든 사업을 가교회사에 양도함으로써 껍데기만 남는 만도기계의 상장을 폐지하기 위한 조치였다.
만도기계는 또 이를 위해 지난 4월말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영업권 일체를 가교회사에 양도키로 의결하는 등 법적인 청산절차를 밟고 있다.
그러나 이미 주식매수청구 기간이 지난 현재까지도 만도기계의 주가는 7000∼8000원대를 오르내리면서 계속 거래되는 등 투자자들은 만도기계가 어떤 형태로든 존속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믿는 실정이다.
만도기계의 외자유치 노력도 결국은 경영정상화를 꾀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회사 전체를 처분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계산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만도기계로서는 미국 로스차일드사로부터 도입키로 한 자금이 만도기계뿐 아니라 한라그룹 전체에 활용될 예정이어서 현재 8000억원 이상의 채무를 변제, 화의인가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가능한 많은 부분을 매각해야 하는 입장이다.
만도기계가 이미 한라공조 및 캄코·한라일렉트로닉스 등 대부분의 국내외 관계사 지분과 평택 상용제동장치 부문 및 생산기술원 설비부문을 국내외 업체에 매각한 것을 비롯 최근 자동차용 전장품 사업을 매각한 데 이어 아산공장 및 평택·문막·익산공장 등 자동차용 섀시부문 핵심사업까지 모두 매각하기 위해 해외투자가들과의 협상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만도기계의 시나리오는 결국 모든 사업장을 해외투자가들에게 매각, 실체가 없어진 만도기계를 자연스럽게 정리하고 각 사업장은 해외투자가들이 설립하는 새로운 형태의 법인으로 거듭나게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만도기계가 설사 회사 전체를 매각하지 않고 경영정상화를 이룬다 해도 「만도기계」라는 현재의 상호는 없어지고 새로운 이름의 회사가 탄생할 것이라는 사실 만큼은 분명하다.
이와 관련 만도기계 관계자들도 『이번에 경주공장 매각을 추진하면서 「발레오주식회사(가칭)」라는 이름의 가교회사로 분리해 놓은데 이어 아산 가전공장 및 문막·익산·평택 등의 자동차용 섀시공장 등도 가칭 「한라위니아」 및 「RH만도기계」 등 각기 다른 이름의 가교회사로 분리했다』며 『이 가운데 매각이 성사되지 않는 사업장은 별도의 독립법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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