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교부 판교 "ETCS" 구축 발표

 무정차통행료징수시스템(ETCS) 구축 발표가 수순을 무시한 작업이어서 부작용을 낳을 것이란 우려가 만만치 않다. 특히 지난 수년간 논란을 빚어왔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건설교통부 및 한국도로공사가 내년 2월까지 ETCS 구축 사업을 완료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부처간 협의 절차를 무시한 성급한 결정이란 지적이다.

 건교부와 도공의 계획은 총 12억5000만원을 투입, 삼성SDS를 통해 판교∼성남∼청계 톨게이트를 삼각형으로 연결하는 도로에 ETCS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이 사업은 지난 3년간 수차례 제품 성능 테스트를 거치는 등 적지 않은 우여곡절을 겪었으며 이번에도 관련부처간 충분한 협의없이 진행돼 사업추진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문제는 ETCS 구축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주파수 할당 및 시스템 통신방식에 대한 부처간, 사용자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특히 패시브방식의 ETCS용 주파수의 경우 전세계적으로 5.8㎓로 사실상 확정됐으나 KBS가 이 대역 주파수를 중계방송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건교부 측은 통신주파수 할당 문제를 정통부와 협의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KBS 측이 이 대역 주파수를 양보하지 않는 이상 ETCS 구축 사업자로 선정된 삼성SDS는 방송용 전파에 의한 전파간섭 영향까지 감수하면서 사업에 나서야 한다.

 둘째는 건교부가 부처간에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않고 패시브방식의 ETCS를 선정했다는 점도 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다. 정통부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업계 관계자들이 ETCS용 단거리주파수통신시스템(DSRC)에 대해 집중적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건교부가 액티브방식을 제치고 패시브방식을 밀어붙인 것이다. 정통부도 나름대로 이 분야에 대한 지원방식을 논의하고 있지만 실상 액티브방식의 시스템을 더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그동안의 경과야 어떻든 건교부·도로공사가 발표한 이번 계획은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않고 시스템 방식을 선택, 성급히 시행하고 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비록 지난 3년간 지연됐던 사업이라 하더라도 한국도로공사가 전국의 도로사업에 대해 확장사업을 할 수 있는 발주처라는 점을 고려해 더욱 신중했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삼성SDS가 ETCS사업자로 선정됐다고 해서 시스템 구축 이후 반드시 사업성과를 보장받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특히 삼성SDS가 ETCS를 국산화했다고는 하지만 이탈리아 마르코니사와 제휴하고 있는 만큼 완벽한 기술력을 확보한 서비스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 검증 받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아무튼 이번 건교부의 선택은 부처간 업무조율 및 협력이 충분히 가능한 상황에서 발표부터 해놓고 뒷수습을 하는 건교부 교통정보화 정책의 일면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이재구기자 jk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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