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과 한국통신의 케이블TV 전송망 매각문제가 케이블TV업계와 정보통신업계의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 두 사업자의 케이블TV 전송망이 어떻게 처리되느냐에 따라 향후 국내 케이블TV업계와 정보통신업계의 산업 지도가 상당부분 다시 그려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전측은 지난해 기획예산위원회의 전송망 매각방침이 공표된 후 아직까지 망 매각과 관련한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으나, 한국통신의 전송망 매각 협상은 비교적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상태다.
한국통신측은 지난 5월 중순께 열린 구조조정위원회에서 케이블TV 전송망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물밑에서 진행돼 온 한국통신과 종합유선방송국(SO)들간의 전송망 매각협상이 보다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한국통신은 케이블TV 전송망 가운데 광케이블을 제외한 동축망(ONU 포함) 부분을 SO측에 매각하되, 광케이블·통신주·관로 등은 SO에 임대키로 원칙을 정했다. 현재로선 한국통신과 SO간 매각 협상의 최대 관건은 매각 가격이라 할 수 있다. 물론 현재 한국통신의 전송망을 사용하는 SO중 일부는 한국통신의 전송망 인수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가격만 맞으면 한국통신의 전송망을 인수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사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통신측은 망 매각과 관련해 광케이블·통신주·관로 등의 임대 비용이 기존의 전송망 사용료를 웃돌 경우 SO가 전송망을 인수하더라도 실익이 없게 돼 매각협상 자체가 어려워질 것을 우려, 기존의 전송망 사용료보다는 낮은 수준의 임차 조건과 매각 조건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한전의 전송망 매각은 한국통신보다는 매우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특히 한전의 광동축망(HFC)이 한국통신의 케이블TV 전송망보다는 품질이 양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케이블TV업계와 통신사업자들이 모두 탐내고 있다. 그러나 장영식 사장이 물러난 후 후임 사장이 결정되지 않은 상태여서 한전의 케이블TV 전송망 사업이 앞으로 어떠한 방향으로 흘러갈지 현재로선 예측하기 힘들다.
현재 한전측은 얼마전 발표했던 케이블TV 전송망에 대한 900억원 투자계획을 집행하는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태다. 한전은 현재 2차 SO 지역중 9개 SO지역에 대해 공사를 진행하고 있거나 조만간 착공에 들어갈 예정인데, 9월 말이면 공사가 완료돼 케이블TV방송 서비스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문제는 올해 투자분을 집행한 이후 한전의 케이블TV 전송망이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일단 부처간에 약간의 의견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현재로선 작년 기획예산위원회에서 정한 전송망 매각 원칙이 유효한 상태다.
한전의 케이블TV 전송망 매각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공개 경쟁으로 할 것인가 아니면 전송망의 실제 수혜자인 SO측에 수의계약 형식으로 매각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물론 한전측 입장에서 보면 공개경쟁 입찰에 부치는 게 가장 유리하다. 하나로통신·두루넷·LG·외국통신업체 등 통신사업자들이 웃돈을 주고라도 매입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자본 동원 능력면에서 심한 열세에 있는 SO측이 공개경쟁에서 전송망사업 인수권을 따낼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는 게 중론이다.
케이블TV 전송망이 공기업이 아닌 민간 통신사업자에게 넘어갈 경우 케이블TV 사업자들은 현재보다 훨씬 불리한 상황을 맞게 될 공산이 크고, 케이블TV 사업자의 3분할 구도도 상당부분 현재 수준을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예측된다. 결국 방송과 통신의 융합 서비스 시장에서 통신사업자들이 주도권을 행사하고, 케이블SO들은 통신사업자들의 위탁 대리점으로 격하될 수 밖에 없다는 게 케이블 업계가 안고 있는 고민중 하나다.
이와 관련해 케이블TV업계의 한 관계자는 『SO들이 전송망을 인수하는 게 바람직하지만 자본 동원 능력면에서 인수가 불가능하다면 통신사업자가 케이블TV 전송망은 물론 케이블 SO도 한꺼번에 인수해야만 케이블TV사업이 위축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까지 내놓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통신 사업자들은 한전의 케이블TV 전송망 사업 인수에 사활을 걸다시피하고 있다. 현재 하나로통신 등 통신 사업자가 인수하는 방안, 두루넷에 한전망을 현물 출자한 뒤 한전 자회사인 KDN과 합병하는 방안 등 여러가지 시나리오가 제시되고 있으며 통신 사업자들간 신경전도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하나로통신 등 통신사업자들은 기획예산위원회의 「공기업 경영혁신 세부계획」에 따라 한전의 케이블TV 전송망 매각을 촉구하고 있는데, 자신들이 이 망을 인수해야만 케이블TV산업의 활성화 및 시내전화 사업의 조기경쟁체제 확립을 꾀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두루넷 역시 케이블TV 부가서비스 활성화 차원에서 전송망의 확보가 매우 시급한 실정이어서 한전망 인수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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