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벤처기업들은 정부가 모든 것을 해줄 것이란 기대감을 버리고 어떤 상황에서도 홀로 설 수 있는 실력과 정신자세를 길러야 합니다. 지금처럼 전폭적인 정부의 지원은 결국 한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자생력을 갖춘 벤처기업이라야만 국제경쟁력을 갖고 해외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습니다.』
재미 벤처 컨설턴트로서 미대학연장교육원(AUE코리아)을 통해 한국 벤처기업과 미국 벤처캐피털의 접목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해온 김길웅씨(59)는 『우리나라 벤처기업들이 지나치게 정부에 의지, 스스로 자생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며 『해외진출이나 외자를 유치하고 싶어도 자신감이 없어 추진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특히 『기술과 아이디어만으로 창업전선에 뛰어드는 벤처기업의 속성상 외부 자본 유입을 통한 기술개발 및 시설투자비 조달이 필수적인데도 불구하고 한국 벤처기업들은 외자가 유치되면 지분이나 주식을 넘기게 되고 그러면 회사를 빼앗길 수 있는 것으로 우려한다』며 국내 벤처기업들이 아직도 개인기업, 가계기업 등의 구태를 벗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IMF 관리체제를 겪으면서 재벌 중심의 경제구조에서 벤처기업 중심으로 산업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값진 교훈을 얻었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정부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벤처기업 육성에 과감하고 적극적입니다. 그러나 재벌의 병폐를 그렇게 질타했던 벤처기업들이 여전히 재벌의 구습을 따르려는 경향이 많다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각종 벤처캐피털 세미나를 통해 한국 벤처기업가와 접촉했다는 김씨는 『벤처기업은 혁신적인 사고방식과 과감한 선진 경영기법 도입이 요구됨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벤처기업들은 모든 것을 혼자 하려는 대기업의 폐쇄적 경영마인드를 답습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실리콘밸리의 많은 벤처기업들이 치열한 생존경쟁 속에서 벤처신화를 창조하는 것은 과감한 외부 자본 유입을 통한 기술력 및 맨파워 보강과 기업공개(IPO), M&A 등 적극적인 투자회수를 거쳐 재투자를 추진하기 때문』이라며 한국도 코스닥시장의 각종 규제를 허물어 선순환의 자본구조를 하루빨리 정착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그는 정부가 벤처캐피털·에인절 등 투자시장과 코스닥·M&A 등 투자회수시장을 더욱 활성화, 벤처기업들의 진입과 퇴출이 자유롭게 이뤄질 수 있도록 과감한 육성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벤처기업가들 역시 기술력 제고 못지않게 외국 벤처캐피털을 통한 선진 경영기법 도입에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대구 태생으로 65년 미 새너제이주립대와 스탠퍼드대학에서 컴퓨터와 경영학을 전공했으며 컨트롤데이터대학 교수, 하이테크인터내셔널 사장 등을 거쳐 현재 AUE코리아 원장으로 재직중이다. 지난 75년엔 실리콘밸리 한미상공회의소 발족에 큰 공을 세웠으며 최근엔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벤처캐피털·전자상거래 등 첨단 분야의 전문 세미나를 지속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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