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통신이 26일 뉴욕에서 해외 주식예탁증서(DR)를 기대 이상의 호조건으로 발행한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우선 매각 가격이 갖는 무게. 이날 발행 가격은 25일 국내 주가 기준 20.4%의 프리미엄을 붙인 것이다. 25일 종가가 5만4640원이었고 발행가는 6만5636원으로 결정됐다. 정통부는 물론 한국통신조차 안도의 숨을 내쉬기에 충분한 수준이다.
사실 정부와 한국통신은 이번 DR 발행을 앞두고 매우 긴장했었다. 만약 현 주가 수준을 맴돌거나 그보다도 못하다면 「국부를 유출하는 행위」라는 엄청난 여론의 비난을 뒤집어쓸 수도 있었다.
그래서 한국통신의 이번 DR 발행은 성공적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무엇보다도 「제값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간 국내 기간통신사업자들의 외자 유치과정에서 지속적인 논란 대상이 된 것도 「지분을 헐값에 외국에 넘긴다」는 것이었다.
외국인들이 한국통신의 가치를 평가한 이유도 음미할 대목이다. 한국통신은 IMF가 터진 이후 국내 공기업들 가운데 가장 모범적인 구조조정과 경영혁신을 단행했다. 말이 모범적이지 한통 직원들에겐 뼈를 깎는 고통이었다. 한국통신은 이를 무리없이 소화해냈다.
아울러 오는 21세기 세계 10대 통신사업자로 발돋움한다는 장기계획을 세우고 그 구체적 대안을 마련, 차근차근 실행에 옮기고 있다. 당연한 결과로 외국인들의 신뢰를 얻었고 이번에 그것이 주식 가격으로 나타났다. 외국투자자들이 한국기업에 대해 품고 있는 근본적 의문점, 즉 경영 및 회계의 불투명성을 걷어낸 것이다.
외국인들의 또다른 평가 잣대인 노사문제 역시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노조의 파업 유보와 임단협의 순조로운 합의 도출이 큰 힘이 됐다고 한다. 또 정부가 DR발행 막바지에 시내전화 현실화를 발표, 내재가치를 높여준 것도 성공 매각의 주요인으로 꼽힌다.
한국통신은 100여년 만에 처음으로 25억달러에 이르는 외자를 도입하게 됐다. 정부 보유지분인 구주 매각대금 1조3661억원은 국고로 들어가지만 신주 대금 1조5938억원은 한국통신이 사용하게 된다. 이 엄청난 현금을 확보한 한국통신이 앞으로 어떤 사업에 이를 투입할 지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일단 사이버코리아 21 프로젝트에 필요한 정보통신망 고도화에 상당부분이 소요될 전망이다. 교환기 대체사업을 비롯한 각종 장비 투자가 활성화할 것으로 보여 수요 부진에 허덕이던 국내 장비, 부품업계에는 단비역할이 기대된다.
통신사업자들이 경계하는 것은 한국통신이 막강한 현금 유동성을 앞세워 유무선 종합통신사업자로의 변신을 적극 추진하는 것이다. 특히 한통은 취약 부문인 데이터통신과 이동전화사업 강화를 이미 천명했다.
하이텔의 지분율을 80% 이상으로 늘리고 신임 사장도 영입, 지원 의지를 가시화하고 있다. 이제는 이 부문에 충분한 병참지원을 해 줄 여력을 확보했다. 데이콤의 천리안과 한판승부가 볼만하게 됐다.
이동전화자회사인 한국통신프리텔과의 관계도 감상 포인트. 프리텔은 캘러헌과의 외자 유치협상을 중단했다. 이 때문에 아직 재무구조 건실화라는 과제를 안고 있고 새로운 파트너를 물색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한국통신이 자금을 확보, 음으로 양으로 프리텔 재무구조 건실화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더욱 중요한 것은 차세대 사업을 위한 기반 조성이다. 한통은 오는 9월께 해외 전략적파트너를 물색, 약 10%에 이르는 주식을 추가 매각한다. 다시 한번 현금이 쏟아져 들어오게 된다. IMT2000사업에 승부를 걸겠다는 한국통신으로서는 통신망 고도화와 함께 천문학적 자금이 소요되는 차세대 사업 진출을 위한 기반을 갖추게 된 것이다.
<이택기자 ety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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