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은 지난해와 달리 무더운 날씨가 지속될 것이라는 기상 예측을 입증이라도 하듯이 최근 더운 날씨가 계속되면서 에어컨과 선풍기 등 냉방기기 업체들이 벌써부터 시장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어 있다.
최근 들어 에어컨 수요가 갑자기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일부 제품 가운데는 벌써부터 공급부족 현상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선풍기의 경우도 최근 같은 날씨가 성수기까지 지속될 경우 판매량이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국내 냉방기기 업체들은 아직은 성급한 시장 예측이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 기상변화에 초미의 관심을 보이고 있다. 냉방기기 시장은 성수기를 맞는 한여름철 기상이 어떻게 변하는지에 따라 민감한 영향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에어컨의 경우 올해 시장 전망치도 아직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다.
처음에는 올해도 국내 에어컨 시장이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업체들도 생산계획을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약간 많은 총 75만대 정도로 잡았다.
그러다 연초에 실시한 예약판매 기간 동안 각사가 무려 25%에 달하는 할인율에 다양한 사은품을 제공했는데도 사상최악의 실적을 보이자 업계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올해는 지난해보다도 20% 가량이 더 줄어든 60만대 규모를 형성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LG전자와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부분의 에어컨 업체들이 잡아놓은 생산계획도 이같은 전망에 바탕을 둔 것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더운 날씨가 지속되면서 수요가 예약판매를 실시하던 때보다 2∼3배 가량 급증하는 현상을 보이자 국내 에어컨 시장이 올해 최고 100만대에 달할 것이라는 조심스런 예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요즘 에어컨 업체들은 올해 극심한 품귀현상이 빚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다.
대부분의 업체들이 올해 생산계획을 대폭 줄여잡고 있는데다 특히 국내 에어컨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LG전자와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수출물량이 폭발적으로 늘어 내수용 제품 추가생산이 어려운 상황에서 최근 같은 날씨가 성수기까지 지속될 경우 에어컨 공급부족현상을 피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더욱이 LG전자와 삼성전자는 물론이고 다른 업체들도 지난해 역시 이와 비슷한 기상예측을 믿고 생산량을 늘렸다가 큰 피해를 본 경험이 있어 올해는 전세계적으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기상예측에도 섣불리 생산량을 늘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국내 에어컨 시장에 대한 미래가 불투명한 상태를 보임에 따라 업체들도 사실 올해는 국내시장에 기대를 걸기보다는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은 내수용 제품 생산계획을 지난해의 절반 가까이로 축소하고 수출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만도기계도 올해부터는 에어컨 수출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LG전자는 올해 수출물량이 생산능력을 초과할 정도로 폭주함에 따라 최근까지도 모든 생산라인을 수출용 제품 생산에 집중하는 동시에 그래도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중국공장을 활용하는 등 수출용 에어컨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LG전자는 올해 국내공장에서만 150만대 가량을 수출하고 중국·베트남 등지의 해외공장에서 80만대를 생산해 현지 판매하거나 수출해 총 230만대를 해외시장에 공급, 5억9000만달러의 매출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삼성전자는 최근 수출주문이 갑자기 급증하면서 지난 1·4분기에만 지난해의 총 수출물량과 같은 약 40만대를 수출함에 따라 수출목표를 65만대에서 100만대로 상향조정하고 하루 두세 시간 정도의 잔업을 지속적으로 실시하면서 컴프레서 등 핵심부품 추가 조달에 나서는 등 수출용 에어컨 생산을 최대한도로 확대해나가고 있다.
올해는 건설경기가 되살아나면서 국내에도 가정용 에어컨을 건물용 공조설비로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에어컨 시장이 크게 활성화되기 시작해 지난해부터 침체일로를 걷고 있는 국내 에어컨 시장에 활력소가 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에 이어 센추리·대우캐리어 등 에어컨 전문업체들도 이 시장에 속속 참여, 시장개척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
특히 LG전자는 올해 시스템에어컨으로 에어컨 전체 매출목표의 20%에 해당하는 6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할 계획으로 최근까지 45개의 지정 설치전문점을 구축하고 본사차원에서 건축업자를 대상으로 한 영업활동에 나서는 동시에 제품 다양화에도 박차를 가하는 등 시스템에어컨 사업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지난해부터 일본 다이킨사에서 인버터방식의 하우징에어컨을 도입, 판매한 데 이어 최근 6실까지 확장할 수 있는 멀티혼합형에어컨과 카세트형, 덕트형 시스템에어컨을 자체 개발, 건설업체를 대상으로 한 수주활동에 본격 나섰다.
이밖에 센추리도 그동안 주문생산에만 나서온 시스템에어컨을 상품화해 기존의 대형 공조설비 및 가정용 에어컨으로 충당하지 못했던 용량대의 공조설비 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했으며 대우캐리어도 캐리어사와 전략적 제휴관계를 맺은 일본 도시바의 시스템멀티에어컨을 도입해 판매하기로 했다.
에어컨과 함께 대표적인 여름상품으로 꼽히고 있는 선풍기의 경우 지난해에는 전년대비 40%나 줄어든 200만대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의 시장을 형성하는 데 그쳤으나 올해는 기상여건에 따라 적게는 230만대에서 많게는 280만대 규모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신일산업과 한일전기 등 국내 선풍기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업체들이 올해 판매목표를 대폭 늘려잡고 있다.
신일산업은 올해 지난해보다 40만대 가량이 늘어난 110만대를 판매한다는 계획 아래 최근 저가형의 기계식 제품에서 마이컴이나 리모컨을 채택한 고급제품에 이르기까지 총 35개 모델의 신제품을 출시했다.
한일전기는 올해 지난해보다 다소 늘어난 80만대 정도의 선풍기를 판매한다는 계획으로 최근 새로운 디자인의 신제품 5∼6개 모델을 출시한 데 이어 다음달 두세 모델을 추가로 출시하기로 했다.
반면 LG전자·삼성전자·대우전자 등 가전3사는 올해부터 선풍기를 구색 상품화하면서 OEM 물량을 대폭 줄이고 타사 제품판매도 병행해 각각 20만대 가량을 판매할 예정이다.
가전3사가 선풍기 사업을 대폭 축소함에 따라 국내 선풍기 시장에 커다란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오성사·노비타·르비앙전자·우신전자 등 그동안 가전3사에 선풍기를 OEM방식으로 공급해온 전문업체들이 자체브랜드 판매에 본격 나서기 시작하면서 그동안 신일, 한일, 가전3사 등 5사 체제로 움직여온 시장구도가 10개사 가량이 난전을 벌여야 하는 다원화 시대가 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그동안 LG전자 OEM 공급을 전담했던 오성사는 올해 국내시장에 총 15만대를 자체브랜드로 판매한다는 목표 아래 최근 6개 모델의 기계식 제품과 4개 모델의 리모컨 방식 제품 등 총 10개 모델의 자체브랜드 제품을 개발, 본격 판매에 나서고 있다.
르비앙전자도 올해 총 8만대 이상을 자체브랜드로 판매한다는 계획으로 최근 벽걸이형 제품을 포함해 총 8개 모델의 신제품을 출시했다.
또한 삼성전자와 대우전자의 협력업체인 우신전자도 최근 총 5개 모델의 신제품을 개발, 자체브랜드 판매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처럼 올 들어 선풍기 시장에 신규 참여하는 업체들이 증가하면서 가격경쟁이 심화될 조짐을 보임에 따라 올해는 선풍기 업체들이 대응방안 모색이라는 커다란 숙제를 풀어야 할 해로 보인다.
이들 업체가 올 여름 시장을 겨냥한 신제품에 실속형의 기계식 선풍기를 대거 포함시키는 반면 고가의 마이컴이나 리모컨을 채택한 제품을 크게 줄이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업체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
많이 본 뉴스
-
1
테슬라, 중국산 '뉴 모델 Y' 2분기 韓 출시…1200만원 가격 인상
-
2
필옵틱스, 유리기판 '싱귤레이션' 장비 1호기 출하
-
3
'과기정통AI부' 설립, 부총리급 부처 격상 추진된다
-
4
'전고체 시동' 엠플러스, LG엔솔에 패키징 장비 공급
-
5
헌재, 감사원장·검사 3명 탄핵 모두 기각..8명 전원 일치
-
6
모바일 주민등록증 전국 발급 개시…디지털 신분증 시대 도약
-
7
최상목, 14일 임시국무회의 소집..명태균특별법 거부권 행사 결정
-
8
구형 갤럭시도 삼성 '개인비서' 쓴다…내달부터 원UI 7 정식 배포
-
9
공공·민간 가리지 않고 사이버공격 기승…'디도스'·'크리덴셜 스터핑' 주의
-
10
상법 개정안, 野 주도로 본회의 통과…與 “거부권 행사 건의”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