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컴퓨터용 하드 디스크 드라이브(HDD) 업체인 웨스턴디지털이 지난 95년 매출부진을 이유로 국내 지사를 철수한 지 4년 만에 국내 사무실 개설과 함께 재진출을 선언함에 따라 관련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세계시장에서는 1·2위권을 다투는 업체가 과연 지난 4년 동안의 공백을 극복하고 국내시장에서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인가에 관심의 초점이 모아지고 있는 것. 특히 웨스턴디지털은 일단 한국내 사무실로 재출발했지만 올해 안에 지사 승격을 추진한다는 계획이어서 그동안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고 있던 퀀텀이나 삼성전자 등의 업체에는 적잖은 견제요소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95년 철수할 당시를 회상하는 업계 관계자들은 부정적인 시각을 감추지 않는다. 매출부진과 함께 그레이제품에 대한 통제불능, AS 부실 등을 이유로 들며 국내시장에서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하기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특히 지난해 시게이트가 국내 지사를 철수한 이후 퀀텀과 삼성전자의 시장점유율이 크게 높아진 상황에서 선두 그룹을 따라잡는다는 것은 역부족이라는 설명이다.
반면 웨스턴디지털을 세계 시장속에서 평가하는 업계 관계자들은 긍정적인 견해를 조심스럽게 내비치고 있다. 제품 품질과 가격면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데다 최근 국내 HDD 시장도 퀀텀·삼성전자의 과점체제가 붕괴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용산 하드디스크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후지쯔가 국내 AS센터를 설립한 이래 선두그룹을 맹렬히 추격하고 있다』고 밝힌 뒤 『AS만 뒷받침된다면 웨스턴디지털도 조만간 경쟁대열에 올라설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같은 업계의 전망에 대해 정작 웨스턴디지털 한국사무실측은 「두고보자」는 입장이다. 한국사무실의 김영진 사장은 『웨스턴디지털이 한국시장에 집념이 강한 만큼 그레이시장에 대한 대처라든지, 유통망 관리와 관련해 과거의 전철을 되밟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영하기자 yh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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