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불법SW 단속 그후 (1)

 소프트웨어 유통업계가 오랜만에 활기를 되찾고 있다. 90년대 중반부터 불황을 겪어오던 소프트웨어 유통업계가 최근 검찰의 강도 높은 단속에 힘입어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에 따라 소프트웨어 유통업체들이 SW 불법복제 특수로 즐거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검찰의 소프트웨어 불법복제 단속 이후 변화하는 소프트웨어 유통업계의 현황과 전망, 문제점을 3회에 걸쳐 점검해본다.

<편집자>

 한글과컴퓨터 이찬진 공동대표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불법복제만 근절되면 당장이라도 매출이 3∼4배 이상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에서조차 불법복제한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상황에서는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영업을 하고 매출을 올리기가 어렵다는 것이 이 대표의 지적이다.

 대통령의 국무회의 지시 이후 지난 3월 말부터 시작된 검찰의 강도 높은 소프트웨어 불법복제 단속으로 달라진 소프트웨어 유통업계의 모습을 보면 한글과컴퓨터 이 대표의 지적이 얼마나 정확했는지를 실감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3개 총판사 가운데 하나로 국내 소프트웨어 유통물량의 40% 이상을 소화하고 있는 소프트뱅크코리아의 경우 지난 3월 말 이후 주문이 폭주해 4월 매출 목표의 120% 이상을 달성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오토데스크의 총판인 다우데이타시스템의 경우 최근 학교와 기업의 주문이 폭주해 20여명의 영업사원이 매일 밤 12시 넘게까지 야근을 하며 1인당 하루 평균 30∼40벌의 주문서를 작성하고 있다.

 최근 소프트웨어 유통업계는 알아서 찾아오는 주문을 소화하기에도 바빠 따로 영업이 필요없는 상황이다.

 경기불황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정품 소프트웨어 구매 열기가 갑작스레 일어난 요인은 단 한가지로 지적된다. 검찰의 단속이 예전과는 다르게 강도 높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지역 일제 단속 이후 대학은 물론 정부 투자기관까지 무더기로 불법복제 사실이 적발돼 곤욕을 치렀다. 전남과 인천 등 검찰의 단속이 있었던 다른 지역에서도 사정은 비슷하게 나타났다. 학교와 관공서 등 그동안 불법복제 단속의 사각지대로 여겨지던 곳부터 먼저 불똥이 튄 셈이다.

 이 때문에 최근 소프트웨어 유통업계에 구매를 문의하는 소비자 대다수가 학교·관공서·정부투자기관이 주를 이루고 있다.

 검찰이 그동안 소극적으로 단속을 실시하던 정부투자기관이나 대학 등에 대해 강도높은 단속을 실시하자 민간기업의 입장은 오히려 더 불안하다. 언제 단속의 손길이 기업에까지 미칠지 모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지검은 지난달 10대 그룹 계열사를 대상으로 일제 단속에 나서 대기업의 불법복제 실태를 점검했다.

 불법복제 단속 이후 소프트웨어 유통업계 내부에서도 많은 변화가 일고 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변화는 매출이 급신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소프트웨어 유통을 계속해왔던 업체는 물론 그동안 판매에 소극적이던 많은 컴퓨터 관련업체들이 새롭게 참여하며 소프트웨어 유통망이 새롭게 가동되고 있다.

 특히 관공서와 교육기관을 대상으로 PC와 네트워크 장비를 주로 판매했던 유통업체의 경우 최근 각급 단체에서 올해 정보화 분야 투자 예산을 대부분 소프트웨어 구매에 할당하려는 움직임을 보임에 따라 대규모 총판사와 대리점 계약을 체결하고 새롭게 소프트웨어 유통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하지만 최근 강도 높은 단속이 계속되면서 구매자를 중심으로 벌써부터 불만의 소리도 나오고 있다. 당장 예산이 없는데 무작정 단속만 해서 되는가 하는 주장이 대부분이다. 특히 대학의 경우 재정자립도와 교육기관의 특수성을 인정해 구매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다.

<함종렬기자 jyha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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