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나는 변명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했던 일은 처리하기에 따라 아무 것도 아닐 수 있지만 원칙으로 말하면 범죄에 해당했다. 어떤 관점으로 나를 처리하느냐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났다.
『다른 목적으로 감청한 게 아니고, 연구한 걸 확인했던 것입니다.』
『그럼 허락을 받아야 되지 않는가? 그리고 왜 하필이면 송재섭 소위의 누이동생에게 적용했지? 그 여자를 아나?』
『네, 사귀고 있습니다.』
『사귀고 있어서 뒷조사한 거야?』
『그런 의도는 전혀 없습니다. 다만, 단순하게 생각했을 뿐입니다.』
『오늘중으로 경위서를 써서 제출해.』
나는 곤혹스러웠다. 경위서를 써내면 나는 다른 부대로 전출이 되기 쉬웠다. 아마도 휴전선으로 갈 것이다. 그렇게 되면 더이상 컴퓨터를 만지면서 군대생활을 할 수 없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군법회의에 넘겨져 처벌을 받을 수 있지만, 그렇게 되리라고는 믿지 않았다. 어쨌든 다른 부대로 전출이 된다면 나는 컴퓨터를 하지 못할 뿐더러 송혜련을 자주 볼 수 없는 것이다.
『용서해 주십시오. 허락을 받을 생각을 못한 것은 제 연구에 너무 몰입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송혜련을 대상으로 한 것은 남보다 허물이 없어서 그랬습니다.』
『그래? 어쨌든 나보다도 송 소위가 화가 난 듯한데 가서 사과해. 송 소위가 용서한다면 이 일은 없었던 것으로 해주지.』
『감사합니다.』
나는 그에게 경례를 붙이고 나왔다. 바로 송 소위를 찾아갔는데, 그는 내가 올 것을 생각하고 기다리고 있었던 눈치였다. 주위에는 다른 장교들이 있어 나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그는 아무 말을 하지 않고 담배를 피워 물었다. 최근에 담배를 배워서 나도 담배를 피우고 싶었으나 그에게 달라고 할 수 없어 잠자코 있었다. 그러자 내 마음을 읽었는지 담배 한 개피를 내밀면서 피우라고 했다. 나는 고맙다고 하고 담배를 피워 물었다.
『왜 하필 혜련이를 대상으로 그랬어?』
『죄송합니다. 나쁜 의도는 없었습니다.』
『대관절 뭘 연구했나?』
『목소리 인식 감청 시스템입니다.』
『전에는 그런 게 없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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