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문 한솔PCS 사장
역사는 경험의 기록이다. 이를 좀더 구체적으로 보면 경험은 암묵지(暗默知)로서 말과 언어로 표시할 수 없는 지식, 예를 들면 세일즈맨이나 숙련공이 다년간 익혀온 표현할 수 없는 지혜, 직관, 육감적인 스킬이며 인식의 세계에 속하는 지식이다.
한편 이러한 암묵지는 언어·부호 또는 도식에 의해 기록되거나 컴퓨터에 저장될 수 있는 형식지(形式知)로 전환돼 다른 사람에게 전파되는 것이다.
역사와 인간의 일상생활은 이같은 암묵지에서 형식지로 무한한 순환과 반복을 거듭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인간의 창의성과 새로운 부가가치가 형성되고 인류의 발전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우리가 통상적으로 의미하는 지식은 형식지이며 최근 들어 부각되고 있는 신지식이라는 개념은 이들 두 가지의 지식 모두를 통칭하는 것이다. 최근 신지식이 강조되고 있는 것은 두 가지의 지식 가운데 지금까지 간과되어온 암묵지의 중요성이 그만큼 커졌음을 입증하고 있다. 이처럼 암묵지가 중요해진 까닭은 과거 지필묵과 구전 등의 제한된 지식 전달방식으로 인해 일부 특권층의 전유물이었던 형식지가 디지털화, 컴퓨터 보급 및 통신기술 발전에 따라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일반인에게까지 전파되고 보편화되어 상대적으로 암묵지에 대한 희소성이 점차 부각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형식지의 전달방식에서 뿐만 아니라 암묵지의 형식지화 방법에서도 많은 발전이 있었다. 예를 들어 운전교습의 경우 과거 방식으로는 아무리 매뉴얼을 상세하게 만들더라도 초보운전자를 베스트 드라이버로 만들 수 없었으나 기술발전은 사이버 세계와 가상현실이라는 새로운 포맷을 통해 운전기술이라는 하나의 암묵지를 불완전하나마 형식지로 구체화할 수 있게 해줬다.
즉 기술발전에 따라 암묵지의 형식지화 과정에서 최근까지 병목현상으로 작용해 왔던 기록 및 전달방식의 한계를 극복하고 좀더 풍부한 방식으로 그 과정을 효율화시킬 수 있게 된 것이다.
신지식사회에서 경쟁의 키는 과거와 같이 이미 형식지가 되어 있는 지식의 단순한 암기나 숙달이 아니라 새로운 암묵지 혹은 아이디어의 창출이다. 이러한 암묵지의 축적을 통해 개인의 발전이 가능하고 개인차원에 머물러 있던 암묵지를 여러 다양한 형식지로 만들어 다각도로 전파함으로써 기업과 국가는 경쟁력을 쌓아나갈 수 있다.
기업경영에 있어 신지식 개념의 도입은 매우 중요한 과제다. 하나의 기업조직이 더욱 효율적으로 되기 위해서는 직원들이 현장에서 체득한 다양한 암묵지가 스스로 표출되고 전파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 컴퓨터와 기계만능주의는 경영인들에게 효과적인 기업 구조조정은 다운사이징이라는 잘못된 편견을 갖도록 만들었다. 다운사이징은 단기적인 기업경영의 개선책은 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구성원들이 그간 축적해온 암묵지를 한순간에 날려버리는 역효과를 초래한다.
지식이란 꾸준한 학습을 통해서 축적되는 것인데 기업이 직원을 해고하면 할수록 그만큼 지식을 잃어버리게 되고 그 결과 사람으로 치자면 치매증인 알츠하이머병에 걸리게 되는 것이다. 일부 방송에서 QC서클이나 분임토의를 통한 직원간의 의사소통 및 노하우의 공유가 기업 성공사례로 종종 다루어지는 것을 볼 때마다 기업경영에서 효율적인 암묵지의 형식지화에 대한 중요성을 새삼 생각하게 된다.
경제사정이 차츰 호전되어 가고 있다고는 하나 외국 전문조사기관들은 우리 경제가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 시절로 회복하려면 앞으로 5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지금은 우리 기업 모두가 신지식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생활화하여 과거와 같은 수동적 지식 흡수에서 능동적 지식 창출과 전파에 노력하여 경쟁력 회복과 경제회생을 이룩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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