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방송이 침체의 늪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인천방송은 지난해 박찬호의 메이저 경기대회 중계권을 확보하면서 방송계와 일반인들에게 「존재」를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으나 방송권역과 허용출력의 제한, 저조한 광고판매율, 운영자금의 부족 등으로 여전히 심각한 경영위기 상황에 놓여 있다.
지난해 300억원에 육박하는 적자를 낸 인천방송은 작년 말 지배주주인 동양화학으로부터 130억원을 무의결권 우선주 형식으로 긴급 수혈받아 한숨을 돌리는 듯 했으나 올들어서도 전혀 경영이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멀지 않은 시일내에 또 다시 자금부족 사태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추가 증자가 필요하지만 현행 방송법상 동일인 지분한도가 30%로 묶여 있어 동양화학측의 추가적인 지분참여가 불가능하며 무의결권 우선주 발행도 자본금의 4분의 1 수준으로 제한돼 있다. 게다가 영창악기·진도·아남 등 상당수 주주의 경영상태도 좋지 않아 인천방송의 증자에 참여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최근 들어 KBS·MBS·SBS 등 지상파 3사의 광고판매율이 눈에 띄게 호전되고 있으나 인천방송의 광고판매율은 아직도 10%대에 머물러 있다. 박찬호 선수의 메이저리그 중계 덕분에 스포츠 연간광고의 매출이 작년 월 1000만원선에서 올해는 월 2100만원선으로 늘었지만 다른 프로그램의 광고단가는 작년 수준 그대로다.
그나마 내년부터는 인천방송의 효자 프로그램인 「박찬호 경기」 중계권이 어디로 갈지 모른다. 내년 중계를 위해서는 메이저리그측과 재협상해야 하는데 인천방송이 협상의 우선권을 갖고 있긴 하지만 가격이 맞지 않으면 타방송사로 넘어갈 수도 있다. 현재의 인천방송의 경영상태가 지속된다면 박찬호 경기의 중계권 확보를 결코 낙관할 수 없다.
이같은 상황에서 지난 3월 초 활동을 종료한 방송개혁위원회는 인천방송의 방송권역을 현행대로 제한할 것을 제안했다. SBS의 인천방송 권역확대 반대, 경기지역 민방 설립 가능성 등 여러가지 변수가 감안된 결정이다. 인천방송측은 『다른 민방들은 도권으로 방송권역을 확대해 주면서 인천방송을 제한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불만이 대단하다.
인천방송측은 현재 방송개혁위원회 활동 막바지에 불거져 나온 경기도의 지역민방 설립방안에 대해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경영 위기를 탈피하고 방송권역을 확대하기 위해선 경기도와 제휴할 필요성이 있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경기도측이 지분의 51%를 가져도 좋다는 생각이다.
경기도측 역시 경기민방의 설립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나 현재의 경제 여건을 고려할 때 지역적으로 인접한 인천방송과 별도로 지역민방을 설립하기는 힘들다는 점에서 양측의 이해관계가 어느 정도 맞아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과연 요즘처럼 어려운 상황에서 경기도가 주주를 모집할 수 있을까 하는 점과 동양화학이 지배주주 자격을 포기할까 하는 점 등이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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