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 보인다> 초음파

 초음파의 무궁무진한 쓰임새에 과학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초음파는 지금까지 수심측정기나 태아진단 등에 주로 쓰였으나 앞으로는 그 쓰임새가 농작물의 병해충 퇴치와 인간의 질병을 진단, 치료하는 영역으로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1912년 호화 여객선 타이태닉호가 빙산과 충돌해 1500여명이 죽은 직후 숨겨진 빙산을 찾아내기 위해 초음파를 이용하는 수심 측정기가 개발됐다는 사실이 최근에야 뒤늦게 밝혀졌다.

 그때로부터 87년이 흐른 지금 국내의 대표적인 벤처기업인 메디슨이 3g밖에 되지 않는 임신 9주 태아의 손가락과 주름살까지 실시간으로 식별할 수 있는 초음파 진단기를 개발, 관련 업계를 놀라게 했다. 태아를 향해 초음파를 쏜 뒤 되돌아오는 시간을 컴퓨터로 분석, 3차원 영상으로 태아의 생김새나 움직임을 합성하는 원리다.

 또 초음파를 농작물에 들려주면 병해충을 퇴치할 수도 있다는 새로운 사실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밝혀져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농촌진흥청 농업과학기술원(원장 이은종) 곤충자원과장 이완주 농학 박사와 환경곤충과 방혜선 연구원은 지난 95년부터 4년 동안 연구한 결과 2만㎐대의 초음파를 농작물에 들려줄 경우 병해충 발생이 획기적으로 줄어든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이 박사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오이에 치명적인 해를 미치는 목화 진딧물은 초음파를 전혀 들려주지 않았을 때 오이 한 그루당 평균 119마리가 발생한 반면 하루 약 7시간 동안 초음파를 들려줄 경우 한 그루당 25마리만 발생, 79%의 해충 억제효과를 나타냈다.

 「그린음악」을 만들어 농가에 보급, 농약 사용량을 크게 줄인 이 박사팀은 주택가 인근 농가에서 음악을 틀 경우 소음 공해라는 주민들의 항의가 있어 초음파 연구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방혜선 연구원은 『사람의 경우 평균 1만5천㎐까지의 소리를 들을 수 있어 초음파로 인한 소음공해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앞으로 초음파가 작물 생산성에도 효과가 있는지를 연구해 2000년까지 농가에 연구자료를 보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초음파는 일반적으로 주파수가 사람의 귀로는 소리로 느낄 수 없는 2만㎐ 이상의 음파를 말한다. 이에 비해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소리의 주파수 대역은 20∼2만㎐가 한계다. 사람과 달리 장님에 가까운 박쥐는 최고 성능의 초음파 탐지로 먹이 사냥을 하고 길을 찾는다. 작은 얼굴에 비해 큰 귀를 가진 박쥐는 4만8000㎐ 정도의 초음파를 발사해 그 반향을 듣고서 먹이를 찾고 잡으며 장애물을 피해 날아다닌다.

 박쥐의 음향 탐지능력은 크기와 출력면에서 인간이 고안한 어떤 레이더나 음파 탐지기보다 10억배 가량 감도가 좋은 것으로 과학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박쥐의 음향탐지나 수심을 측정하는 소나(SONAR), 어군탐지기 등은 초음파의 짧은 펄스를 대상물에 쏘아 그 반사파를 감지하는 간단한 원리를 이용하는 정도다.

 과학자들은 초음파의 또 다른 특징으로 물질을 뒤흔드는 힘이 강하다는 점을 들고 있다. 물을 넣은 용기의 밑 부분에서 초음파를 발생시키면 물보라를 만들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다. 이를 이용하면 금속 용해물, 광학유리 절연유 등에서 유해한 기포를 제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초음파는 또 물질의 화학적인 반응도 일으킨다. 박테리아나 적혈구는 초음파를 받으면 파괴되고 고분자 등은 원자간의 결합이 끊어지게 된다. 초음파를 가하면 용접이 곤란한 알루미늄도 표면의 산화 막이 벗겨져 용접할 수 있게 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초음파의 능력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다는 설명에서 과학에 대한 신비감마저 느끼게 된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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