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업기술평가원 산하 산업기술시험원(KTL)이 거의 독점해온 국제전기기술위원회 전자제품 품질인증(IEC-CB Scheme) 시장에 최근 외국 인증기관들이 대거 가세, CB인증시장이 본격적인 경쟁체제에 돌입했다.
특히 CB인증은 CE마크(유럽연합)·UL(미국) 등 개별 국가 또는 일부 경제블록 차원에서 도입된 규격과 달리 전세계 주요 34개 회원국에 호환되는 국제규격이고 동유럽 등 제3세계 국가들까지 이를 선호하면서 수출에 거의 필수적인 제품규격으로 부상, 앞으로 국내 CB인증시장을 놓고 관련기관간 치열한 수주전이 전개될 전망이다.
26일 관련기관에 따르면 그동안 CB인증시장은 우리나라 대표기관(NCB)이자 CB공인시험소(CB랩)인 KTL이 기득권을 바탕으로 이 시장을 거의 독식해왔으나 최근 들어 미국 UL의 한국법인 UL코리아를 비롯해 독일 T5V라인란트 한국지사, 노르웨이 넴코의 합작법인인 넴코KES 등이 국내 CB인증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UL코리아는 미국 UL이 지난 97년 인수한 덴마크의 NCB이자 CB랩인 뎀코(DEMKO)와 연계, 최근 CB인증시장에 본격 가세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UL코리아는 특히 뎀코를 통한 북유럽국가 통합규격인 이른바 「노르딕(Nordic)규격」까지 원스톱 서비스할 예정이어서 KTL의 강력한 경쟁상대로 떠오르고 있다.
또 독일의 CB랩인 T5V라인란트도 최근 들어 T5V·CE마크·ISO9000 규격에 이어 CB인증 대행업무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으며, 노르웨이의 NCB이자 CB랩인 넴코의 국내 합작법인인 넴코KES도 최근 국내 전자업체들의 CB인증 수요가 크게 늘어남에 따라 CB인증 시장공략을 한층 가속화하고 있다.
여기에 한국전기전자시험연구원도 CB랩 지정을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원텍·써티텍 등 국내 사설 전기·전자 시험기관들도 각각 전략적 제휴를 맺은 외국 NCB나 CB랩을 통해 CB인증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KTL이 시험과 인증을 동시에 커버, 시간적으로 CB인증시장 대응이 그만큼 유리한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그동안 이 시장을 독점한 데다 비영리 공공기관인 KTL이 서비스질 면에서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점에서 후발기관들의 협공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CB인증제도는 IEC 산하 전자제품 품질인증기구가 주관하는 것으로 현재 유럽 대부분의 국가와 미국·일본·한국·호주·중국 등 전세계 34개국이 회원국으로 가입돼 있으며, 국가별 대표기관인 NCB와 복수가 인정되는 CB랩을 지정, 시험데이터를 상호 인정하는데, 최근엔 EU소속이 아닌 동유럽국가와 아시아·아프리카·중남미 등의 비CB 회원국들이 CB규격인증을 요구하는 추세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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