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 음악전문 채널에서 방송하는 뮤직비디오들의 내용이 지나치게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것으로 지적됐다.
종합유선방송위원회(위원장 한정일)가 음악전문 채널인 m·net과 KMTV에서 최근 방송된 뮤직비디오 총 119편을 대상으로 조사·분석한 결과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내용의 프로그램들이 상당히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위원회 분석 결과 뮤직비디오 119편 중 19.3%가 폭력적인 내용이었으며 17.7%는 선정적인 장면을 담고 있었다. 특히 유승준의 「나나나」의 뮤직비디오는 오토바이 질주 장면이나 집단 패싸움 장면 등이 자주 등장해 폭력지수가 매우 높았으며, 엄정화의 「초대」와 업타운의 「돌아와」 등은 폭력성은 낮았지만 선정성은 위험수준이었다. 특히 침실 이야기를 소재로 한 엄정화의 「초대」는 노랫말 분석 결과 가장 선정적인 곡으로 분류됐다. 조사 기간 동안 방송되지는 않았으나 최신곡 중 야다의 「이미 슬픈 사랑」을 비롯해 폭력성이 강한 뮤직 비디오가 계속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다.
노랫말 분석 결과 국내 가요의 31.6%가 「사랑」을 주제로 하고 있었는데 이 중 3분의 1이 삼각관계에 관한 내용이거나 다른 사람의 애인을 빼앗는 등 비정상적인 상황을 소재로 하고 있어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노랫말 분석에서 드러난 또 하나의 문제점은 가사 해독이 어려운 랩(51%)이나 영어가 포함된 곡들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는데 이는 올바른 국어 사용의 측면에서 어린이·청소년들에게 좋지못한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현재 종합유선방송위원회는 방송된 뮤직비디오에 문제가 있을 경우 해당 뮤직비디오의 방송을 중단하거나 업계의 자율 심의를 권고해 문제내용을 시정하도록 조치하고 있다. 폭력장면이 심한 이현도의 「폭풍」, 사창가 장면 등 선정성이 강한 드렁큰 타이거의 「난 널 원해」는 방송 중단 후 문제없는 장면으로 새로 제작됐다. 그러나 위원회는 많은 비용을 들여 제작된 뮤직비디오가 사장되지 않도록 성인취향의 뮤직비디오는 청소년시간대를 피해 방송하도록 하는 등 뮤직비디오 심의기준을 보다 세분화해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한편 위원회는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케이블TV 음악전문 채널의 등장 이후 쇼프로그램의 성격이 상당히 변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우선 음악채널 편성의 80∼90%가 뮤직비디오로 구성돼 있으며 청소년들의 선호도가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위원회측은 이같은 뮤직비디오의 양산이 결국은 성인취향의 감각적인 상술에 청소년들을 노출시키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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