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계유선 장르별 녹음.녹화 서비스 "논란"

 중계유선방송이 가입자들에게 서비스하는 장르별 녹음·녹화 채널의 적법성 여부를 놓고 방송계가 뜨거운 논쟁에 휩싸여 있다.

 장르별 녹음·녹화 채널이란 중계유선방송이 지상파방송의 프로그램을 녹음·녹화해 영화·드라마·스포츠·바둑·오락·교육 등 장르별로 구분 편성해 재전송하는 것을 말한다. 중계유선이 제공하는 장르별 녹음·녹화 채널은 지상파방송을 재전송한다는 한계가 있지만 지상파방송이 방송을 내보내지 않는 시간대에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TV에 붙잡아 놓을 수 있다는 점에서 중계유선이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중계유선이 케이블TV와 진흙탕 싸움을 벌이면서도 가입자를 훨씬 많이 유치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장르별 녹음·녹화 채널의 존재 때문이다.

 그러나 장르별 녹음·녹화 채널은 중계유선측에서 지상파방송사나 원저작자와 협의 없이 방송 프로그램을 임의대로 편집해 재송신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저작권 분쟁」의 불씨를 가지고 있다.

 지상파방송사들 입장에서는 장르별 녹음·녹화 서비스가 자유로운 프로그램 편성원칙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가령 KBS에서 인기리에 방영된 「용의 눈물」은 이미 중계유선의 드라마 채널에서 몇차례 재방영됐기 때문에 저작권자인 KBS가 재방송 일정을 잡기가 어렵고, 광고주들 역시 이미 식상한 재방송 프로그램에 광고를 내는 것을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다.

 아직 문제가 돌출하고 있지는 않지만 향후 위성방송사업자가 등장하면 지상파방송사들의 입지는 더욱 힘들어진다. 위성방송사업자와 프로그램의 공급을 놓고 선의의 경쟁을 펼쳐야 하는데 중계유선쪽에서 임의대로 프로그램을 편성해 재전송하면 예상하지 못한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케이블TV 프로그램공급사(PP) 입장에서도 중계유선의 장르별 녹음·녹화 채널은 매우 위협적이다.

 케이블 PP들은 중계유선을 통해 자신의 프로그램을 내보내야만 그동안의 부진을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으나, 결국은 PP프로그램과 중계유선의 장르별 녹음·녹화 서비스가 배타적인 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있다.

 이같은 여러가지 이유로 중계유선이 실시하는 장르별 녹음·녹화 행위는 국내 방송산업 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이 방송계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그동안 난시청 지역 시청자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했다는 공적은 인정되지만 언젠가는 국내 방송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등장할 것이라는 점이 세간의 평가다.

 이같은 배경 아래 지난 3월 활동을 종료한 방송개혁위원회는 중계유선사업자들에게 녹음·녹화 서비스를 허용하되 장르별로 편집해 송출하는 행위는 금지한다는 내용의 개혁안을 내놓았다.

 이같은 저간의 사정을 감안할 때 최근 영화 채널인 캐치원이 광주의 한 중계유선사업자를 상대로 저작권 소송을 낸 것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캐치원측은 중앙유선방송이 작년 11월 자사가 저작권을 갖고 있는 영화 프로그램을 지상파방송에서 무단으로 녹화방영했다며 중앙유선측을 상대로 광주지방검찰청과 광주지방법원에 민형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지상파방송을 단순중계하는 것이 아니라 장르별로 재편성해 무단방송하는 것은 유선방송 관리법상의 「유선방송의 범위 제한」 규정을 일탈한 행위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중계유선 관련 주무부처인 정통부는 최근 장르별 녹음·녹화 행위에 대해 적법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려 방송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정통부측은 현행 전파법과 유선방송관리법은 중계유선사업자들의 녹음·녹화 행위를 적법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시행령에서는 중계유선사업자가 프로그램을 송출할 경우 「편성 책임자를 명시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편성행위가 가능하다는 해석을 내리고 있다. 따라서 현행법상 처벌하기가 힘들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같은 정통부의 유권해석에도 불구하고 캐치원측은 중앙유선측의 저작권위반 행위가 명백하다며 승소를 자신하고 있어 앞으로 법원의 판결이 어떻게 나올지 주목되고 있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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