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비접촉 IC카드시장 "훈풍"

 일본이 비접촉형 IC카드의 보급기를 맞고 있다.

 일본전신전화(NTT)가 이달중 비접촉 IC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공중전화기의 본격 공급에 나서는 한편 지하철 운영회사인 JR동일본(東日本)은 오는 2001년 1월 IC카드 방식의 승차권을 전면 도입할 예정이다.

 해독기의 일정 범위 안에 있으면 접촉하지 않고도 정보를 주고받는 비접촉형 IC카드는 지금까지 일본에서 사무실의 입퇴실 관리 등 극히 제한된 용도로 실용화돼 있는 정도다. 따라서 정확한 통계가 나와있는 것은 아니지만 발행수가 기껏해야 수만장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번 NTT의 본격 도입을 계기로 비접촉형 IC카드는 일상생활과 밀접한 매체로 급속히 파고들며 시장을 확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NTT는 우선 이달 안으로 주요 역과 공항 등에 IC카드 전용기를 1000대 정도 설치하고 올 여름부터는 IC카드와 동전을 겸용하는 공중전화기를 전국적으로 보급해 나갈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현재 70만대 정도인 공중전화기 가운데 약 40만대를 금후 5년 안에 IC카드용으로 대체해 나갈 계획이다.

 IC카드는 장당 70엔 정도의 가격에 히타치제작소·덴소·도킨 등 3개 업체에서, 전화기 본체는 다무라전기제작소와 안리쓰 등 2개사에서 각각 조달할 예정이다. 올 한해 발행하는 IC카드는 1500만장 정도가 될 전망이다.

 JR동일본은 2001년 1월을 기해 수도권지역의 340개 역에 설치한 자동개찰기를 일제히 비접촉 IC카드용 기기로 대체할 방침이다.

 수도권에서만 500만장의 정기권을 발행하는 JR동일본은 IC카드 조달비용이 수백억엔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JR동일본은 현재 홍콩의 승차권시스템용으로 지금까지 600만장의 IC카드를 납품한 실적이 있는 소니와 공동으로 IC카드 정기권 개발을 추진중이다.

 특히 이 정기권에는 승차권으로 용도를 한정한 전자화폐의 기능을 부가해 정기구간 이외의 자동개찰기에서도 자동정산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NTT와 JR동일본이 도입하는 비접촉형 IC카드는 모두 13.56㎒의 미약한 전파를 사용하는 근접형으로, 마이크로프로세서(MPU)는 탑재하지 않고 EEP롬 등의 메모리와 논리회로를 일체화한 전용칩을 내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두 회사가 비접촉형 IC카드를 도입하는 목적은 다르다.

 NTT는 「시큐리티의 강화」가 관심사다. 현행 자기카드 방식의 공중전화에서 카드 변조로 인해 NTT가 입는 피해규모는 정확하지 않지만 20만대에서만 약 130만장의 부정카드가 회수되는 점에 근거하면 그 액수는 장당 1000엔씩 따져 최소 13억엔 정도가 될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 피해액은 그 수십배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NTT는 IC카드를 도입하면 이같은 부정사용이 사라져 공중전화사업 부문의 수입도 그만큼 올라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JR동일본의 경우는 자동개찰기의 고장대책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자동개찰기가 여러대 설치돼 있는 주요 역에서는 고장이 자주 발생하는데 이들 대부분이 승차권을 입구에서 출구로 보내는 기기의 부품결함에 의해 발생한다. 기기와 접촉할 필요가 없는 비접촉형 IC라면 이런 문제가 없다.

 두 회사의 IC카드는 또 탑재하는 메모리 용량과 기능 등에서도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NTT 카드는 다 사용한 후에 버리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용량이 128바이트로 비교적 작다. 즉 폐기하더라도 채산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용량을 낮춘 것이다. 또 제조비용을 낮추기 위해 IC카드에 집어넣는 칩 면적도 줄여 기능을 단순화했다.

 이 결과 NTT는 카드관리센터를 별도로 두고 시큐리티기능의 일부를 센터에 넘기게 됐다. 이에 따라 카드에 고유번호를 할당해 카드마다 통화가능 횟수를 관리하는데, 공중전화를 걸 때마다 우선 센터에 조회가 들어오고 공중전화에 장착한 카드의 사용횟수가 센터의 정보와 다를 경우에는 부정사용으로 간주해 공중전화의 사용을 금지한다.

 이처럼 용량을 낮추고 기능을 단순화해도 카드 제조비용은 70엔으로, 35엔 정도인 현행 자기카드의 두배나 된다. 이 때문에 500엔권은 판매하지 않는 대신 1000엔권에 2000엔권, 3000엔권 등 고액권을 추가할 예정이다. 카드의 장당 수익분을 올려 IC카드화에 따른 제조비용 상승을 흡수하겠다는 의도다. 이에 반해 JR동일본 카드는 다 사용한 후에 금액을 보충할 수 있는 고성능 고가 타입이다.

 카드 탑재 EEP롬 용량은 공중전화 IC카드의 3배 이상이고 암호화방식도 단순 DES가 아니고 트리플 DES를 채택할 예정이다.

 JR동일본이 이처럼 고성능 타입을 추구하는 것은 자동개찰기에서 0.15∼0.2초의 단시간에 모든 일이 처리돼 사람흐름에 지장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JR동일본의 카드사양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다른 업체의 노선도 이용해야 하는 철도의 특성상 업계의 표준화가 우선하기 때문이다. 철도관련 승차권시스템 표준화는 철도회사들이 모여 설립한 「일본철도사이버네틱스협의회」가 주도하고 있다. 이 협의회의 제안에 따라 JR동일본의 최종사양은 다소 변경될 수도 있다.

<신기성기자 k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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