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삼성전기·삼성항공 등 3사가 보유한 삼성GE의료기기의 지분 49% 중 39%를 2000만달러에 GE사에 매각함에 따라 삼성그룹의 의료기기 사업 의지가 업계의 최대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삼성의 지분 매각 협상 과정을 지켜보던 삼성내 의료기기 관련 인력들과 업계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뒷맛이 개운치 않다」고 한다. 국내 굴지의 기업이 겨우 2000만달러를 확보하기 위해 1년 가까이 줄다리기 했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지만 그 돈이 해당 기업의 재무구조 개선에 큰 도움이 되리라고 보는 사람은 더더욱 없기 때문이다.
삼성이 지난해 구조조정이라는 태풍 속에서 세계적인 업체와 사업 양도 및 자산을 매각하겠다는 현 정부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고심했음을 보여 주는 대목으로도 볼 수 있다.
그것이 아니라면 이번 협상에서 중요한 부분은 정작 따로 있었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사실 삼성내 일부 의료기기 관련 계열사 직원들과 업계 관계자들의 관심사항은 애초부터 삼성이 지분을 얼마나 남길 것인지, 또는 얼마를 받고 팔 것인지가 아니다. 이들의 관심은 오로지 삼성과 GE간 「경쟁 금지 조항」의 폐지 또는 완화 여부였던 것이다.
경쟁 금지 조항이란 삼성과 GE가 합작회사를 설립하면서 추가된 내용으로 「만약 삼성과 GE가 결별할 경우 5년 이내에는 삼성 전 계열사에서 의료기기 사업(제조)을 하지 못한다」는 옵션을 말한다. 삼성 측 입장에서는 불평등한 계약이지만 기술 제공의 위치에 있는 GE의 요구에 따르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조항은 그 뒤 삼성그룹이 차세대 전략사업 중 하나인 의료기기 R&D에 수많은 연구개발비를 투자하면서도 결국 사업화 할 수 없게 되는 「족쇄」로 작용하게 된다.
그러나 이 조항은 폐지되거나 완화되기는 커녕 외견상으로 오히려 강화된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 5년간 「제조」 금지이던 것이 「판매」 「서비스」 「유통」까지로 확대된 것이다. 단 제한 범위가 기존 전 계열사에서 전자·전기·항공 등 3사로 국한됐으며 나머지 계열사는 경쟁을 금지하기 위한 노력을 할 의무를 명기하는 선에서 합의한 것이다. 「의료기기의 판매·유통·서비스 등의 사업에도 양사간 협력관계가 지속적으로 유지된다」는 삼성전자의 표현은 「GE의 요구에 따른다」는 것과 동일한 의미인 셈이다.
이 결과를 두고 삼성GE의료기기 및 일부 계열사 직원들의 평가도 엇갈리고 있다. 하나는 삼성의 의료기기 사업에 관한 의지가 현 상태에서 찾아보기 어렵고, 따라서 내·외부에서 기대하는 의료기기 제조업 본격 진출은 없을 것으로 보는 부류다.
또 하나는 이들 3개 계열사 외에 제조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은 것이며, 결국 적절한 시기가 되었을 때 그동안 축적한 결과물과 노하우를 통합해 본격 의료기기 제조업에 뛰어들 것으로 보는 부류다.
이 두 가지 견해는 모두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삼성이 그동안 투자한 자금을 회수하고 생명공학과 함께 그룹의 차세대 중점사업 중 하나로 의료기기 사업을 육성하느냐 하는 것은 전적으로 그룹의 의지에 달린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평가하고 있다.
<박효상기자 hs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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