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산리오, 캐릭터사업으로 불황 극복

 「잘 키운 아기고양이 한 마리가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요즘 일본 산리오사는 아기고양이 덕분에 신바람이 나 있다. 이 아기고양이는 다름이 아니라 산리오가 아기고양이 그림을 이용해서 만든 「헬로키티」라는 깜찍한 캐릭터로, 일본에서는 물론 국내에서도 초등학생과 여중고생, 성인들 사이에서 대단한 인기를 끌고 있다.

 산리오는 이같은 헬로키티의 인기에 힘입어 지난 97년에 이어 98년 3월 결산에서도 40% 이상의 매출액 신장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원래 헬로키티가 산리오의 매출액 중 50%를 차지하는 핵심상품이긴 하지만 특히 최근 2년간 보여진 헬로키티 인기는 그 위력을 여실히 증명했다.

 98년 3월 결산에서 산리오의 매출액은 전년대비 40% 늘어난 1214억엔, 경상이익은 13배 증가한 156억엔에 달하는 등 사상 최고의 실적을 거뒀다.

 이달말 마감하는 99년 3월 결산에서도 매출액은 3.8%, 경상이익은 10.3% 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 헬로키티가 처음 등장한 것은 25년전인 1974년이라는 점이다. 산리오의 캐릭터 중에서도 최고참급에 속한다.

 헬로키티의 인기몰이를 한 주역은 초등학생과 여중고생들이었다. 여기에 헬로키티가 나온 70년대부터 보면서 자라 온 성인들도 한몫 한다고 보면 헬로키티의 고객 연령층은 대단히 넓다.

 산리오는 캐릭터를 사용해 문구류나 잡화·의류 등의 상품을 기획하고 판매하는 한편 식품·문구·완구업체 등 400여개사에 자사 캐릭터를 라이선스 공급하고 로열티 수입을 거둬 들이고 있다. 캐릭터 상품이 한 가지라도 인기를 끌게 되면 앉아서 돈을 긁어모을 수 있다는 말을 여실히 입증해 주고 있는 것이다.

 지난 74년부터 캐릭터사업을 시작한 산리오는 일본 캐릭터시장의 개척자라고 할 수 있다. 산리오는 지난 74년 이래 헬로키티 외에 쌍둥이 어린이를 캐릭터화한 「리틀트윈스타스」와 토끼를 이용한 「마이멜로디」 등의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이후 산리오의 캐릭터사업은 어린이와 여중고생의 튼튼한 지지를 바탕으로 순조로운 신장세를 이어갔으나 거품경제 이후 소비가 위축되고 출산이 줄어드는 데 따른 어린이 수의 감소로 매출신장에 큰 타격을 입었다.

 더욱이 거품경제 때 특정금전신탁 등 재테크에 빠져들어 거액의 손실을 발생시킨 데다 90년 이후에는 자회사가 뛰어든 테마파크사업의 부진으로 막대한 부채를 떠안게 됐다. 감가상각의 부담이 커지고 주식평가손 등이 늘어나 92년 3월 결산에서는 265억엔, 95년 3월 결산에서는 120억엔에 이르는 경상손실을 기록, 산리오의 경영을 휘청거리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

 산리오를 이같은 수렁에서 건져준 것은 다름 아닌 헬로키티 붐이었다. 74년에 나온 캐릭터가 25년이 지난 지금까지 인기를 끌고 있는 데는 이유가 있다.

 산리오는 헬로키티의 고객층을 확대하기 위해 80년대 중반부터 캐릭터의 디자인을 조금씩 고치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그대로 적중한 것이다.

 산리오는 우선 유행에 민감한 여중고생이나 젊은 층의 시선을 끌기 위해 유행하는 무늬를 헬로키티의 배경으로 적용시키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흑백 계통의 양복이 유행하면 검정색과 흰색으로만 그렸고 체크무늬가 유행하면 캐릭터의 배경을 체크무늬로 장식했다.

 93년경에는 여중고생의 소품이나 꽃을 배경화면에 집어넣는 시도도 했다. 그동안 헬로키티 캐릭터의 머리에 붙어있던 리본 대신 꽃이 장식된 것도 이때다.

 또 95년부터는 배경을 그리지 않고 헬로키티만 그린 캐릭터를 선보였고 나중에는 몸체를 빼고 얼굴만 그린 헬로키티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산리오는 또 97년부터는 성인을 겨냥해 헬로키티 관련상품을 취급하는 「비비틱스」라는 체인점사업을 시작해 지난해까지 체인점수를 57개까지 늘렸다.

 비비틱스에서는 표범무늬의 옷을 입은 헬로키티 등 새롭게 제작한 독자적인 의류잡화 등을 기획, 판매해 고객층을 여대생이나 직업여성·주부 등으로 확대했다.

 산리오의 이같은 고객층 확대노력에 힘입어 최근 젊은 여성들이 들고 다니는 휴대폰 케이스나 시스템 다이어리는 물론이고 스티커 자판기 등에서도 헬로키티 캐릭터를 쉽게 찾아 볼 수 있게 됐다.

 이 결과 헬로키티를 캐릭터로 응용한 휴대폰 케이스나 휴대폰 연결고리, 도장지갑 등은 연간 50만∼60만개씩 팔려 유례없는 대히트 상품으로 떠올랐다.

 이와 함께 라이선스 공급에 따른 로열티 수입도 크게 늘어났다. 특히 96년부터 가전제품이나 경자동차·오토바이 등 고액상품을 생산하는 업체 등과 헬로키티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기 시작해 꾸준히 이익을 올리고 있다.

 산리오는 이같은 수익을 통해 테마파크사업 등으로 악화된 재무상태를 대폭 개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산리오를 불황의 늪에서 건져올린 헬로키티 붐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지, 헬로키티의 차세대 주자로는 어떤 캐릭터가 나올 것인지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주문정기자 mjjoo@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