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패키지용 인쇄회로기판(PCB) 전문 생산업체인 심텍(대표 전세호)이 미국 최대 보험회사인 AIG사에 지분매각 형식으로 2200만달러 정도의 외자를 유치함으로써 향후 심텍의 사업 전개방향에 국내 PCB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그동안 심텍은 PCB사업 분야 가운데 가장 첨단 분야에 속하는 메모리 반도체 모듈 기판을 비롯한 반도체 패키지 기판 사업에 집중적인 투자를 추진해왔는데도 수년간 지속돼온 적자로 인해 국내 PCB업계에서 주목을 받지 못했다.
오히려 분수를 모르고 첨단 분야에 무모한 투자를 단행해 기업 경영의 부실화를 가져온 전형적인 기업이라는 빈축을 받아왔다.
PCB업계의 이단아 취급을 받아온 심텍이 세계 최대 보험회사이자 투자회사인 AIG로부터 대규모 외자를 유치하게 됨으로써 심텍을 바라보는 국내 전자업체는 물론 PCB업체의 시각은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우선 심텍은 이번에 유치한 2200만달러를 활용해 그동안 경영 압박요인으로 작용해온 고금리 부채를 덜어낼 수 있게 돼 회사의 재무구조를 크게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세호 사장은 『새로 수혈된 260억원 중 180억원은 빚을 갚는 데 사용하고 나머지 80억원은 신규 설비투자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대규모 외자유치로 재무구조의 건전성을 확보하고 미래 사업을 위한 설비투자에 나설 수 있는 여건을 조성했다는 게 이번 외자유치가 가져온 직접적인 효과라면 세계 PCB시장에서의 신인도 확보는 심텍에는 돈을 주고 살 수 없는 무형의 자산이다.
세계 금융 및 투자 자금의 본산인 미국 자본이 심텍에 직접 투자했다는 것은 세계가 심텍의 기술과 성장성을 높이 샀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며, 이로 인해 심텍은 세계 유수의 반도체·통신기기업체와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운신의 폭이 넓어졌다고 할 수 있다.
이미 세계 2위의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마이크론을 비롯해 일본의 NEC, 미국의 TI·록웰·루슨트테크놀로지스 등 전세계 유력 반도체·통신기기업체들이 심텍과의 거래를 확대하거나 주요 공급처로 선정하겠다는 제의가 밀려들고 있다는 게 심텍의 설명이다.
이같은 국제적인 대외신인도 제고를 바탕으로 심텍이 국내 반도체 패키지 시장에서 운신의 폭을 넓힌다면 그동안 대기업 위주로 형성돼온 국내 반도체 패키지용 PCB시장 구도에도 근본적인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관련업계의 분석이다.
특히 기회선점 및 과감한 투자가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반도체 패키지용 PCB사업 성격상 웬만한 대기업도 이 분야에 섣불리 뛰어들 수 없기 때문에 그동안 혹독한 수업료를 지불한 심텍은 이제 새로 수혈된 자금을 바탕으로 국내 반도체 패키지용 PCB분야에서 선두업체로 부상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이미 심텍은 차세대 메모리 모듈 기판인 램버스 메모리 모듈 기판을 개발해 놓고 있으며 향후 수요가 늘어날 웨이퍼스케일 CSP, 멀티칩모듈(MCM) 등 첨단 반도체 패키지 기판은 상업화 전단계까지 진입시켜 놓고 있다.
전 사장은 『심텍을 오로지 반도체 패키지 기판만을 생산하는 PCB업체로 육성, 오는 2000년 미국 나스닥에 상장시킬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희영기자 h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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