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공대는 학생 숫자가 8000여명에 이르고 교수도 240여명에 달하기 때문에 우선 외형상 하나의 종합대학과 같은 느낌을 받는다. 이 학교가 최근 11개 학과를 각각 상징하는 「사이버학생 캐릭터」를 제작, 학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캐릭터 제작비만도 3000만원이 들어갔다. 한 단과대학의 빠듯한 예산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액수다. 그러나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 일을 적극 추진한 사람은 서울대 공과대학 학장을 맡고 있는 이장무 교수(54). 그는 이 사업을 처음 고안했을 뿐만 아니라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는 등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 학장이 이러한 사업의 필요성을 처음 느꼈던 계기는 지난해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학장을 맡은 지 1년 정도 되던 때인 지난해 3월 처음으로 11개 학과 대표들을 초청해 학교의 전반적인 운영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했는데 학생들이 그렇게 좋아할 수 없었다』고 설명한다.
그는 『당시 학생들이 학교사정에 대해 너무 모르는 데 놀랐다』며 『이때부터 학생과 교직원간, 또 학생들간 공통관심사에 대해 토론과 함께 정보를 효과적으로 나눌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한다.
이 학장은 곧 애니메이션 전문가인 고형석 교수(컴퓨터공학과)에게 요청, 건축학과 등 서울 공대에 소속된 11개 학과와 1명의 교수를 각각 상징하는 사이버 학생 및 교수 캐릭터를 만드는 방안을 추진했고 최근 이를 완성, 신입생 입학식에서 처음 공개하기에 이르렀다.
건축과의 캐릭터인 「아키」와 원자핵공학과의 「누리」 등 2명만 여학생이고 나머지 9명은 모두 남학생으로 구성된 사이버학생들은 벌써부터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이고 있다. 우선 이들은 최근 신입생 입학식때 공동으로 축하공연까지 연출함으로써 주위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이장무 학장은 『영상세대인 대학생들은 그들만의 언어가 있다는 데 착안해 사이버학생을 제작했는데 이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이 기대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모든 구성원이 사이버학생의 등장에 환호하는 것은 아니다. 원로교수들 중에는 무관심파도 있지만 드러내놓고 순수학문 연구의 마지막 보루가 되어야 할 대학이 「경박한」 시대풍조에 편승하고 있다며 못마땅해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이 학장은 이러한 일부 교직원들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사이버학생과 교수의 활동범위를 앞으로 더욱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하며 밝게 웃었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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