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미디어 산업은 치열한 기술전쟁입니다. 만약 동영상압축(MPEG:Moving Picture coding Expert Group)2라는 규격을 국제표준으로 채택한 미국·일본 등 선진국들의 특허공세가 강화될 경우 국내 기업들은 막대한 특허료부담 때문에 디지털 위성방송·고선명 디지털 TV 등 멀티미디어 응용 제품에 대한 사업을 포기해야 할 것입니다.』
오는 15일부터 서울 호텔롯데에서 열리는 멀티미디어 국제표준화회의를 주관하는 주덕영 국립기술품질원장(55)은 『그러나 멀티미디어 국제표준 규격은 계속 갱신되기 때문에 이제부터라도 국내 정보산업계가 국제표준화에 관심을 기울인다면 특허료 때문에 사업을 포기해야 하는 불행한 사태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국립기술품질원은 정보산업분야의 국제표준 제정기구인 국제표준화기구(ISO) 및 국제전기기술표준위원회(IEC) 산하 제1 공동기술위원회(JTC1)의 국내 대표기구.
주 원장은 『이번 멀티미디어 국제표준화 회의의 서울 개최는 국내 전문가들이 규격제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국제표준 제정시 국내기술이 적극 반영될 수 있을 것』이라고 이번 국제회의에 대한 의의를 밝혔다.
『미·일 등 선진국들은 MPEG2의 규격을 제정하고 자신들의 기술을 반영시켰지만 국내 업체들은 표준화 작업에조차 참여하지 못했습니다. 그 결과 막대한 시장창출이 예상되는 MPEG2 응용산업이 자칫 설자리를 잃게 될지도 모른다는 위기를 느꼈지요.』
때문에 국립기술품질원은 정부차원에서라도 대비책을 마련해야 된다고 판단, MPEG2의 새로운 버전인 MPEG4의 국제표준화작업에 발벗고 나섰다는 것.
『품질원은 MPEG4의 국제표준에 국내 기술을 반영시키기 위해 대표단을 구성해 지난 94년부터 각종 회의에 꼬박꼬박 참석해 왔습니다. 이같은 노력으로 지난해 10월 스위스 프리부르에서 개최된 JTC1/SC29 총회에서 99년도 회의를 서울에서 개최하기로 잠정결정된 데 이어 지난해 7월 독일 베를린총회에서 서울 개최가 최종 결정됐습니다.』
MPEG4의 국제규격이 최종 투표만을 남겨두고 있고 새로운 MPEG7의 표준화를 위한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나라에서 회의가 개최돼 MPEG4뿐만 아니라 MPEG7의 국제규격에도 국내 기업들의 입장이 상당부분 반영되지 않겠느냐는 게 주 원장의 기대다.
『MPEG4의 경우 우리나라가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 5개 기관과 업체에서 20여건의 독자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이것이 국제규격으로 채택될 경우 1000만 달러 정도의 수익이 기대됩니다. 또 미국·일본 등 다른 국가와 경합중인 기술도 다수 있어 이번 회의를 통해 국내 기술이 국제규격 안에 포함되도록 많은 자료를 제시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품질원은 지난해 11월부터 41명으로 국제회의 추진조직을 구성해 이번 회의를 준비해 왔으며 특히 우리나라의 입장과 업계의 기술을 적극 반영할 수 있도록 총 94명으로 전문가집단을 구성하기도 했다.
주덕영 원장은 『민간기업 및 정부에 근무하면서 국제표준 기술이 통상에 얼마만큼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익히 경험했다』며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선진국들처럼 민간차원에서도 국제표준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여 주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유성호기자 sungh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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