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끝없는 혁명 (1);시리즈를 연재하며

진공관라디오에서 256메가 D램까지

 1959년 금성사의 진공관 라디오 생산으로 시작된 한국의 전자산업이 올해로 40주년을 맞았다. 사람의 나이로 쳐 불혹(不惑)에 접어든 한국의 전자산업은 정치적·사회적 격동기였던 5·16에서 제3공화국 그리고 80년대 제5공화국에 이르기까지 경제발전의 중심축을 이뤄 왔다는 독특한 성격을 갖고 있다. 또한 반도체·전자통신·정보처리 등 여러 분야에서 전자기술의 발전이 한국사회의 변혁과 사회구성원의 의식 변화에 미친 영향은 막대한 것이었다.

 전자산업이 그동안의 성장 발전과정에서 터득한 경험과 가속도로 새로운 밀레니엄 시대에도 한국의 경제·사회 등 분야에서 막대한 영향을 미치리라는 것은 이제 의심할 여지가 없어졌다. 그래서 이 시점에서 지나간 40년의 역사를 되짚어보는 것은 새로운 40년을 기약하는 첫걸음이기도 하다.

 더욱이 한국전자산업은 새로운 밀레니엄의 개막을 1년 앞둔 시점에서 40주년을 맞는 행운까지 겹쳤다. 본지는 바로 이런 배경에 대해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오래 전부터 두개의 특별기획물을 준비해 왔다.

 두개의 특별기획물 가운데 하나는 지난 40년간 한국전자산업의 역정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초대형 별쇄 특집 「전자산업 40년사」고 또 하나는 앞으로 매주 1회씩 연재될 연중시리즈 「끝없는 혁명-진공관 라디오에서 2백56MD램까지」다. 국내 언론사상 처음으로 시도하는 이 두개의 특별기획물을 마침내 오늘 함께 첫선을 보이게 된 것이다.

 우선 별쇄 특집의 경우 50년대 말 전자공업이라는 말로 시작된 한국의 전자산업이 가전산업·전자부품산업·반도체산업·통신산업·컴퓨터산업·자동화산업 등으로 분화돼 90년 전자정보통신산업으로 확대 발전되기까지 분야별 발전사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기획물이다.

 별쇄 특집이 40년 역사의 주역이었던 전자산업 관련업체들의 성장과정에 초점이 주어졌다면 연중시리즈 「끝없는 혁명…」은 지난 40년 동안의 전자산업 역사를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총체적인 시각에서 조망해 보는 종합기획물이다. 즉 전자산업 40주년 기념이라는 주제는 서로 같지만 접근방식은 완전히 다른 셈이다.

 매주 목요일마다 본면에 연재되는 연중시리즈는 앞으로 1년여 동안 40주년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전자산업 발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건들을 45개의 큰 획으로 정리하게 된다. 이 시리즈에서는 특히 지나간 역사의 교훈을 통해서 또 다른 40년을 준비해야 하는 한국의 전자산업에 대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과 새로운 밀레니엄에 대한 비전도 함께 제시할 계획이다.

 시리즈는 45개의 사건을 주제의 연관성과 연대순에 맞게 다시 5부로 나눠 구성된다. 이번 호에서는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앞으로 1년여 동안 연재할 시리즈 내용을 주제별로 간략하게나마 살펴보기로 한다.

 시리즈의 프롤로그 성격으로서 59년 한국의 전자산업이 태동하기 전야의 포괄적인 역사들을 3회에 걸쳐 살펴본다. 첫회는 한국전자산업 40년사 전사(前史) 상편으로서 한성-제물포간 전신업무가 개통된 19세기 구한 말에서부터 일제시대와 해방기에 걸친 전자산업 태동 전야를 시대별로 개괄한다. 하편에서는 정부수립에 의해 공업의 개념이 탄생하는 건국 초기에서 50년대 말까지의 전야를 역시 시대순으로 정리할 계획이다. 3회에서는 한국전자산업보다 40년이나 앞선 1920년에 태동한 세계 전자산업의 기술수준과 흐름을 점검하는 내용으로서 도도한 세계적인 흐름이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를 살펴본다.

 59년 태동에서부터 제3공화국의 경제개발과 조국 근대화에 불이 붙은 60년대 말까지 주요 사건들을 12개로 정리했다.

 첫회에서는 58년 금성사의 설립에 이어 1년 만에 선을 보인 국산1호 진공관 라디오의 탄생배경을 통해 어째서 이것이 한국전자산업의 태동을 알리는 사건이었는가를 알아본다. 2회는 기독교방송과 부산문화방송 등 민간방송의 개국이 전자산업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를 살펴본다. 3회에서는 국내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통신분야가 마침내 62년 국내기술로 스트로저(Strowger)식 교환기 조립생산에 이르는 과정을 소개하며 4회에서는 부족한 자본과 기술을 해외에서 들여오기 위한 외자도입법의 제정과 이를 통해 진출한 외국기업들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알아본다.

 5회에서는 구한 말 신사유람단에 비유되는 전자공업해외시찰단 활동과 전자산업을 수출전략산업으로 육성하려는 정부정책 등을 짚어본다. 6회에서는 기술자립이 필요하다는 인식 아래 출범한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와 기술정책의 본산 과기처의 발족 등을 다룬다.

 7회에서는 60년 중반 다이오드와 트랜지스터 조립으로 비롯된 초창기 반도체산업을, 8회에서는 최초의 관련단체인 전자공업협동조합의 설립과정 등을 다룰 예정이다. 9회와 10회에서는 컬럼비아대 김완희(金玩熙) 교수의 전자공업진흥을 위한 건의서와 이를 토대로 한 전자공업진흥법의 제정 등을 알아본다. 11회에서는 전자산업의 도약을 알린 흑백TV생산 개시를, 12회에서는 삼성전자의 등장과 이를 둘러싼 업계의 갈등 등을 다룬다.

 전자산업을 수출대체산업화한 데 이어 수출촉진 전략산업화한 70년대의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12개로 모아 정리한다. 당시 정부와 업계가 기술과 제품의 국산화에 얼마나 많은 관심을 보였으며 이에 따른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는 점도 함께 적시할 예정이다.

 첫회는 수출촉진의 첨병 역할을 하던 한국전자제품수출조합의 출범을 통해 수출만이 지상과제였음을 보여주는 70년대 초반의 시대적 상황을 자세하게 그린다. 2회에서는 당시 국내외에서 불던 전자제품의 트랜지스터화를, 3회에서는 전자산업 전문공단인 구미공단의 출범과정을 각각 다룬다. 4회와 5회에서는 72년 전자산업 무역수지가 처음으로 흑자로 돌아섰지만 불과 1년 만에 불어닥친 제1차 오일쇼크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이런 난관을 지나친 낙관으로 일관함으로써 장기적으로는 더 큰 화를 초래하게 됐다는 점을 지적한다.

 6회에서는 장거리전화(DDD) 개통을 비롯, 고속 성장하는 70년대 전기통신 분야를 다루고 7회에서는 큰 폭으로 신장하는 오디오 분야에 대한 내용을 정리한다. 8회에서는 70년대 전산화 열기와 국산1호 컴퓨터인 세종1호 개발과정을 다룬다. 이어 9회에서는 제4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정에서 바뀐 전자산업육성정책과 그 결과 태어난 한국전자기술연구소(KIET) 및 정부와 민간기업 교량기구인 한국전자공업진흥회 발족 등에 대해 다룬다.

 10회와 11회에서는 77년 컬러TV의 생산시대에 접어든 상황과 갈수록 거세지는 무역장벽을 뚫기 위해 시도되는 국내 생산시설의 해외이전 계획들을 다룬다. 12회에서는 상공부·과기처·체신부 등 주요 관련부처간에 전자산업 주도권 경쟁이 시작된 내용을 다룬다.

 80년대 방송통폐합에 이은 컬러TV방송 개시 그리고 88서울올림픽 유치 등이 결과적으로는 전자산업 확대 발전에 큰 계기가 됐다는 내용들을 역설적으로 다룬다. 80년대 초반 신군부의 등장과 서울올림픽 직전까지의 사건들을 역시 12개로 정리했다.

 첫회와 2회에서는 컬러TV방송의 개시 상황에 이어 신군부의 등장을 정당화시키는 방편으로 대두된 이른바 산업합리화 정책의 회오리를 자세하게 다룬다. 이어 3회에서는 대한전선을 인수한 대우그룹의 등장으로 전자 3사 구도가 정착된 상황을 그리고 4회에서는 83년 수입자유화예고제의 시행으로 그 동안 온실의 화초처럼 자라왔던 업계의 전략 변화가 불가피해진 상황을 담는다.

 이어 5회에서는 전기·통신보급의 확대 및 데이터통신 보급의 필요성에 따라 한국전기통신공사와 한국데이터통신이 잇따라 설립됐다는 내용을, 6회에서는 올림픽 유치에 대응하기 위한 전자산업고도화 정책 등의 실체를 다룬다.

 7회에서는 유사이래 최대 국가프로젝트라고 일컬어졌던 5대 국가기간전산망사업 추진의 단초가 된 정보산업육성위원회의 발족을 다루고 8회에서는 박차가 가해진 부품 국산화 현황과 부작용들을 소개한다. 9회에서는 미국의 실리콘밸리를 본뜬 청계천 전자상가의 등장을, 10회에서는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80년대 중반 32KD램에서 1MD램까지의 반도체 개발사를 각각 다룬다. 11회에서는 PC산업의 확대 발전을 가져온 교육용 PC 5천대 보급계획을 살펴보고 12회에서는 통신한국을 열어 가는 계기가 된 TDX교환기 개발사를 재현한다.

 88올림픽 이후 현재까지를 6회에 걸쳐 다루게 된다. 제3부에서는 특히 88년 전산망이용촉진에 관한 법률의 시행과 이를 근거로 시작된 국가기간전산망사업의 허와 실, 전화가입자 1천만 돌파, 저작권 및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의 제정, 오히려 골치덩어리가 된 대미 흑자와 전자부문 1백억달러 수출 돌파 그리고 이 때문에 야기된 각종 무역규제 내용들을 심도있게 다룰 예정이다.

 전체 마지막회에서는 전자산업이 90년대에 들어서면서 전자정보통신으로 확대 발전돼 가는 과정과 함께 세계에서 첫번째로 성공한 2백56MD램 개발의 신화, 이동전화가입자 1천만 돌파 등을 다루며 대단원을 장식하게 된다.

<서현진기자 jsu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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