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취미는 하늘을 날아다니는 겁니다. 오늘은 서울에서 제주도를 거쳐 일본까지 비행을 했고, 내일은 하와이에서 출발해 남태평양의 섬들을 날아볼까 합니다.』
어느 유명한 파일럿의 이야기가 아니다. 누구나 컴퓨터 한 대와 프로그램 하나만 있으면 언제든지 날아볼 수 있는 「비행 시뮬레이션 게임」의 내용이다.
비행 시뮬레이션이라는 장르는 이미 80년대부터 실제 비행기 조종을 위한 연습을 위해 개발돼 게임으로까지 전파된 분야다.
최근 3차원 그래픽 기술의 발전으로 과거 단순한 전투게임이나 비행연습에 사용되던 비행 시뮬레이션 분야가 한차원 높아져 신세대 마니아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비행 시뮬레이션은 크게 일반 비행과 전투게임 시뮬레이션 두가지로 나뉜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플라이트 시뮬레이터 98」로 대표되는 일반 비행 시뮬레이션은 전세계 각지역의 실사 화면과 운항되는 각종 비행기로 구성된다.
세스나기에서 보잉 747에 이르기까지 전세계에서 현재 운항되고 있는 각종 비행기를 선택해 비행을 할 수 있다. 날고 싶은 지역도 전세계 어느곳이든 선택할 수 있으며, 국내도 물론 날아다닐 수 있다.
하지만 시뮬레이션은 일반 비행게임들과는 달리 버튼 하나만 누르면 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각 비행기의 실제 특성에 따라 데이터를 입력해 놓았기 때문에 엔진에 시동을 걸고 스로틀을 올린 다음 이륙에 이르기까지 각 단계를 모두 밟아줘야 이륙이 가능하다.
이륙을 한 다음에도 실제 비행하는 것과 똑같이 고도와 방위를 유지하면서 항로지도를 보며 목적지까지 날아가야 한다. 물론 날아가는 동안 보이는 지형도 현실과 거의 똑같다. 일부 프로그램의 경우 좋은 3D가속카드를 장착했을 경우 건물까지 볼 수 있을 정도로 세밀한 그림을 보여준다.
일반 비행 시뮬레이션처럼 실사에 가까운 화면을 보여주고 비행기 조종도 실제와 똑같으면서도 다른 비행기와 전투까지 할 수 있는 게임이 전투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국내 전투 시뮬레이션 게임 마니아들이 최근 주목하는 게임은 크게 두 종류다. 하나는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게임이고 또 다른 하나는 한국을 무대로 한 비행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게임으로는 현재 마이크로프로즈의 「유로피언 에어 워」를 시작으로 제인스의 「WWⅡ 파이터」에 이어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사에서 「컴뱃 플라이트 시뮬레이터」를 내놓고 있다.
한국을 무대로 한 시뮬레이션은 최근 수입불가 판정을 받은 마이크로프로즈의 「팰콘 4.0」과 GSC사의 「F/A 18 호넷:코리아」가 인기를 모으고 있다. 물론 남북한 관계를 배경으로 한 전투기 때문에 국민정서상 문제가 될 수도 있지만 「팰콘 4.0」의 경우 위성사진에 가까운 선명한 배경화면을 보여주고 있어 많은 국내 마니아들이 인터넷 등을 통해 구입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게임이 전투를 할 수 있도록 했다고 해서 액션게임이나 아케이드 게임에 포함될 수는 없다. 전투기 조종이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대부분 프로펠러로 움직이는 이 비행기는 당시의 성능에 맞춰 움직이기 때문에 회전 등의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하다. 따라서 전투를 할 때도 비행기의 특성에 맞춰서 많은 연구가 필요해 게임이라기보다는 비행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에 가깝다.
나우누리의 비행 시뮬레이션 게임 동호회인 「Now Electronic Wings」 같은 곳에는 신세대 마니아들이 만들어놓은 지도, 매뉴얼, 팁들이 가득하다. 국내의 경우 아직까지 소수가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일단 마니아가 되면 어떤 게임보다도 깊이 빠져드는 특성이 있다.
<구정회기자 jhk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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