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정보통신 산업 새해 시장을 진단한다 (5)

TRS.무선데이터 분야

 『사업 중도하차를 고려할 정도였습니다. 가입자는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지, 뚜렷한 돌파구는 보이지 않지, 정말 죽을 맛이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나아지지 않겠습니까. 우선 경기가 풀리면서 기업들이 신규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이 청신호입니다.』

 주파수공용통신(TRS)업계 한 임원의 하소연이지만 어느 사업자보다도 힘들었던 한해를 보냈던 TRS와 무선데이터업계의 현주소를 실감나게 표현해주는 말이다. 그의 말대로라면 각론에서는 다소 엇갈릴지 모르지만 총론에서는 올해 시장이 빨간불에서 파란불로 넘어가기 위한 노란불 수준은 되지 않겠느냐는 다소 낙관적인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실제로 TRS와 무선데이터업계는 지난해 연초와 비교해 무척 고무돼 있다. 우선 최근 선보인 택시콜·위치정보 등 틈새시장을 겨냥한 서비스가 예상 밖의 성과를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구조조정 등으로 크게 위축됐던 기업체들이 물류나 유통정보화를 위해 TRS 및 무선데이터 서비스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출발이 좋아 내심 기대를 걸고 있는 분위기다.

 더욱이 무선데이터업계는 사활을 걸고 추진하고 있는 일반인 대상의 무선데이터서비스(TWM)가 큰 호응을 얻으면서 폭발적인 가입자 증가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99년이 무선데이터서비스가 튼튼한 둥지를 트는 실질적인 데이터서비스 원년이라고 공공연하게 얘기할 정도다.

 이같은 다소 희망적인 분위기와 달리 지난해만 해도 TRS와 무선데이터는 국제통화기금(IMF) 직격탄으로 뿌리부터 흔들릴 정도로 어려운 고비를 맞았다.

 정보통신부에서 자체 조사한 무선통신서비스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TRS는 전국과 지역사업자를 통틀어 4천명 정도의 신규 가입자를 확보했다. 지난해 말까지 누적 가입자는 6만7천명으로 전년에 비해 7% 정도 늘어나는 데 그쳤다. 무선데이터 가입자 역시 서비스 원년인 97년 3천명에서 1만3천명으로 증가했다. 단순하게 가입자 증가율만을 보면 그렇게 나쁜 상황은 아니다. 더욱이 이동전화를 제외한 무선호출·시티폰 등 다른 서비스 가입자가 도리어 줄어드는 것에 비하면 실낱같은 희망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매출액을 놓고 보면 이들 사업자의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다. TRS는 전국과 지역 4개 사업자가 지난해 65억원, 무선데이터도 3개 전국사업자를 통틀어 8억원의 매출액을 달성하는 데 그쳤다. 웬만한 중소기업의 매출액에도 못미치는 규모다. 서비스 초창기이고 일반인 대상이 아닌 기업을 주요 타깃으로 하는 산업형 서비스임을 감안해도 사업자 수나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적은 매출액인 것만은 사실이다.

 이는 우선 경기불황이라는 돌출변수 때문이지만 근원적으로 국내 TRS와 무선데이터시장이 아직은 시기상조이며 10여개가 넘는 사업자가 존재할 정도로 크지 않다는 것도 한 요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올해를 기점으로 TRS와 무선데이터업계에도 자연스런 구조조정 작업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인위적인 구조조정이 아닌 경영악화와 사업성 불투명에 따른 자연스런 정리작업이 시작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TRS는 장비기종에 따라 2∼4개의 주력 사업자로, 무선데이터 역시 최소한 1,2개 사업자 정도만이 살아남지 않겠느냐는 구체적인 구조조정론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 모토롤러 장비를 사용하고 있는 한국TRS와 지역사업자가 공동 마케팅과 공동 시설투자를 위해 손잡고, 지오텍 장비를 중심으로 지역사업자가 서로 제휴한 것을 구조조정의 신호탄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기묘년을 기점으로 TRS와 무선데이터시장은 지난해와 비교해 서서히 생기를 되찾아가고, 한편에서는 최근 고개를 들고 있는 구조조정 논의로 어느 해보다도 바쁜 한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