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 정보생활 결산

 올 한해는 전반적인 경기침체 속에서도 인터넷과 PC통신의 대중화로 사이버 문화가 급속히 확산되었다는 것을 가장 큰 변화로 꼽을 수 있다. PC통신 인구가 늘어나면서 사이버 마케팅사업이 본궤도에 올랐으며 사이버 장터도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났다.

 이러한 사이버공간이 확대되면서 사이버 언더그라운드 문화가 꽃망울을 피웠으며 사이버 윤락 등 정보사회의 윤리문제도 수면 위로 부상하는 등 부작용도 뒤따랐다.

 IMF의 시련은 우리 생활구조를 크게 바꿔놓았다. 기업들의 빅딜, 퇴출, 구조조정으로 실직자가 대량 배출되면서 취업대란을 불러일으켰고, 가계수입의 감소는 절약풍조로 이어져 소비와 구매 패턴을 크게 변화시켰다.

 이같이 올 한해 동안 우리 생활 속에서 변화된 모습들과 젊은층 사이에 이슈로 부각됐던 사건들을 뒤돌아보고 새해 발전적인 계획을 세워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연초 우리 국민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던 IMF 한파는 자기 집에서 소자본으로 출발할 수 있는 소호(SOHO)족을 대거 탄생시켰다. 정보제공(IP)을 비롯해 뉴스 클리핑 서비스, 소규모 광고대행, 그래픽 디자인, 출판기획 등 다양한 분야에서 통신 네트워크를 십분 활용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또 연간 1억원의 이익을 내는 소호족도 등장하는 등 소호가 정보시대의 유망직업으로 부각되면서 소호 열풍이 불었다.

 우리나라 소호족은 최근까지 10만명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네트워크형 소호와 창업자금 3천만원 이하의 스몰 비즈니스 인구 전체를 소호족으로 볼 때 경제활동 인구의 5%까지 늘어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학졸업 미취업자를 포함한 2백만명에 이르는 실업자들이 소호에 대한 관심을 높여 소호족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IMF에 따른 가계수입 축소는 컴퓨터의 구매 패턴을 바꿔놓았으며 사라져가는 주변기기가 효자 상품으로 바뀌는 복고풍을 불러오기도 했다. 최신형 모델만 고집했던 소비자들 사이에 눈높이를 크게 낮춰 불필요한 기능을 뺀 중저가 모델이나 벼룩시장을 통해 중고PC를 구입하는 알뜰구매가 확산되기도 했다. 또 필요한 부분품을 업그레이드해 사용하는 실속형 소비자들이 늘어났다. 된서리를 맞은 PC업체들은 이러한 소비형태의 변화에 따라 보장형 PC, IMF형 PC, 맞춤형 PC, 실속형 PC 등 가격에 거품을 뺀 중저가형 모델을 앞다퉈 출시하면서 활로를 모색하는 변화의 모습을 보여줬다.

주부들 사이에는 가계수입이 감소하면서 무료 컴퓨터 강좌 신청하기, 무료 인터넷 접속서비스 이용하기 등 「자린고비 따라하기」가 유행했다. 무조건 줄이는 것만이 「절약」이 아니라는 반발도 일어나 정보통신 서비스 이용을 끊기보다 적게 사용하고 무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례가 늘어났다. 주부들은 정보문화센터를 비롯해 각 구청·도서관·기업체 등에서 운영하는 무료 인터넷·컴퓨터 강좌에 몰리는 경향을 보였다. 또 아이네트에서 제공하는 「아이프리」, 교육부의 「에듀넷」 등 무료 사이트에 네티즌들이 대거 몰린 것도 예년과 다른 풍속도다.

PC통신 인구가 3백만명을 넘어서면서 사이버공간을 이용하는 마케팅사업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도 올해 두드러진 현상이다. 일명 사이버 딜러로 불리는 사이버 마케팅은 별다른 준비 없이 컴퓨터 조작만 가능하면 곧바로 사업이 가능하다는 장점으로 인해 실직자들이 대거 몰렸다. 한 예로 성원정보기술이 사이버 컨설턴트를 모집하는 데 한달만에 1천여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려 판매품목을 확대했으며 기아자동차도 「사이버 프리랜서 제도」를 도입, 10만명까지 늘릴 계획을 발표하는 등 사이버 마케팅사업이 일대 회오리 바람을 일으키기도 했다.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사이버 장터」가 유행처럼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것도 올해 달라진 형태다. 각 지자체는 인터넷을 이용해 지역내 중소기업들의 홍보를 도와줌은 물론 쇼핑몰을 구축해 판매까지 지원했다. 많은 돈을 들여 개별적인 쇼핑몰을 구축하기 어려운 중소기업들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사이버 장터는 국문과 영문으로 제작, 해외시장도 겨냥하고 있다. 또 홍보는 물론 제품의 상세한 안내, 거래 알선, 수출시장 정보와 해외 바이어들의 수출요청 정보도 제공하는 등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면서 각 지자체들이 앞다퉈 사이버 장터를 개설했다.

올들어 사이버 공간에서 언더그라운드 문화가 「꽃망울」을 피웠다. PC통신 음악자료실과 함께 패러디 웹진의 대표격인 「딴지일보」가 등장,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기존의 정형화된 문화에 대해 비주류를 선언하며 마니아군을 형성했다. 인터넷과 PC통신 등 사이버공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언더그라운드 문화로는 팬터지와 무협소설로 대표되는 문학분야를 비롯해 대중음악·사회비평 등이다. 네티즌들의 전폭적인 호응을 받으며 이 중 일부는 베스트셀러 작가로 현실문화 속으로 진출하는 등 비약적인 발전상을 보였다. 아직은 음악 등 일부 분야에 참여하고 있지만 캠코더의 보급이 급속히 늘고 있어 머지않아 영화분야에도 언더그라운드 문화가 상륙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컴퓨터 통신 대화방을 통한 「사이버 윤락」이 정보사회 윤리문제로 잡음을 일으켰다. PC통신으로 윤락을 알선하는 「사이버 포주」가 처음으로 적발되는 한편 PC통신 대화방을 통한 「부부교환 섹스알선」 홈페이지가 등장, 사회에 충격을 주었다. 신학대생이 유니텔에 접속, 「고소득 아르바이트 보장」이라는 비공개 대화방을 개설한 뒤 매춘을 희망하는 20대 초반의 여성들을 모집하다 검찰에 적발됐다. 또 전모씨(38)가 대화방을 통해 회원간의 집단 및 교환성관계를 알선했다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부부교환」 「프리섹스」에 대한 일본 사례를 모방한 경솔한 광고로 부부 한 쌍이 참가했다가 결국 이혼까지 이르는 부작용을 낳았다.

인터넷을 통한 가상대학이 등장, 교육계의 새 장르를 열었다. 그동안 가상대학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대학의 수는 서울대 등 71개 대학으로 교육부는 지난 2학기부터 5백36개의 사이버강좌가 개설, 4만5천여명이 수강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의 대학은 우선 재학생을 대상으로 사이버강좌를 개설하고 있으나 일부 컨소시엄에서는 일반인들에게도 문호를 개방할 예정이어서 사이버 가상대학의 영역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신세대들 사이에서는 휴대전화를 소유하지 못하면 시대에 뒤떨어지는 것으로 인식, 휴대전화가 생활속의 정보기기로 정착되는 한편 차세대 휴대형 디지털 오디오기기인 「MP3 플레이어」가 인기를 끌었다. 국내 새한정보시스템이 세계 최초로 상품화한 MP맨은 전세계 네티즌들의 시선을 사로잡으면서 히트예감 상품으로 급부상했다. 이에 따라 국내외에서 내로라하는 유수의 업체들이 앞다퉈 개발, 시장 선점경쟁에 돌입했다.

그동안 별도의 시장으로 구분돼온 온라인 게임과 패키지 PC게임의 경계선을 무너뜨린 인터넷 PC게임이 신종 엔터테인먼트 사업으로 급부상했다. 올 하반기부터 대학가 지역을 중심으로 하나 둘씩 생겨난 인터넷 PC게임방은 지금은 2천여개나 문을 열고 성업중이다. 특히 최근에는 인터넷 PC게임방을 개점해주는 체인점까지 생겨나기도 했다.

<원연기자 yw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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