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쇼핑의 대명사는 미국의 「아마존」이다. 인터넷으로 전세계에 서적을 판매,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되는 아마존은 이 분야에서 빠지지 않고 인용되는 성공사례다.
아마존이 지난 3년간 거둔 실적을 보면 실제로 그렇다. 96년에 1천5백70만달러이던 매출이 97년에는 1억4천7백80만달러로 껑충 뛰었다. 1년새에 10배의 성장률을 기록한 셈이다. 98년에는 더하다. 지난 3·4분기까지 매출은 4억2천3백20만달러. 그야말로 승승장구다.
그러나 아마존의 매출이 느는 만큼 같은 비율은 아니더라도 적자 역시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에 주목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96년 5백80만달러 손해를 본 아마존은 97년 2천7백60만달러, 98년에는 3·4분기까지 8천5백만달러 정도 적자를 기록했다. 미국 전자상거래 컨설팅회사인 아이스그룹의 분석에 따르면 제품의 평균가격에 비해 평균 주문비용이 5달러 정도 높기 때문이다. 속내를 들여다 보면 그리 좋은 상태는 아니란 얘기다.
또 하나의 유명한 인터넷 쇼핑몰 「CD나우」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매출 1천7백40만달러, 올해 3·4분기까지 4천3백40만달러를 거둬들인 CD나우도 1천70만달러(97년), 3천7백50만달러(98년 3·4분기까지)의 적자를 감수해야 했다.
이는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치명적이다. 절대적으로 수익을 남겨야 하는 것이 기업이라고 했을 때 이들 두 업체의 영업방식은 낙제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건재한 것은 미국 주식시장의 특수성 때문이다. 주식가치의 강세가 적자를 보전해주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국내에서는 이같은 현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상장의 이점을 맛볼 수 없을 뿐더러 상장했다 하더라도 결과를 낙관하기 힘들다.
전국에 걸쳐 2백여개 이상 되는 국내 인터넷 쇼핑몰은 더군다나 미국의 유명 사이트들처럼 매출이 급성장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인터넷인구의 폭발적인 성장을 기대하는 것도 무리다. 기댈 곳이 어디에도 없는 상황이다.
인터넷 쇼핑의 개념과 시각에 대한 변화가 필요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인터넷 쇼핑몰 업체들은 대부분 2∼3년 후면 국내 인터넷 쇼핑 분야도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그때까지 버티기만 하면 된다는 논리다. 물론 일리가 있는 말이다. 시간이 흐르면 인터넷 사용인구가 자연스레 늘 것이고 인터넷 쇼핑의 편리함이 널리 알려질 것이라는 데에 이견을 내놓을 사람은 없다.
그러나 문제는 현실이다. 지금 당장 하루하루가 힘든 상황에서 2∼3년 후까지 생각할 겨를이 없는 상태다. 인터넷 쇼핑몰 업체, 특히 중소형 쇼핑몰 운영업체들은 인터넷 쇼핑몰의 개념과 보는 시각을 바꿔야 할 때다.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미래를 보장받기 위해서다.
인터넷 쇼핑의 기반은 커뮤니티다. 상품을 진열만 해놓는다고 해서 팔릴리 만무하다. 커뮤니티란 네티즌들이 모여 의견을 교환하고 정보를 주고받는 공간이다. 사람들이 모이는 커뮤니티가 형성되지 않는다면 활발한 상거래가 일어날 수 없음은 물론이다.
나아가 인터넷 쇼핑몰에는 상호작용(인터액티브)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단순하게 물건을 사고 파는 구매자·판매자의 관계보다는 생각을 주고받으며 필요한 물건을 사고 파는 유연한 관계가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인터넷을 통해 자동차의 스펙을 선택하고 구입하는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현재 대부분의 인터넷 쇼핑몰들은 커뮤니티 서비스에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 상품을 파는 데만 집중할 뿐 네티즌들이 머물며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놓고 있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커뮤니티 서비스를 중시하는 인터넷 쇼핑몰로 아마존을 들 수 있다. 아마존의 경우 상품에 대한 정보제공에 충실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품의 내용을 잘 정리해 놓았을 뿐 아니라 이용자들의 사용경험도 소개하는 등 커뮤니티 확보에 비교적 적극적이다.
이와 함께 인터넷 쇼핑몰은 백화점과 다른 형태를 띨 때 성공가능성이 더욱 크다는 것 역시 심각하게 검토돼야 할 문제다. 모든 제품을 나열해 놓은 백화점화가 아니라 전문화·차별화가 요구된다는 말이다.
국내에는 인터넷에서만 판매할 수 있는 전담품목이 거의 없는 상태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살 수 있는 물건은 백화점이나 할인점에서도 값싸게 구입할 수 있는 환경이다. 이 경우 인터넷 쇼핑몰의 장점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 인터넷 쇼핑몰 운영업체가 가격경쟁력으로 승부하려는 생각을 버리지 않는 한 전문화·차별화는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인터넷 쇼핑몰의 백화점화는 기획력의 부족에서 나온다. 모든 상품을 더욱 싸게 공급받는 것이 최우선시되는 현재의 풍토에서는 기획력을 기대할 수 없다. 뛰어난 기획력은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할 때만이 가능하다.
기획력을 바탕으로 소비자의 니즈(Needs)에 부응하는 상품을 캐내 인터넷을 통해 판매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전략마케팅이다. 연령별·지역별·용도별 고객층이 다르다면 이에 맞는 마케팅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전자상거래가 가장 발전한 나라는 미국이다. 이 때문에 국내 업체들은 대부분 미국으로부터 아이디어를 차용한다. 그러나 모든 것을 미국에 맞추기에는 미국과 국내 환경이 판이하다. 지리적 여건이 그렇고 상거래 환경이 그렇다.
미국은 전자상거래가 발전할 수 있는 여건이 성숙돼 있다.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쇼핑몰을 직접 찾기보다는 가정·회사에서 몇 번의 클릭으로 제품을 구입하는 게 더 편한 실정이다. 신용카드 사용이 그 어느 국가보다 보편화된 나라가 미국이다. 국내 실정은 미국과 상당히 다르다. 쇼핑센터가 가까운 곳에 있으며 국민성향 또한 다르다.
미국으로부터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과감히 버리자는 얘기다. 미국 위주의 시각을 배제하고 다른 나라의 상황을 일정부분 참고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같은 관점에서 보면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변화를 꾀하는 것도 고려할 만한 사항이다. 미국과 우리나라가 가장 크게 다른 점은 통신환경. 미국은 인터넷 사용이 널리 퍼진 반면 국내는 PC통신이 발달해 있다. 국내 통신서비스 인구 또한 PC통신부문이 많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내 업체들은 인터넷 쇼핑에만 매달릴 뿐 PC통신을 통한 전자상거래에는 그리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단지 PC통신에 자사의 사이트만을 링크하거나 소개해 놓을 뿐이다.
PC통신에는 콘텐츠가 즐비하다. 대규모 커뮤니티도 형성돼 있다. 콘텐츠와 커뮤니티를 활용한 전자상거래환경 구축을 생각해 볼 만하다. 특히 PC통신과 인터넷의 결합추세가 완성기에 접어들고 있는 만큼 PC통신을 통한 전자상거래시스템 마련은 여러 가지 장점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불환경도 상이하다. 미국은 신용거래가 관습으로 굳어져 인터넷 쇼핑이 자연스럽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인터넷 쇼핑을 꺼리는 이유가 「신용카드 비밀번호를 노출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다수를 차지할 정도로 여건이 미비하다.
국내와 비슷한 환경을 가진 일본의 경우 택배업체가 구매자로부터 직접 물품대금을 받아 인터넷 쇼핑 업체에 전달하는 방식을 도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통신판매든 인터넷 쇼핑이든 마찬가지다.
물론 이 방법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신용카드 비밀번호 노출을 꺼리는 구매자들을 인터넷 쇼핑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필요하다면 고려해 볼 만한 방식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밖에도 미국 위주의 시각을 버릴 수 있는 측면은 많다. 무조건 버리라는 것은 아니다. 국내실정에 적합한 전자상거래환경 마련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일주기자 forextra@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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