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이현 한국소비자보호원 상임이사
요즘 신문광고는 아래쪽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광고 곳곳에 경승용차가 행운의 주인공을 찾고 있으며 주택복권 당첨으로나 가능했던 행운을 이제는 백화점 경품행사에서 기대해 볼 수 있게 됐으니 말이다.
백화점이나 할인점들이 내놓는 경품을 보면 지금 말하고자 하는 경품전쟁 추세를 읽을 수 있다.
더이상 TV·냉장고 등 구태의연한 경품으로는 소비자의 관심을 끌기 어려운 시대가 된 것 같다.
IMF 관리체제로 국가 전반에 걸쳐 불황을 겪고 있는 이 시기에도 사상 유례없이 경품전쟁만은 치열하다. 이렇게 유통업체들이 치열한 경품경쟁을 하는 것은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살리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이러한 충격요법을 써서라도 굳게 닫힌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어보겠다는 의도다.
올초부터 시작된 「아나바다 운동」이 우리의 소비심리를 지나치게 위축시켜 내수시장의 기반을 허무는 데 일조한 것은 사실이다.
작년 상반기만 하더라도 과소비로 인한 사회적 위화감 조성과 무분별한 해외여행으로 얼룩진 우리 소비행태를 꼬집는 글들이 유행이었지만 지금은 그때와 정반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IMF시대의 시작과 더불어 언론은 70년대의 자린고비 생활이 이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는 길이라고 소비자를 설득하던 것에서 이제는 대통령까지 나서서 「소비는 미덕」이라고 국민에게 강조해야 할 상황에 이르게까지 했다. 소비건전화의 차원을 넘어서 소비실종의 시대가 최근의 우리 현실이다.
소비위축은 과거의 거품소비를 제거한다는 순기능적인 측면도 있지만 지나친 소비위축은 오히려 정상적인 소비활동을 억제해 국가 경제를 어렵게 만드는 역기능적인 측면도 없지 않다. 소비를 너무 줄이게 되면 기업의 설비투자 감소를 초래해 장기적으로는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저하시켜 경기침체·생산감소·기업도산·실업증가라는 이른바 빈곤의 악순환이 발생하는 것이다.
과소비는 지양해야 할 것임에 분명하지만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적정 수준의 소비는 계속 살아나야 내수시장의 치열한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고 살아남은 기업들이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선진국의 경우 호황기에는 소비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밑돌고, 불경기에는 오히려 소비증가율이 경제성장률보다 높아서 소비가 경제를 바로잡는 완충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 경제는 소비가 이러한 역할을 전혀 해주지 못하고 있다.
실질소득이 줄고 있기 때문에 소비 감소는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적정 수준의 소비는 반드시 필요하다.
이러한 점에서 정부는 우선 구조조정을 시급히 마무리하고 세금 인하, 부동산 경기 활성화, 소비자금융 확대 등 실효성 있고 효과적인 경기부양책을 내놓아 소비자들에게 경기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줌으로써 소비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업계는 업계대로 「제살 깎아먹기」식의 고액경품 판촉정책을 지양하고 시대상황에 걸맞은 합리적인 가격정책을 펼쳐야 하며, 소비자도 경품의 물결에 휩쓸리지 말고 합리적이고 건전한 소비생활을 통해 경제회생의 길을 열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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