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98 전자산업 총결산 (4);정보통신 (하)

통신기기

 I M F와 함께 시작한 98년은 통신기기산업에 있어 하나의 전환점으로 기록된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이동전화는 쾌속성장을 거듭한 반면 다른 분야는 급속히 위축됐다. 자연스러운 구조조정이 이뤄진 것이다. 98년을 보낸 통신기기산업 주요 업종의 명암을 살펴본다.

<이통단말기>

 전자 및 정보통신분야에서 이동전화단말기는 최대 호황산업으로 손꼽혔다. 지난해 11월말 IMF 이후 제조·유통·부동산 등 우리 사회의 전분야에서 거품을 제거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동전화단말기산업만큼은 IMF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98년 상반기 4백43만대가 생산됐던 이동전화단말기산업은 하반기 이후 급격한 위축이 전망되기도 했으나 하반기에도 호황세는 그대로 이어져 약 4백20만대가 공급될 전망이다. 올 한해 동안 8백63만여대가 공급되는 것이다.

 이동전화단말기산업에 있어 98년은 단순한 외형성장의 해로만 기억되지 않는다. 특히 디자인 등 상품개발력과 초소형 설계 등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이동전화를 처음으로 상용화한 선발국가답게 최고의 기술력을 대내외에 과시했고 이는 앞으로 수출 주력상품으로의 부상을 가늠케 해준다.

 무게 1백g을 넘나든 이동전화단말기가 지난 5월 어필텔레콤의 70g대 출시를 기점으로 소형·경량화 경쟁이 시작됐고 이는 기술력 제고로 이어졌다. LG정보통신과 한화정보통신이 내놓은 62g대 제품은 그 산물이다.

 이에 유려한 디자인기술이 접목되면서 이동전화단말기는 폴더폰시대의 개화로까지 이어졌다. 10월들어 삼성전자와 모토로라가 시작한 폴더폰경쟁은 전 시장에 파급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모토로라가 전면전을 펼치고 있는 폴더폰시장에 현대전자가 시차없이 새롭게 가세하고 있으며 LG정보통신과 한화/정보통신 등도 올 연말 또는 내년 초까지 제품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우량가입자를 타깃으로 한 폴더폰은 한동안 이동전화단말기 최대의 경쟁품목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측된다.

 양적인 팽창 못지않게 98년 이동전화단말기시장은 질적인 시장성숙도도 보여줬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이동전화단말기시장은 삼성전자와 LG정보통신을 축으로 이에 현대전자가 가세하는 과점체제였으나 기술력을 갖춘 후발주자들이 가세하면서 최소한 기술상에서는 평준화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명확한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됐던 한화/정보통신·어필텔레콤·텔슨전자 등 후발주자들은 하반기 들어 전체시장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발군의 실력을 보여줬다.

 여기에 이동전화단말기의 원년 맹주였던 모토로라가 권토중래를 꿈꾸며 가세했다. 특히 모토로라는 팬택·어필텔레콤·텔슨전자 등 벤처기업들에 대한 자본 및 전략적 제휴를 추진하면서 입체적으로 시장진입에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벤처기업과의 제휴를 추진한 모토로라의 경영전략은 단순한 국내시장 진입만을 목표로 한 것이 아닌 중국 등 해외 전진기지로서의 한국을 그리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98년 이동전화단말기시장은 또한 서비스사업자의 직접 진출이라는 방향으로까지 흘렀다. 휴대폰의 대명사인 SK텔레콤이 SK텔레텍을 내세워 직접 진출을 추진했으며 한국통신프리텔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을 통해 판매에 나서고 있다.

 98년이 이동전화단말기 역사에서 기록될 만한 사건은 역시 수출시장 개척이다. CDMA의 첫 상용화 국가답게 삼성전자·LG정보통신·현대전자는 4분기들어서면서 대형 프로젝트를 잇달아 수주하는 데 성공하였다. 특히 4분기들어 물꼬를 튼 해외시장 개척은 99년부터 수출 주력품목으로서의 이동전화단말기를 만들어나갈 것이다.

<무선호출기>

 지난해 1천5백만 가입자를 정점으로 전성기를 구가하던 무선호출서비스가 잇따른 해지와 가입자 감소로 6백만명에 가까운 가입자 감소를 기록함에 따라 무선호출기(삐삐) 시장 또한 시장규모가 절반 정도 줄어드는 등 대대적인 전환기를 맞고 있다.

 98년 국내 무선호출기 시장규모는 약 5백만대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지난 97년 1천만대에 비해 절반으로 줄어든 수치로 올초 전망치보다도 무려 1백만대나 밑도는 수치다.

 삐삐시장이 이처럼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은 무선호출 신규 가입자수가 지난해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어든데다 기기 대체수요 또한 지난해 40%에서 10% 선으로 줄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만 해도 구형 호출기를 신형으로 교체하거나 일반 호출을 광역이나 문자·고속 등으로 서비스를 바꾸면서 수요가 발생했지만 올해에는 사업자의 염가 기기교체 행사에도 불구하고 가입자 대부분이 이동전화로 서비스를 전환한 데 따른 것이다.

 내수시장의 이같은 축소로 국내 삐삐제조사들도 지난해 2백개 업체가 난립하기까지 했지만 올해들어 50% 이상이 업종전환을 하거나 부도로 문을 닫는 등 일대 회오리를 겪었다.

 실제 팬택·텔슨·어필텔레콤 등 주요 무선호출기 제조사들은 주력사업을 이동전화단말기로 전환하고 무선호출 생산은 별도 자회사로 사업을 이관하거나 OEM으로 전환하는 내용으로 대대적인 개편을 단행했다.

 하지만 IMF 경기침체와 원화의 평가절하를 기회로 대다수 무선호출기 생산업체들이 해외시장에 대한 적극적인 수출을 추진, 가시적인 성과들이 잇따른 점은 올해의 가장 큰 실적으로 평가된다. 스탠더드텔레콤·팬택·와이드텔레콤·한국전자 등은 중국·미국·동남아를 비롯, 전세계 대상의 수출활동으로 왕성한 실적을 발표하기도 했다.

<무전.전화기>

 올해 무전기시장은 IMF라는 예상치 못한 악재로 고전에 고전을 거듭한 한해였다. 그동안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던 국내 무전기시장은 경기불황으로 기존 시장이 크게 위축되고 기대했던 신규 수요가 급감하면서 지난해에 비해 80∼90% 정도인 7백억∼8백억원의 시장규모에 그쳤다.

 더욱이 무전기업계의 대표적인 효자품목이었던 산업용(LMR) 무전기는 건설경기가 위축되면서 수요가 크게 격감했다. 이에 따라 맥슨·국제전자 등 대부분의 무전기업체는 매출액 보전을 위해 치열한 가격경쟁을 벌이는 등 그 어느 해보다도 출혈경쟁이 극심했던 한해였다.

 올해 그나마 무전기업계의 숨통을 터준 것은 수출이었다. IMF로 내수시장은 크게 줄어든 반면 원화가치 하락으로 국내제품이 가격경쟁력을 회복하면서 해외시장에서 기대 밖의 성과를 올린 것이다. 무전기업체는 98년을 무전기 수출의 신기원을 이룬 한해로 평가할 정도로 무전기가 주력 수출 통신기기의 하나로 위상을 확고히 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또 올해 무전기시장에서 특기할 만한 점은 생활형 무전기(FRS)의 등장이다. 등산·낚시 등 레저용도로 새로 허가한 생활형 무전기는 비록 IMF로 국내시장에서는 큰 빛을 보지 못했지만 해외시장에서 호평을 받아 유망 수출상품의 하나로 자리를 잡았다.

 전화기시장 역시 IMF 한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국내 유선전화 보급률이 포화를 이루면서 시장 성장세가 주춤한데다 경기불황까지 겹치면서 지난해 전화기시장 규모는 전년과 비교해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이에 따라 현대·LG 등 대기업은 전화기사업을 포기하거나 자체 생산에서 OEM 방식으로 생산체제를 전환하고 한창·태광산업 등 전화기 전문업체도 생산량을 크게 감소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여기에 정부는 그동안 수입선 다변화 품목으로 묶여 있던 유무선전화기를 조만간 풀 방침이어서 전화기업계는 당분간 고전할 것으로 보인다.

<정보통신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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