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수출을 주도하는 전자·정보통신 산업이 IMF 한파를 견디지 못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올 9월까지 전자·정보통신 제품 수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8.6% 줄어든 것이 이를 말해준다.
올해 초만 해도 전자업계 관계자들은 전자·정보통신 산업 수출이 소폭이지만 지난해보다 늘어날 것으로 낙관했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경제의 몰락과 러시아의 모라토리엄 선언, 일본 경제의 침체 등 악재가 계속 이어지면서 목표치를 계속 수정해야만 했다.
전자산업진흥회는 당초 올 수출목표를 4백25억달러로 예상했으나 경기악화로 지난해보다 8%나 감소한 3백80억달러 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들어 9월까지 전자·정보통신 수출은 지난해 동기대비 8.6% 감소한 2백79억7천만달러다. 수입은 9월까지 1백59억5천만달러로 27.5% 감소해 전체 무역수지는 1백20억2천만달러의 흑자를 거뒀다.
이처럼 전자·정보통신 수출이 줄어든 것은 수출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반도체 수출이 부진한데다 컴퓨터 모니터, CPT, 컬러 TV 등 수출비중이 높은 제품들이 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호조를 보이고 있는 품목도 있다. 무선전화기, 컴퓨터 본체, HDD 등은 각각 62.6%, 49.7%, 40.3% 늘어났다. 하지만 수출규모가 작아 전체 수출증가에는 크게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품목별로 보면 반도체의 경우 1백20억9천만달러로 지난해 동기 대비 5.1% 감소했으며 컴퓨터(36억2천만달러) 16.7%, 음향기기(9억1천만달러) 19.9%, 컬러 TV(8억2천만달러) 22%, VCR(4억1천만달러) 28.2% 등으로 각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이 늘어난 제품은 전화기(53.7%)와 전자레인지(5.5%)다. 지역별로 미국으로의 수출액이 5.5% 감소한 75억8천만달러를 기록한 것을 비롯해 아시아, 유럽 등지에 대한 수출도 각각 11.4%, 5.9% 감소하는 등 전체적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올해 전자·정보통신 분야의 효자 수출품목으로 이동전화기와 PC를 들 수 있다. 통신기기의 경우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방식 이동전화 수출이 본격화된 97년 무역흑자가 5억8천3백만달러를 기록한 데 이어 올 들어 9월까지는 이보다 2배 이상 늘어난 13억8천8백만달러를 달성했다. 특히 주 수출시장인 미국과 홍콩을 비롯한 북미지역과 아시아지역에서 CDMA방식 채택이 늘어나 삼성·LG의 CDMA 이동전화 수출이 본격화되면서 무역흑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무선통신기기 수출은 올해 9월까지 유선통신기기 수출액 8억2천3백만달러를 처음으로 넘어선 14억7천5백만달러를 기록해 이동전화 수출이 통신기기 수출품목의 핵심으로 자리잡았음을 입증했다.
PC도 반도체·모니터에 이어 전자산업 수출을 이끌어갈 수출 효자품목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삼보컴퓨터·대우통신·LG전자 등 국내 주요 PC 제조업체들은 올 들어 내수시장이 급격히 위축된 반면 환율인상, 세계 PC 제조업체들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물량증가 등 해외시장 여건이 크게 개선됨에 따라 해외영업망 확충을 통한 수출 총력체제에 나서고 있다.
최근 정보통신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9월 말 현재 국내 PC 제조업체들의 PC 총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8.3% 증가한 1억9천만달러로 이 가운데 노트북PC는 단일품목으로 1억5천만달러를 기록, 89.8% 증가했다. 게다가 삼보컴퓨터·대우통신·LG전자 등 주요 PC 제조업체들은 올 하반기를 기점으로 해외에 현지법인과 지사를 설립하고 미주시장 위주에서 벗어나 일본·유럽 등 새로운 해외시장을 본격 개척하는 동시에 오토PC·핸드헬드(H)PC·팜PC 등 새로운 개념의 차세대 PC를 개발해 해외시장에 공급할 계획이다.
우리나라 수출품의 간판스타인 반도체는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감소세를 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9월 들어 반도체 수출감소세가 둔화되고 있으나 이미 지난 7·8월 10% 이상 감소했기 때문에 지난해 2.3% 감소폭을 훨씬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반도체 수출이 하락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반도체 수출단가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53.8% 하락해 1년 만에 절반 이상 떨어지면서 단가지수는 7.8에 그쳐 95년보다 90% 이상 하락했기 때문이다. 또 반도체를 포함한 전자제품 전체 단가지수도 20.3으로 하락해 3년 전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에는 반도체 가격 하락세가 주춤하면서 안정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올해보다는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가전제품의 경우 해외 현지생산 증가와 아시아·동구 시장 경기위축으로 올해 수출이 지난해 대비 12.3% 감소한 58억8천만달러에 그칠 전망이다. 가전제품 수출은 지난 7월 말까지 지난해 동기 대비 12.4% 감소한 35억2천2백만달러를 기록한 데 이어 8월과 9월에도 각각 지난해 동월 대비 14.5%와 15.2%가 감소하는 등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가전업체들이 채산성 확보와 시장개척을 위해 해외 현지공장을 꾸준히 늘려 지난 10월 말 현재 해외에서 가동중인 공장이 23개국 1백11개에 달하는 등 해외생산을 통한 현지수출이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우리나라 가전제품의 주요시장인 동남아와 러시아 경기가 위축되면서 수요가 격감하고 있는 것도 가전제품 수출이 감소하는 데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대우경제연구소는 내년도 전자·정보통신 산업 수출에 대해 전망하면서 통신기기 수출증가율을 35.1%로 매우 긍정적으로 예측했다. 또 정보기기와 전자부품도 각각 3.8%와 9.4%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가전에 대해서는 5.6% 마이너스 성장할 것으로 예측해 가전분야에 대한 전망을 가장 어둡게 봤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대우경제연구소와는 달리 내년도 전자·정보통신 산업 수출이 소폭이긴 하지만 골고루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가전은 2.3%, 산업전자는 3.5%, 반도체는 3.8% 각각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전자산업진흥회도 내년에는 수출단가의 안정세 지속과 정보통신분야 시장의 성장으로 수출이 8.2% 늘어난 4백13억달러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김병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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