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연법 개정 "산 넘어 산"

 출연연 개혁작업을 뒷받침할 「정부출연연구기관 설립·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안」을 놓고 이달 초 국무회의에서 일부 부처의 이의제기로 논란을 빚은 데 이어, 과학기술계는 물론 국회 상임위도 정부 법안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어 국회 입법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과학기술계는 최근 정부가 출연연의 운영체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의지로 만들어진 「출연연 법률안」이 정부 의도와는 달리 연구영역 중복과 정부연구소의 산업연구부분 참여 등 연구회 구분으로 인한 부작용은 물론 출연연의 자율성과 독립성, 연구인력 관리의 비효율성 등 문제점이 우려된다고 지적, 이를 방지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부안이 손질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정부안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출연연의 간섭과 통제, 출연연의 소속기관화, 연구예산 확보 등 출연연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현재의 문제점을 그대로 답습하게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과기계는 출연연 경영혁신의 핵심인 연구회를 기초기술·산업기술·공공기술 등 3개로 구분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정의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최근 과학기술 프로젝트의 대형·복합화 추세로 볼 때 출연연간 수직·수평적 협력체계가 불가피하지만, 이같은 연구회 구분으로 소속 연구회가 다른 출연연들이 중복 연구할 경우 이해관계 조정문제, 주관 연구회를 선정해야 하는 대형 복합연구과제의 경우 연구회들간 주도권 쟁탈전을 벌일 수밖에 없어 이때 어떤 기준과 근거로 할 것인지 불명확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이들 연구회가 정부로부터 충분한 연구예산을 지원받지 못할 경우 필요 연구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기초·산업기술을 구별하지 않고 연구비 확보에 치중할 것이 뻔해 연구과제 관리에 혼선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특히 출연연의 경우 기획예산위, 총리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연구회, 각 부처 등 5개 관리 감독기관이 있어 예산배분이나 지배감독 등을 이유로 간섭받는 것은 물론 이들 기관을 대상으로 연구예산을 확보해야 하는 만큼 연구 프로젝트를 확보하는 데 드는 비용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과기계는 또 연구회 이사회의 경우 연구기관장의 임면, 연구기관의 발전방향과 기획·업적평가·예산승인권을 포함해 연구기관의 신설·통합·해산권한 등 절대적인 권한을 갖고 있으나 이사회의 관리규정이 법안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과기계는 특히 출연연의 유연한 조직운영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정이 없다고 주장하고 출연연 기관장이 자율적인 권한을 갖고 연구인력을 유연하게 확대하거나 축소할 수 있도록 명문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과기계는 대형 복합프로젝트의 경우 연구규모가 크고 기초·산업·공공기술연구회 등이 모두 참여할 필요가 있는데도 이들 프로젝트의 기획과 발의 주체가 명확하지 않으며 수행주체와 협조 연구기관의 역할과 조정·평가근거 등을 명시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과기계는 감독관청인 총리실에서 예산배분 과정을 통해 조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나 명확한 기준이 없을 경우 담당관들의 인식에 의해 결정될 수밖에 없고 연구회의 위상에 혼선을 가져오는 개연성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는 최근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박익수 자문회의 위원장을 비롯, 민간 자문위원, 출연연구소장 등 과학기술계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정부출연연의 새로운 위상정립과 연구 활성화」를 주제로 비공개 심포지엄을 갖고 과학기술계의 의견을 모아 조만간 청와대 및 국회에 이를 건의하기로 해 국회입법 과정에서 정부안을 놓고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정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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