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제조물책임(PL)법 조기 도입방침을 정하고 내년 상반기 입법화를 본격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산업 주무부처인 산업자원부와 중소기업청을 비롯해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한국전자산업진흥회·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산업계 관련단체들이 PL법 조기 시행에 반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3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국민회의와 재정경제부는 소비자보호원 등 소비자단체와 학계 의견을 반영, PL법을 조기 도입키로 하고 지난 17일 공청회를 개최한 데 이어 내년 초부터 본격적인 입법화에 나서 상반기에 마무리, 1년∼1년 6개월 정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00년부터 시행하는 방안을 예정대로 추진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산자부와 중소·벤처기업 관련부처 및 기관, 전자업계 단체 등은 『PL법의 도입취지와 명분에는 전적으로 공감하지만 지금은 IMF체제 상황이어서 PL법 도입에 따른 파장이 이전과는 전혀 달라 최소한 IMF 이후로 입법과 시행을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크게 반발하고 있다.
산업자원부는 『PL법을 입법예고하기 앞서 관계부처간 협의과정에서 시행시기를 IMF를 극복하는 시점인 3년 이후로 늦춰 업계에서 준비할 수 있도록 충분한 유예기간을 두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해 이러한 사항을 조문에 반영시킬 방침』이라고 전제하고 『현재 경제가 어렵다는 사실을 국민 모두가 인식하고 있는 만큼 산업계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향에서 법이 제정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기청과 기협중앙회는 『PL법은 소송비용·배상비용·보험료 등 사후비용은 물론 적잖은 사전 준비비용을 수반해 중소기업, 특히 벤처기업에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하는 만큼 기업경영이나 기술개발 활동을 급격히 위축시킬 소지가 크다』며 『이는 곧 정부의 벤처기업 집중 육성정책에도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명분을 내세워 이번주 중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마련,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자산업진흥회는 『PL법 조기 도입은 IMF이후 산업기반마저 흔들리고 있는 전자산업 전반의 대외경쟁력을 더욱 약화시키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어 최소한 5년 정도 유예기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정리하고 25일 업계회의를 통해 의견을 수렴, 향후 추이를 보아가며 재경부·국회·청와대 등 관계요로에 반대의견서를 제출할 방침이다.
이밖에 전경련도 『현재 국제 경제상황을 고려할 때 PL법 도입이 최우선 정책과제가 아니며 또 국내업체들이 이를 시행할 준비도 전혀 안된 만큼 현 제도를 보완, 강화하는 선에서 소비자정책을 실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밖에 다른 제조업체 단체들도 정부와 여당이 이 법에 대한 구체적인 입법절차가 실시되는 대로 상황에 따라 반발의 수위를 조절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병억·이중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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