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수상은 흔히 한 국가의 문화와 과학 기술력을 상징하는 척도로 인식된다. 특히 우리 나라에서는 올해 노벨 물리·화학상이 발표되던 지난달 국회 통신과학기술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과학기술부 국정감사에서 노벨상을 수상할 가능성이 있는 후보가 몇명이나 있는지 진지하게 따져 물을 정도로 노벨상에 대한 염원이 높은 편이다.
이때 우리나라에서도 노벨 물리학상을 기대할 수 있는 분야가 몇 개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 가운데 한국과학기술원(KAIST)내 고등과학원의 김정욱 원장을 중심으로 국내에서도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는 「초끈(Super String)」 이론이 노벨상 후보로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논의된 바 있다.
초끈이론은 물질의 최소 단위가 고무줄 같은 끈이라는 주장에서 출발한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물질의 최소단위를 분자에서 원자로 수정했지만 곧 전자와 핵, 핵 안의 중성자와 양성자가 발견됐고 이들은 다시 몇 가지 쿼크로 이루어졌음을 발견했다. 초끈이론은 입자만 떠올리던 기존의 시각에서 벗어나 끈의 개념을 도입한 것이다. 끈은 한 종류지만 어떻게 진동하느냐에 따라 전자·중성자·양성자도 되고 여러 매개물질도 된다는 것이다.
초끈이론은 70년대에 처음 나와 84년 슈바르츠(미국 캘리포니아 공대) 박사 등이 수학적 모순 없는 10차원의 초끈이론을 제기했고(1차 혁명) 95년 천재 물리학자 에드워드 위턴(미국 프린스턴 고등연구원) 박사가 11차원의 M이론(2차 혁명)을 발표, 5가지로 해석이 가능했던 10차원 초끈이론의 모순을 극복했다. 2차 혁명 덕분에 초끈이론은 전에 없이 물리학계의 초점이 되고 있다.
M이론은 끈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실은 얇은 막(Membrane)의 관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내용으로 요약된다. 초끈이론이 M이론으로 발전하면서 5가지의 다른 이론으로 해석되던 초끈이론의 모순이 통합적으로 설명됐다.
여기서 「M」이란 「Membrane」 외에도 매직(Magic·마법), 미스터리(Mystery·신비), 마더(Mother·모든 이론의 모체), 메타(Meta·변이), 매트릭스(Matrix·모체) 등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초끈이론은 증명이 어렵다는 함정을 갖고 있다. 먼저 이론을 수학적으로 기술할 방법이 없다. M이론은 아직 「방정식 없는 이론」이다. 초끈이론의 방정식은 10차원에서 유효하지만 시·공간 4차원인 현실세계로 끌어내리는 방법이 수십만 가지나 돼 현실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알기가 어렵다. 김정욱 고등과학원 원장은 『21세기에 가야 나올 수 있는 이론이 우연히 빨리 발견됐다』고 말한다. 물리학자인 위턴이 수학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메달을 받았을 정도로 그의 이론은 가히 혁명적이기 때문이다.
초끈이론은 10의 30제곱 분의 1㎝보다 더 작은 미시영역을 다루고 있어 실험으로 증명하기는 아직 불가능하다. 물리학에서는 입자의 성질을 파악하기 위해 흔히 입자끼리 충돌시켜 그 반응을 계산하는 가속기 실험을 한다. 현재 스위스 제네바에는 사상 최대인 길이 27㎞의 가속기가 건설되고 있다. 고등과학원 현승준 박사는 『지구에서 태양까지 닿는 가속기를 만들어도 실험이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만큼 입자의 성질을 완벽하게 파악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초끈이론은 아인슈타인도 실패한 통일장 이론의 강력한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물질계에 존재하는 4가지 힘, 즉 중력·전자기력·강력·약력 가운데 중력은 다른 힘과 같은 법칙으로 설명할 수 없지만 초끈이론으로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그뿐만 아니다. 초끈이론은 앞으로 질량이 막대한 우주단위나 신비에 싸인 블랙홀, 10 또는 11차원의 고에너지인 우주 대폭발 원인 등에 대해서도 속시원한 해답을 내놓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서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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