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입찰 비리 "천태만상"

 일선 보건소의 수입 의료장비 납품 비리와 관련해 검찰이 본격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김명섭 의원(국민회의)이 의료장비 입찰에서 공공연히 나타나는 유형별 비리 5태(態)를 공개해 관심을 끌고 있다.

 김 의원이 보건소와 산하 병원들에 납품되는 의료기기 구입 내역을 분석한 결과 드러난 5태는 ①특정업체로부터 장비를 일괄 구매해 혜택을 주는 경우 ②동일한 장비의 가격이 지역에 따라 다른 경우 ③국산 제품을 외면하고 외제를 쓰는 경우 ④시중 형성 가격보다 휠씬 비싸게 구입하는 경우 ⑤구형 제품을 신형 제품 가격으로 구입하는 경우 등이다.

 김 의원에 따르면 우선 ①의 경우 97년 충청북도의 5백만원 이상 의료장비 구입 현황을 조사한 결과 옥천군이 10건의 의료장비를 구입하면서 모든 장비를 (주)일신이라는 의료기기 판매상으로부터 일괄 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형태는 전라북도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 남원시가 지난해 구입한 5백만원 이상의 의료장비 4건 모두 중앙의료기상사에서 납품됐고 장수군은 4건 모두 동남의료기가, 순창군은 4건 모두 삼성하심의료기가 납품한 것으로 드러났다.

 ②의 경우 장수군은 지난해 12월 19일 프랑스산 생화학 자동분석기(모델명 Alcyon 300)를 3천6백만원에 구입했으나 단 하루 차이로 보은군은 4천3백50만원, 진안군은 3일 차로 4천4백40만원에 구입한 것으로 조사돼 동일 장비가 사흘 사이에 8백만원 이상 차이가 났다. 특히 순창군은 지난 3월 18일 동일 장비를 5천2백80만원에 구입, 불과 넉 달 사이에 1천6백80만원의 차이를 보여 환율 인상폭을 고려하더라도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김 의원은 설명했다.

 ③의 경우 서울적십자병원은 국산 장비가 2백만원대인 외과 수술용 유닛을 무려 5배 가까운 1천만원을 주고 외산(모델명 FORCE 300)을 구입한 것으로 밝혀져 4백만∼5백만원선인 미국 제품보다 오히려 비싸게 산 것으로 파악됐다.

 ④의 경우 기능별로 차이가 있기는 하나 일본산 컬러 초음파 영상진단기가 1억원, 프랑스산이 1억2천만원 정도 하는데 비해 서울적십자병원은 5억9천3백만원이나 하는 제품(모델명 HDI 3000)을 구입했다. 또 상주적십자병원은 자기공명 영상진단장치(MRI)를 97년 5월 14일 1백55만달러(약 17억원)에 구입했으나 시장 조사 결과 시중가는 약 12억∼14억원으로 큰 편차를 보였다고 김 의원은 밝혔다.

 ⑤의 경우 상주적십자병원은 97년 6월 23일 구입한 뇌파검사기(모델명 EEG-7414K)를 최신형이 아닌 10채널 구형 아날로그 제품을 구입하면서 6천만원을 사용했다. 김 의원은 일반적으로 아날로그 제품은 16채널의 고가품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4천만∼5천만원이면 구입할 수 있고 디지털도 6천만원대에 구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이같은 5가지 유형 모두에서 의료장비 입찰과 관련한 비리가 상존할 가능성이 있다』며 『일선 보건소 및 정부 산하 의료기관들이 고가의 의료장비를 구입하면서 면밀한 원가계산을 하지 않은 채 의료기기업자가 제출한 견적서를 기초로 가격을 결정하고 있어 의료장비 구입과 관련한 금품 수수 비리가 개입할 소지가 많고 만약 그렇지 않더라도 행정기관이 업자들의 농간에 놀아나고 있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검찰은 의료기기업자들의 담합 여부와 수입 원장 사실 허위 작성, 입찰 관계자들의 수뢰 여부 등 의료장비 입찰 비리에 관한 광범위한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박효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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