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중소기업시대 (90);서일기전

 지난 84년 설립된 이래 개폐기·차단기 등 저압기기 분야의 한 우물만을 파온 서일기전(대표 이영호)은 IMF 한파로 수많은 기업이 쓰러지는 요즘도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력 과부하 발생시 자동으로 모터 및 회로이상을 감지해 차단해주는 비상전원 절체 개폐기(ATS)·기중차단기(ACB)·ATS컨트롤러 등이 서일기전의 주요 생산품목이다.

 작년 44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이 회사는 지난 95년부터 말레이시아·베트남·대만 등 동남아시아에 눈을 돌렸으나 커다란 성과가 없었다. 그러나 그동안의 기술개발 노력과 영업성과가 헛되지 않았던지 올들어 잇따라 수출길이 열리기 시작했다.

 최근 서일기전은 페루 업체와 8만3천달러 규모의 수출계약을 체결해 IMF 불경기속에서 처음으로 수출다운 성과를 올리게 된다.

 이 수출은 서일기전에 커다란 의미를 가진다. 남미시장에서 기술력을 입증받게 된 것은 물론 수출선 다변화의 계기를 마련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서일기전은 이를 바탕으로 그동안 개척해온 시장을 포함, 올해 해외 20여개 업체에 총 70만달러 정도의 수출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일기전이 이같은 지속적 성장 기조를 보이고 있는 비결 가운데는 우선 회사의 안정을 빼놓을 수 없다.

 이 회사는 IMF 관리체제에서도 제조업체들이 겪는 그 흔한 「해고」란 단어가 없다. 대신 지금껏 외주로 돌리던 가공공정을 자체적으로 해결, 일감이 줄어들지 않도록 했다.

 매출액의 6%를 사업전환 준비금으로 적립해 놓았던 것도 회사 재정상 안정에 큰 보탬이 됐다.

 그러나 서일기전은 단순히 중전기업계가 안고 있는 재정적 안정에만 회사의 성장성을 두고 있지 않다. 이 회사는 중전기업체로는 드물게 품질 실명제를 실시하고 있다. 작업시 부품번호와 사원번호·제조번호를 입력, 제품에 대한 책임감을 높여 불량률을 줄이고 있다.

 특히 고객의 요구보다 한 발 앞선 제품을 만든다는 전략은 이 회사의 강점이다. 다른 업체들이 개폐기 생산에만 머무르고 있을 때에도 무접점 ATS, 차단용량 ATS 등 신제품 개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은 것이다.

 이 사장이 내세우는 서일기전의 최대 장점은 굳건한 노·사 협력체제다. 「모든 사업에는 주기성이 있게 마련인 만큼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경영 마인드와 「고객에게 감동을 주는 제품을 만들자」는 종업원들의 신념이 그것이다. 그는 『경영자는 종업원들에게 작업 동기를 부여하면서 스스로 경영 전반을 개방해 종업원들로 하여금 「회사는 우리 모두의 것」이라는 인식을 갖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서일기전은 특히 통상임금과 성과임금 등 두 종류의 임금체계를 통해 회사의 실적이 좋을 경우 곧바로 상향된 월급을 주도록 하는 투명경영을 통해 생산성을 높여 왔다.

 『인성훈련 등 종업원에 대한 투자는 앞으로도 끊임없이 계속될 것』이라는 이 사장의 말은 서일기전의 과거·현재·미래를 함축하고 있다.

<허의원 기자>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