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정감사와 일할 분위기

 국정감사를 앞둔 정부 부처가 이미 초비상에 돌입했다. 의원들이 요구하는 각종 자료나 예상질의에 대한 답변자료를 만드느라 그야말로 눈코 뜰 새 없다. 이같은 비상 상황은 국감이 끝나는 내달 말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물론 일부에서는 해당부처의 정책 내용을 제대로 파악도 못하고 불필요한 자료의 제출을 과다하게 요구하며 실제 감사에서도 큰소리로 윽박지르기만 하는 행태가 되풀이되면서 「국감 무용론」까지 들먹이지만 언론을 제외하면 법적으로 공무원 사회를 견제할 유일한 장치가 국감이라는 점에서 국민의 기대치는 높다.

 정보통신부 역시 국감 준비로 정신이 없다. 더욱이 정통부는 최근 감사원이 나서 내달중 「정보화사업」 부문에 대한 특감을 실시하겠다고 밝혀 엎친 데 덮친 격이 되고 있다.

 우리는 정부를 감시·견제해야 할 국회와 감사원, 사정당국 등의 감사와 수사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이것은 일상활동 속에서 엄정하게 이루어져야 하고 또 끊고 맺는 매듭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정통부의 경우 국민의 정부 출범 이후 반복되는 각종 수사와 감사로 날이 샜다고 해도 지나친 표현은 아닐 것이다. 예상된 일이긴 해도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인수위를 통해 문민정부 시절의 각종 의혹사건에 대한 종합 스크린이 이뤄졌고 곧이어 개인휴대통신(PCS)을 비롯한 신규 통신사업자 허가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원 특감이 4월 말까지 이어졌다.

 감사원 스스로 밝혔듯이 당시의 특감은 이미 그 전해인 97년 4월 특감결과와 별다른 차이가 없이 마무리됐고 이 때문인지 공은 검찰로 넘어갔다. 한달여간 지속된 검찰 수사로 결국 정통부 고위관료 3명이 수뢰혐의로 구속됐고 정통부에도 큰 상처를 남겼다.

 그동안 한숨을 돌리는가 싶더니 여름부터 시작된 공무원 복무기강 감찰은 다시 한 번 분위기를 얼어붙게 했다. 한달 늦게 시작된 국감이 이달부터 시작되며 국감이 끝나면 또 11월부터 감사원 특감이 기다리고 있다.

 이밖에도 정치권에서 의사일정을 아직 확정하지는 않았지만 이번 정기국회에선 경제청문회가 예정돼 있고 자칫 여기에 PCS사업 등 정통부의 관련사업이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정통부의 고위관료들 역시 새로운 진용으로 체제를 정비하면서 의욕적인 청사진을 발표했지만 일할 시간이 모자랄 수밖에 없는 처지에 빠지는 것은 당연하다.

 관료사회의 속성상 일단 사정이 시작되면 대부분 일손을 놓은 채 바짝 엎드려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정통부는 일년 내내 계속된 감사와 수사로 대국민 이미지에 손상을 입었고 내부 공무원들의 사기도 땅에 떨어질대로 떨어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권이 바뀌면 어느 정도의 인적·정책적 청산 작업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시도 때도 없이 사정만 외친다면 도대체 일은 언제할 것인가. 게다가 IMF체제라는 미증유의 국난 앞에 국가 역량을 총동원해야 할 시점임에도 이를 앞장서 이끌어야 할 공무원들이 복지부동만 한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김대중 대통령이 최근 경제장관 회의에서 전례없이 강한 어조로 장관들을 질책한 것도 따지고 보면 정부의 정책이 일선에서 제대로 집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관료사회가 위의 눈치만 살피고 몸보신에만 열중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사정은 공무원들의 비리를 바로잡고 더욱 일을 잘할 수 있도록 독려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사정은 지속적으로 단행돼야 한다. 하지만 일년 내내 사정의 칼만 들이댄다면 자칫 본말이 전도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그래서 사정에는 타이밍과 기법이 요구되는 것이다. 정통부도 문제가 있고 잘못이 있다면 가능한 한 빨리 수술을 끝내고 새로 태어나는 기분으로 조직을 추스려 신나는 분위기에서 일에만 몰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마련해야 한다.

 정통부가 제 역할과 위상을 찾아야만 작은 정부 실현을 위한 전자정부 구현을 앞당길 수 있고 나아가 21세기 정보사회 실현을 차질없이 선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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