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측기업계에 인원 감축·조직 통폐합 등을 통한 구조조정 바람이 일고 있다.
13일 한국HP·한국안리쓰·한국텍트로닉스·흥창 등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업체는 물론 다국적 계측기업체 국내지사들은 지난해말 외환위기 이후 지속되는 경기침체 여파로 영업실적이 매우 저조해지면서 잇따른 조직·인원 감축을 단행했거나 추진중이다.
특히 지난해까지 연간 10여명 이상의 신입사원을 채용해 오던 대형 계측기업체들을 중심으로 대부분 당분간 신입사원을 선발하지 않을 계획이며 극소수 업체들만 업무공백을 메우기 위해 최소한의 인원 선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계측기기업계의 극심한 영업부진은 IMF 이후 자금난에 몰린 국내업체들의 설비투자·제품 개발·생산에 대한 투자 축소가 범용·유무선·반도체 계측기기는 물론 지난해 폭발적 수요 증가세를 보였던 코드분할다중접속(CDMA)용 계측기기의 급속한 구매감소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국내 계측기기업체들과 지난해까지 매년 두자릿수 매출 신장세를 구가해 온 다국적 계측기기업체들은 올들어 지난달까지 당초 매출목표의 80%에서 50%선을 유지하는데 그치는 등 극심한 매출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텍트로닉스는 최근 대전 사무소 폐쇄를 비롯해 계측기사업부문 인력을 20% 가량 감축했다. 지난 5월말로 98회계연도를 마감한 이 회사는 계측기기 부문에서 3천만달러의 매출을 올려 전년도 수준의 매출에 그쳤으며 내년 회계연도 1·4분기 영업실적도 당초 목표액을 밑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HP는 98회계연도가 끝나는 이달 말까지 영업실적 악화에 따른 내부 구조조정을 추진중인데 계측기사업부 인원도 10∼20% 이상 축소키로 하고 명예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이 회사의 계측기사업부는 지난해 3억달러 가량의 매출을 올리는 등 급신장세를 보였으나 이동통신용 계측장비 수요의 급감으로 이달말 끝나는 98회계연도 계측기부문 매출이 50%까지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안리쓰코리아도 올들어 계측기기 판매실적이 작년 동기에 비해 절반으로 떨어지자 지난달부터 감원에 나서 이달중 전체 인원 30명 가운데 절반이상을 줄일 계획이다.
또한 전자통신 계측기 및 교육용 실험실습장비 생산업체인 ED는 1차로 생산·관리부문 인력 10여명을 줄인데 이어 추가 감원에 나설 계획이다. 흥창도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계측기사업부문 국휴주 상무를 비롯해 일부 인원이 회사를 떠났다.
이와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일반 기업과 마찬가지로 계측기업체들의 구조조정 방향이 사업구조 조정을 통한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보다 당장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인원 감축과 인건비 삭감 등에 치우치고 있는 것같다』고 분석했다.
<온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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