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가 벤처기업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육성정책을 수립하고 있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실제로 지난 8월 중소기업청에서는 벤처기업 설립자본금을 주식회사 납입자본금인 5천만원보다 낮은 2천만원으로 인하하고, 코스닥시장에 등록한 벤처기업의 경우 자사주식 취득 및 일반 공모를 통한 증자 가능 등 투자활성화를 촉진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 조치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같은 벤처기업 육성정책은 유관기관의 중복사업과 비효율적인 예산집행으로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일고 있다. 98년도 상반기 정부 업무평가에서 과학기술부의 벤처기업 연구개발 자금지원 계획에 대해 재원확보 곤란 문제가 지적되었으며, 산업자원부가 향후 5년간 벤처기업 2만개의 창업을 육성한다는 정책은 타당성 여부 재검토 대상에 오르는 등 실용적 정책이라기보다 홍보성 정책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또한 벤처창업의 기반을 지원할 창업보육센터사업은 중기청·정통부·과기부의 3개 부처에서 추진중인데, 지정된 센터만 61개에 이르며 예산이 각 부처에 분산돼 따로 관리되는 바람에 중복지원과 나눠먹기식 소액지원 등의 문제점을 야기해 제대로 운영되는 곳은 적고, 창업 성공에 도움을 주는 경영진단 및 기술지도가 이뤄지는 곳은 드물어 인큐베이터로서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부처별 벤처사업을 조정하기 위해 중기청이 벤처정책을 총괄하고 벤처기업정책협의회가 이견을 조율하는 창구를 맡도록 되어 있기는 하지만 부처간의 힘겨루기로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IMF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벤처기업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데까지는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있지만 과연 벤처기업의 본질은 무엇이며 실제로 우리 실정에 맞도록 활성화시키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추진방안을 찾기란 쉽지 않은 듯하다. 벤처기업의 육성은 정부의 의지만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다. 산업체·학교·연구소가 삼위일체가 돼 서로 맡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때에야 비로소 건강한 벤처기업의 육성이 가능한데, 정부는 그러한 기반 여건을 마련해주는 것으로 그 역할을 다해야 한다.
벤처기업의 본질은 「고위험 고수익(High Risk High Return)」이다. 분명히 엄청난 성공을 이룬 벤처기업이 나타나는 반면에 이름도 없이 사라지는 벤처기업도 수없이 많이 있을 것이다. 새 정부가 들어선 후 벤처육성 정책에 따라, 수천억원의 자금이 지원되고, 수천개의 벤처가 생겼다. 벤처의 속성상 1∼2년 안에 성공이냐 실패냐 결판이 나게 되는데, 통상 크게 성공하는 벤처는 미국의 경우에도 5%를 넘지 못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벤처기업의 자금이 대부분 일반 벤처투자자금에 의해 지원된다. 따라서 벤처기업의 실패가 우리 사회에서의 기업 실패와 같은 이른바 「큰일(부도나 부정수표 위반 등)」이 아니다.
실패한 기업의 사장은 다른 벤처에 일자리를 찾든지, 또다른 좋은 아이디어와 다른 투자자를 만나 새로운 벤처기업을 세울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한번의 기업 실패를 돌이키기 힘든 것으로 간주한다. 이것은 벤처기업의 활성화를 위해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 실패가 단순히 실패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패의 경험과 그 과정에서 습득한 기술을 재활용할 수 있는 여건이 필요하다.
이제는 불어온 벤처열풍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한 치밀한 「후속지원(Follow-up)」을 생각할 때다.
벤처의 메카 실리콘밸리의 성공요인을 면밀히 분석해보면 좋겠다. 벤처문화를 정확히 알기 위해 실리콘밸리와 우리의 벤처문화를 비교한 백서를 만드는 작업도 필요하다. 실리콘밸리와 우리의 기술적 결합이나 기술과 투자의 결합도 주선하는 노력이 따라야 한다.
대학들은 벤처기업의 연구원들에게 첨단 기술교육과 아이디어를 공급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미국의 실리콘밸리를 오늘날과 같은 첨단산업의 메카로 발전시키는 데 중추적 역할을 담당한 스탠퍼드대학과 같은 역할을 많은 대학이 수행해야 한다.
또한 벤처기업을 하면서 좋은 결과가 나올 때는 특허출원이나 증자·상장·합병 등과 같은 다음 단계로 전이가 용이하도록 지원해주는 관련 인프라가 있어야 하고, 반대로 그 결과가 신통치 않을 경우를 위해 벤처사업의 정리를 원활하게 하고 재기를 돕는 인프라도 필요하다.
이와 같이 벤처기업의 육성을 위한 여러 제반 사항들이 갖추어졌을 때 비로소 건강한 벤처기업의 육성이 가능하고, 더 나아가 우리 경제의 조속한 IMF 극복에 밑바탕이 될 것이다.
경제 많이 본 뉴스
-
1
日 '암호화폐 보유 불가능' 공식화…韓 '정책 검토' 목소리
-
2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단 조기 지정
-
3
GDP 2배 넘는 민간 빚…“금리 인하기, 금융취약성 커져”
-
4
빗썸, 휴면 자산 4435억원 반환 나선다
-
5
'서울대·재무통=행장' 공식 깨졌다···차기 리더 '디지털 전문성' 급부상
-
6
원·달러 환율 1480원 넘어...1500원대 초읽기
-
7
최상목 “韓 권한대행 탄핵소추 국정에 심각한 타격…재고 호소”
-
8
내년 실손보험 보험료 '7.5%' 오른다
-
9
최상목 “국무총리 탄핵소추로 금융·외환시장 불확실성 증가”
-
10
녹색채권 5兆 돌파…“전기차·폐배터리 등 투자”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