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S의 출현은 그동안 2개 휴대폰서비스 사업자 위주로 형성돼 온 국내 이동통신시장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PCS 상용화 초기에는 휴대폰과 PCS간의 「대립구도」로 이어질 것으로 보였으나 가입자 유치를 둘러싸고 휴대폰과 PCS간 대립은 물론 PCS사업자간 경쟁심화로 이동통신 유통체계는 걷잡을 수 없이 혼탁해졌다.
그중에서도 특히 PCS는 후발주자라는 약점을 지닌 채 3사가 각각의 몫을 추구하면서 한때 이통 유통질서 와해의 주범으로 꼽히기도 했다.
PCS 유통질서가 이처럼 흐려진 것은 사업자들의 무분별한 대리점정책과 장려금정책 때문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는다.
PCS 유통체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단말기 장려금과 대리점에 지급되는 「그레이드 장려금」 또는 「볼륨 인센티브」다. 같은 모델의 단말기라도 서비스 사업자에 따라 공급가격이 다르고 일선 대리점도 구매하는 물량에 따라 원가가 달라져 결국 대리점마다 각기 다른 가격이 형성될 수 밖에 없다. 이것이 바로 PCS의 구조적인 문제점이다.
PCS업계의 대리점들은 사업자가 대리점 수익성 향상을 위해 지급하는 유치수수료·고객관리수수료마저도 포기하고 저가 판매에 나섰다. 수십만원씩 하는 단말기가 실제로 고객에게 판매될 때는 단 몇만원에서 십몇만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레이드 장려금은 당초 대리점들로 하여금 보다 많은 마진을 부여함으로써 가입자를 확보하도록 유도한다는 취지였으나 대리점들은 그만큼의 마진을 포기하고 턱없이 낮은 가격으로 소비자들을 끌어모았다.
이 때문에 대리점체계는 대형대리점 위주로 변했고 대형대리점의 물건을 전문적으로 처리해주는 하위대리점 또는 수탁점·도매점의 양산이라는 결과를 초래했다.
대형대리점과 관련된 도매점의 급증은 「이중개통」이라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이같은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 사업자들이 늦게나마 지난 5월부터 이중개통 방지를 위한 공동 대책마련에 착수했다. 가입자 정보를 교환하고 있긴 하지만 지금까지도 완전히 근절되지는 않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PCS업계의 고객유치 경쟁도 국내 이동통신 가입자 1천만명을 돌파하면서 잠시 주춤하고 있다. 사업자마다 가입자 1백만명을 넘어선 상황에서 이제는 가입자 수 늘리기보다는 질적 성장으로의 전환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PCS 상용화 1주년이 되면서 의무가입기간도 함께 풀려 대량해지 및 전환가입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각 업체들이 이들 수요를 끌어들이기 위한 보상판매나 이벤트를 제외하면 상반기에 비해서는 대리점들의 활약상이 크게 위축된 셈이다.
오히려 일부 대리점은 문을 닫아야 할 위기에 처했다. PCS 대리점업계는 대부분 앞서 지적한 것처럼 사업자로부터 받는 각종 장려금과 고객관리 수수료를 고려해 최대한 싼 가격으로 판매하지만 실제로는 투자한 자금의 회수시기가 너무 느려 자본력이 취약한 대리점은 경쟁에서 밀려나게 돼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장사」라는 말이 대리점업계에 퍼지고 있다.
이제 서비스 사업자들도 대리점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부실 대리점은 정리하는 한편 살아남은 대리점들에 대해서도 실적에 따라 지원을 달리 적용해 우수대리점만 유지해 나가겠다는 전략을 펴고 있다.
PCS서비스 사업자들이 이처럼 대리점체계에 손질을 가하기 시작한 데 대해 대리점업계는 「토사구팽」 「감탄고토」라며 비난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반면 사업자들은 시장원리에 입각한 「적자생존」의 시대가 왔음을 강조한다.
주장의 옳고 그름을 떠나 분명한 것은 가입자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전국의 2만여개가 넘을 것으로 추산되는 이동통신 대리점업계에 일대 구조조정 바람이 불어닥칠 것이며 PCS 유통업계도 예외는 아니라는 점이다.
이에 따라 아직까지는 대리점간 통폐합에 관해 공론화되지는 않았으나 앞으로 대리점간 합종연횡이 잇따를 것으로 보여 일선 대리점업계에서 조만간 이 문제가 공식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박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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