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사가 후원하는 「벤처지원포럼」(회장 오해석 숭실대 부총장)은 29일 서울팔래스호텔에서 「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코스닥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전문가 조찬 토론회를 가졌다. 이날 산·학·관 관계자들은 코스닥(KOSDAQ) 활성화가 벤처기업 창업을 부추기고 경영기반을 확고히 해줄 수 있다는 데 공감하고, 현재 침체된 코스닥 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폭넓은 의견을 교환했다. 특히 참석자들은 코스닥 시장에서 투자자들이 발길을 돌리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이 코스닥 기업에 대한 정보 부재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이를 해소하는 방안의 일환으로 코스닥 업체만을 전문으로 거래를 중개하는 증권업체 설립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입을 모았다. 또 구체적인 방안으로 인터넷을 통한 코스닥 주식거래와 우량기업만을 그룹화해 거래소 시장의 관리종목처럼 시장 내에 별도 시장을 마련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의 내용을 요약 소개한다.
〈편집자〉
△곽성신 사장(우리기술투자)=코스닥 시장은 그간 제도 면에서 많은 개선이 이뤄졌다. 문제는 수요와 공급인데 현재 수요측이 문제가 되고 있다. 한때 코스닥이 활성화될 때 사채를 비롯한 엄청난 자금이 몰려 입찰경쟁이 치열한 정도였으나 지금은 경제위축으로 수요개발이 쉽지 않다. 또 조급하게 부양책을 내놓는다 하더라도 효과가 있을 수 없다. 민영화 공기업을 코스닥의 대표주로 육성한다는 생각은 재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단계에서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은 개인투자자들보다 기관투자가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누군가 나서서 코스닥 업체와 기관투자가들을 연결해야 한다. 이 역할은 증권사들이 해주어야 한다. 코스닥 시장만 분석하는 소형 증권사 설립을 정부가 허용하면 더욱 좋다. 코스닥 전문 소형 증권사 설립이 허용되면 현재 증권사 등 금융기관 해직자나 명예 퇴직자에게도 더없이 좋은 기회일 수 있다. 미국은 마케팅 메이커가 있어 해당 회사를 오래 분석해 매매를 활성화하고 있다.
또 벤처기업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제공돼야 한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코스닥 시장의 간판격이나 다름없었던 기업들의 부도로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안겨주고 있다. 이는 사업성과 성과를 보지 않고 아이템만 보고 기관투자가와 벤처캐피털이 주식을 대거 사들인 결과다. 정보만 제공됐다면 방지할 수 있는 사안이다. 결국 이같은 사태는 투자자들이 코스닥 시장을 외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종순 소장(기술신용보증기금 기술평가센터)=코스닥 등록기업들은 올해 경영상의 애로가 많다. 기업의 외형은 커진데다 금융경색으로 신용보증기금이나 기술신보 등에 보증을 의뢰하는 기업이 점차 늘고 있으며, 보증금액도 고액화하는 추세다. IMF체제 이후 기업들의 자금사정이 어려운 정도를 넘어 거의 고사 직전이다. 추가적인 금융지원이 없으면 많은 벤처기업이 파산할 것으로 보인다. 벤처기업도 IMF를 맞아 대기업처럼 차입경영·부실경영이 늘어가고 있다. 결국 투자적격 벤처기업이 줄어든다는 의미다.
금융기관에서 코스닥 등록기업에 대해 보증을 해주고 있지만 무조건 추가 보증을 할 수는 없는 형편이어서 해당 기업에 대한 정밀진단을 실시할 계획이다. 기업 또한 투자자를 위해 자산이나 기술 및 경영에 대한 공정한 평가모델을 근거로 업체를 평가해 다음달부터 IBRD 차관중 일부 자금을 기업들에 지원할 방침이다.
△정기옥 부장(교보증권 기업금융부)=벤처기업이 코스닥에 등록할 경우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자금조달 확대, 경영합리화 도모, 기업의 홍보효과, 대외 신용도 향상 및 공신력 제고, 대주주의 재산운용 수단, 각종 세제혜택 등을 들 수 있다. 코스닥 시장이 현재 안고 있는 현안은 주식시장의 침체, 등록 위축, 거래소 시장과의 차별화 실패, 유통물량과 유동성 부족, 수요기반 취약, 투자자 보호 및 외국인 투자가를 위한 체계적인 정보제공 부족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외국인 투자가를 위한 영문 투자정보가 미흡해 외국인 투자유치가 미흡하다. 게다가 벤처캐피털의 경우 투자환수를 위해 코스닥 등록과 동시에 주식을 조기에 처분함으로써 주가하락을 초래해 수요기반 붕괴를 유발하고 있고, 벤처기업주의 경우 대부분 코스닥 등록이후 창업정신 및 벤처기업가 정신이 퇴락하는 것도 문제다.
따라서 벤처기업의 코스닥 등록 활성화 방안으로는 우선 창의적인 사고와 기업가 정신이 높은 창업가를 많이 길러내는 사회·문화적 풍토 조성이 급하다.
△김선대 이사(한국신용평가)=코스닥에 진입한 기업에 대한 평가자료도 나와야 할 것이다. 물론 이 같은 평가자료는 투자자들을 위한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평가자료의 확보가 어렵다는 것이다. 일반 투자자들은 물론 현재 정부가 지원키로 한 1조2천억원 규모의 지원자금에 대한 원활한 공급을 위해서도 공정한 평가자료는 필요하다.
△박동원 부장(한국기술투자)=지금까지 논의된 원론적인 활성화 방안도 중요하지만 보다 구체적인 활성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할 것이다. 코스닥 시장이 활성화하려면 「코스닥증권」이 거래소에 종속된 시장이 아니라 독립된 개별기업으로서 경영전략을 마련하고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우선 구체적인 활성화 방안은 현재 거래소 시장에서 시도하고 있는 인터넷을 통한 주식거래 방법을 도입하는 것을 들 수 있다. 전산투자 비용이 다소 소요되지만 일반투자자들의 정보접근이 용이할 뿐만 아니라 거래를 편리하게 함으로써 거래소 시장과 차별화를 꾀할 수 있을 것이다.
또 3백여개의 등록기업 중 우량기업을 선별해 일부 우량그룹으로 분류해 거래를 함으로써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 물론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외부 평가기관으로 하여금 공정한 기업평가가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장범식 교수(숭실대 경영학부)=우선 나스닥과 코스닥의 관계를 보면 나스닥은 하나의 완벽한 시장이다. 우리는 거래법상 상장을 코스닥 등록이라고 규정하는데 이것이 코스닥 발전을 가로막는 최대 걸림돌이다. 시장기능을 살리는 3가지 조건은 경쟁성·투명성·공정성이다. 나스닥은 경쟁성을 완벽히 갖추고 있어 전체 기업의 85% 이상이 등록돼 활동하고 있다. 하이테크 회사들이 나스닥에 있으면 뉴욕증권거래소로 가야 할 이유가 없다.
코스닥이 우량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에 자금조달 시장으로 기능을 회복하기 위한 과제로는 무엇보다 등록기업들이 이 시장을 차별화된 시장으로 간주하는 것이 아니라 증권거래소 상장의 예비장소로 잠시 거쳐가는 시장으로 생각하고 있는 이미지를 과감히 탈피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투자자들의 코스닥 시장에 대한 인식 위험을 감내할 수 있게끔 바꿔야 한다. 벤처캐피털들이 이윤이 낮아질 수도 있고 지분 자체 가치가 낮아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윤교원 국장(중소기업청 벤처기업국)=코스닥 시장은 IMF 사태로 주식의 유동성 및 환금성이 크게 저하되고 특히 창업투자회사 보유주식에 대한 거래부진 및 투자자금의 회수 부진으로 벤처자금 조달에 애로를 겪고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 97년 11월부터 등록요건 완화는 물론 시장 공시기능 강화, 거래방식 개선 등 각종 제도개선을 추진했다. 이와 함께 코스닥증권의 자본금을 2백10억원으로 증자해 시설 및 전문인력을 확충하고, 독립적 운영기반을 마련했다.
또한 상장시장과 경쟁적인 시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관련법 개정을 추진중이다.
〈구근우·이중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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