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멀티미디어시대에 사는 지혜

 2000년대에 세번째 천년왕국에 들어서면 우리를 둘러싼 주변의 모습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집안이나 방안에 누가 있는가에 따라 신원확인 센서가 작동해 그 사람에게 가장 편안하고 안락한 상태로 환경을 바꿔준다.

 만약 가족이 동시에 나타나면 집 전체를 제어하는 중앙컴퓨터는 개개인의 성향에 맞는 프로그램을 수행하게 된다. 그리고 동시에 당신의 PC·TV·홀로그래피 영상투사기를 작동시켜 신속하게 최적의 상태를 만들어줄 것이고 당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선택하면 거실로 가든, 서재로 이동을 하든 음악은 당신을 계속 따라다니며 쾌적한 환경을 유지시킬 것이다.

 너무 지나친 상상일까. 결코 그렇지만은 않을 것이다. 프랑스의 라스코 동굴 및 스페인의 알타미라 동굴에서 발견된 선사시대의 벽화에서부터 기원전 3천5백년 전의 파피루스에 새겨진 이집트의 상형문자, 그후 알파벳문자의 발생으로 시작된 역사시대의 장구한 시대가 때로는 구전으로, 때로는 필사본으로 남긴 역사의 발자취를 우리는 보고 듣고 느끼면서 공부해 왔던 세대다.

 그러나 당신의 바로 옆에 있는 기기나 주변을 둘러보면 지금 우리의 발전된 생활상은 참으로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던 상황이 현실로 나타나 우리 앞에 다가서 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 이제는 수십개, 수백개의 TV방송 채널이 우리에게 다가서고 있고, 전화나 컴퓨터 혹은 위성을 통한 원격교육으로 인해 서울과 지리산의 작은 학교까지도 동일한 수준의 내용으로 수업이 가능한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책장을 가득 채웠던 백과사전 50여권이 단 한 장의 CD롬에 수록되고, 동구 밖에서 우편배달부가 전해줄 편지를 기다리던 예전의 우리들의 모습은 적어도 젊은 세대부터는 사라져 인터넷을 통해 전달되는 전자우편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모든 일은 디지털로 대변되는 기술의 발전이 우리에게 주는 혜택일 것이다. 현재 우리는 18개월마다 두 배 이상 늘어나는 지식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과거의 수많은 역사적인 지식의 양보다도 지난 수년간 혹은 앞으로 다가올 수년간의 지식의 양이 더 많아질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현대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인해 삶의 질뿐만 아니라 사고와 행동 및 습관마저도 바꿔놓는, 과거의 어느 때보다도 더욱 깊고 광범위한 변화가 일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결코 멈추거나 후퇴하지 않고 오로지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자칫 혼돈스럽게 보이는 변화 속에서 우리는 어디에 와 있는지, 앞으로 어디를 향해 가게 될지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된다. 이러한 디지털로 대변되는 과학과 물질문명의 발달이 우리의 삶에 안락과 평안, 풍요를 가져다줄지 아니면 위기와 두려움을 몰고 올지에 대한 판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미래를 예측하고 예언이 아닌 실제적인 변화의 추이와 과학적인 근거를 가진 예측을 찾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다.

 상상을 현실로 이루기 위한 기술개발은 인간을 위주로 한 방향으로 계속될 것이고, 21세기 디지털시대의 변화 역시 우리 생활의 일부로서의 역할과 안락하고 풍요로운 생활의 추구임에 틀림이 없다.

 이 또한 우리 산업인의 몫인 것이다. 시대의 변화에 한 발짝 빠른 열린 마음과 적극적인 태도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발빠른 지혜이며 이에 따라 저 너머에 보이는 우리의 미래는 예전보다 더 밝게 보일지 모른다.

〈LG전자 멀티미디어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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