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 통신산업의 구조조정

 정보통신부가 국내 정보통신산업의 구조조정에 대한 용역을 컨설팅 회사인 「부즈알렌&해밀턴」에 의뢰해 작성했다고 한다. 이 보고서는 해적판이 나돌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으며 정보통신 관련업체들은 구조조정에 대해 초미의 관심을 갖고 주시하고 있다.

 이동통신 부문은 과잉경쟁으로 인해 공멸의 위기감이 조성되고 있으며 적정한 수준으로 사업자 수를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와 더불어 각종 언론매체를 통해 통신서비스 사업자간의 다양한 짝짓기 시나리오가 보도되고 있어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그런데 통신산업 구조조정에 관한 여러 논의들이 너무 인위적이고 서두르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국내 통신산업 구조조정에 관한 논의는 단기적으로 현상적인 문제점을 당장 치유하려는 시각에서 접근하기보다는 구조조정이 촉발되는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고 장기적인 비전 아래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구조조정은 누가 하는 것인가.

 정보사회로의 진전을 논의하는 지금 정보화의 동인으로서 기술발전이 경제사회 전반에 주는 파급력은 적절한 표현방법이 부족할 정도다. 컴퓨터업계에 있었던 기업부침의 역사는 기술발전에 따라 산업의 구조조정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던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컴퓨터산업의 구조조정은 결코 인위적인 것이 아니라 기술의 발전과 그에 적응하는 기업들의 노력의 결과인 것이다. 산업 구조조정에 대한 논의에서 기술발전의 속도와 폭, 예상 파급효과에 대한 논의가 선행돼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리고 그러한 기술발전을 이루는 것은 정부의 인위적인 정책도 아니고 빅딜을 둘러싼 재계의 의지도 아니다.

 통신산업 구조조정도 핵심적 요인인 기술변화란 태풍권을 벗어나지 않는다. 더욱이 정보화의 진전에 따라 기술발전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다. 통신산업에서 정보의 디지털화, 무선이동통신의 발전, 통신망의 광대역화 및 인터넷의 발전 등 산업전체의 뿌리를 뒤흔들 만한 거대한 기술발전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음성·데이터·영상 등 모든 정보를 디지털화해 통합된 망에 의해 공급할 수 있게 함에 따라 관련된 제조·유통·공급 등의 모든 분야에서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무선이동통신의 발전은 통신의 개인화(Personal Communication)를 주도하고 유선전화(Station To Station)를 대체할 만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인터넷 기술발전 또한 기존 통신산업 구조를 바꿀 만한 잠재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인터넷 기술을 이용한 전화서비스의 제공은 그 변화의 시작으로 이미 많은 서비스업체를 탄생시키고 있다. 또한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통신과 방송의 융합현상을 촉진시키고 있어 통신사업을 하고 있는 방송국, 방송사업을 하는 통신기업의 등장을 예상케 한다.

 통신산업 내에서 이러한 기술변화를 수용, 잘 대처해 나가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그리고 이러한 변화를 선도할 기업들간의 차이는 단순한 시장점유율의 차이가 아니라 기업의 사활을 결정하기에 충분하다. 기술발전 추세를 거스르는 그 어떤 구조조정도 합리화가 어려운 실정이다.

 결국 통신산업의 구조는 어느 때보다도 기술변화의 속도와 폭에 대한 기업의 대응 여부에 따라 개편되리라 생각한다.

 그러므로 정부는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논의하기보다는 기술발전이라는 큰 물결에 기업들이 잘 적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데 노력해야 할 것이다. 공정한 경쟁의 룰(Rule)은 제공하되 인내를 가지고 기업간의 자연스러운 구조조정을 지켜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통신산업의 기술 패러다임 변화추세를 거스르지 않을 규제완화 등의 조치가 필요하고 사업자간의 공정한 경쟁을 위한 환경의 조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통신산업은 21세기 정보사회에서 중요한 하부구조를 형성하는 부문인 만큼 특별한 중요성을 갖고 있다.

 통신산업의 구조조정도 그만큼 신중하게 다루어야 할 것이다. 정부가 주도한다거나 여론에 떠밀려 인위적으로 구조조정이 이루어진다면 구조조정에 필요한 비용을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문제의 해결이 아닌 새로운 문제의 시작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이보다는 기술의 발전에 바탕을 둔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는 거대한 물결에 기업이 대처하는 과정에서 시장의 논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구조조정이 더 바람직할 것이다. 즉 구조조정은 기술발전의 변화에 기업들이 적응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결과적인 현상이 돼야 한다.

 그러므로 정부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기업들이 변화의 물결에 신속하고 적절히 적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데 노력해야 할 것이고 기업은 변화에 적극적으로 적응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기술발전으로 촉발된 시장기능에 의한 구조조정은 다소 혼란스러워 보일 수는 있지만 가장 효율적인 구조조정의 수단임에 틀림이 없다.

〈하나로통신(주)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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