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창간16주년] 포스트 IMF과제-반도체

 반도체를 포함한 부품산업은 우리나라 산업의 근간인 전자·정보통신산업의 하부구조다. 안정된 부품산업이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건전한 세트산업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건 상식이다. 때문에 전자·정보통신산업이 흔들리면 곧바로 전자산업의 풀뿌리라고 할 수 있는 부품산업은 고사위기를 맞게 된다. IMF 이후 국내 전자·정보통신 분야의 세트업체들이 추진중인 구조조정 작업은 궁극적으로 부품업체에 더욱 혹독한 구조조정을 강요하고 있다. 반도체 소자산업의 경우 2위와 3위 업체의 합병이 추진되고 있고 이는 연쇄적으로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산업의 구조개편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견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반 부품업체가 겪어야 하는 시련은 더욱 혹심하다. 특정업체에 종속된 사업구조를 가진 중소 부품업체들의 경우 몸집 줄이기 작업은 기본이고 동시에 다각적인 치열한 생존전략 마련에 머리를 싸매고 있다.

 지난 85년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리면서 최고의 수출산업으로 치켜세워졌던 국내 메모리 반도체산업은 IMF 이후 과잉투자와 과당경쟁의 주범으로 몰리면서 격변의 회오리 속으로 내몰리고 있는 분야다.

 일단 이달 초 전경련이 발표한 5대 그룹·7개 업종 구조조정 계획에서 반도체 분야의 처리방법이 초미의 관심사였던 것도 반도체산업이 가지고 있는 국내 산업에서의 위치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 반도체업계는 일단 자의건 타의건간에 LG반도체와 현대전자의 반도체 부문을 단일화한다는 원칙에 합의한 상태다. 하지만 반도체업계의 포스트 IMF 전략은 이미 인력 줄이기와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을 떼어내는 작업을 진행하면서 상당히 많은 부분이 진척됐다.

 대표적으로 현대전자의 경우 비메모리 분야의 미국 현지 자회사인 심비오스로직을 LSI로직에 매각한 데 이어 반도체 패키지 부문을 칩팩이라는 회사로 독립시키는 군살빼기를 적극 추진해 왔다.

 삼성전자도 업무형태가 중복되는 일부 연구개발 분야와 마케팅 분야를 통폐합하고 인력을 대폭 줄이는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반도체 소자산업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반도체 장비 및 재료업체들도 지난해 불어닥친 IMF 태풍의 영향권에 접어들면서 이에 따른 사업환경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새로운 돌파구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삼성전자·현대전자·LG반도체 등 국내 반도체3사와 신규로 일관가공(FAB)라인 사업에 뛰어든 아남반도체 등 대부분의 반도체업체들이 올해 설비투자를 당초 목표의 절반 이하 수준으로 크게 줄이고 해외투자 프로젝트도 중단하거나 보류키로 하는 등 초긴축 경영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 장비업체들은 신규 설비투자 연기와 수출경쟁력 강화 그리고 사업다각화 등 국내 장비시장 축소에 대응한 새로운 활로찾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우선 장비업체들은 올해 착수할 예정이던 공장증설을 무기한 연기하거나 반도체 관련 매출목표를 대폭 축소하고 관련 부서를 통폐합하는 등 회사내 구조조정 차원의 각종 불황 타개책들을 선보이고 있다.

 또한 미국·대만 등 해외시장을 겨냥해 국내 소자업체와의 해외 동반진출을 모색함과 동시에 현지법인 설립 및 현지생산을 적극 추진하는 등 국산장비의 수출경쟁력 강화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장비 및 재료업체들은 이번 기회를 통해 국산 제품의 자체 경쟁력을 충실히 키워나갈 경우 환율차이 등으로 인한 반사이익도 기대해 볼 만하다는 자신감 아래 IMF로 인한 최근의 공백기간을 장비수출과 향후 반도체 설비 투자의 재개에 대비한 첨단 고부가가치 장비 및 재료 개발에 적극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한국전자·광전자 두 업체가 주력사업으로 육성해온 트랜지스터나 다이오드 등 개별소자 분야는 상대적으로 전망이 밝다.

 우선 미국이나 일본의 개별 소자업체들이 이들 분야의 채산성이 악화되면서 사업을 점차 축소 정리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업체의 이러한 움직임이 가속될 경우 국내 업체들의 세계 시장점유율은 향후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대만·중국 등 신규 업체의 참여가 두드러지고 있는데다 개별소자의 주력시장인 영상기기와 가전시장이 디지털화함에 따라 시장성장률이 둔화되면서 가격경쟁력 확보와 수익성 확보가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또 일본 업체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표면실장형(SMD) 부품사업 비중을 높이려는 노력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화합물 반도체는 IMF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분야 중 하나. 현대·한화·한일·금호 등 대기업들이 IMF 이후 잇따라 사업을 포기하거나 유보했으며 삼성·LG 등도 사업전략을 전면 수정, 시장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사업에 역량을 모으고 있다.

 이러한 시장상황에서 삼성과 LG가 주력하고 있는 것은 청색 발광다이오드(LED) 및 고휘도 LED와 광통신 및 기록용 레이저다이오드(LD) 분야. 이들 업체가 막대한 투자를 해왔던 청색 LED는 극소수 업체만이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상태여서 양산기술을 이미 확보한 국내 업체들의 선전이 예상되는 분야다. 또 DVD롬·DVD램 등 국내 정보가전 제품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광기록용 LD도 이들 업체가 이미 양산수준의 기술력을 보유, 시장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광통신용 LD는 선진업체와 기술격차가 상당한데다 극도의 신뢰성이 요구돼 고전이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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