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 7월21일 스티브 발머 당시 영업 및 지원 담당 수석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 임명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그동안 사내 2인자로 인식돼온 그의 사장 승진 자체는 놀라운 일이 아니었으나 다만 그의 입지를 공식화해 그에 걸맞은 책임과 권한을 부여하기 위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사장으로 임명된 시점이 MS가 법무부로부터 반독점 소송과 경쟁업체들로부터의 비난에 시달리고 있는 「위기의 시기」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앞으로 그의 역할과 행보에 쏠리는 관심은 클 수밖에 없다.
특히 MS가 지난 92년 마이클 홀맨 사장 퇴사 이후 공석으로 있던 사장을 6년 만에 임명했다는 것과 그것도 MS로서는 이례적이라 할 수 있는 외부영입 인사가 아닌 내부인사로 사장을 임명했다는 점도 발머 사장에 대한 세인의 관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발머 사장은 『해야 할 일이 많은 시기에 사장직을 맡게 돼 가슴이 뛴다』며 『게이츠 회장이 제품개발에 좀더 많은 시간을 집중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취임소감을 밝혔다.
컴퓨터업계 최대 관심사라고 할 수 있는 정부측의 반독점 소송에 대해선 『제품선택권을 소비자가 아닌 정부가 가지려 하는 의도』라고 비난하며 이는 결국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발머 사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취임후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사업은.
▲나는 MS의 제품 전반에 대해 책임을 지고 있기 때문에 어떤 한 분야에만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우선 순위를 매긴다면 고객을 가장 중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의 첫째 목표는 고객만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것이다.
-빌 게이츠 회장과의 역할분담은 어떻게 되는가.
▲내가 사장으로 승진한 것은 MS의 지도력 확장을 의미한다. 게이츠 회장은 앞으로 보다 많은 시간을 개발팀과 함께 하면서 제품전략을 추진하는 데 투자하게 될 것이다.
회사의 기술적 전략에 대한 지침을 마련하고 미래기술과 세계시장 추세에 부응하는 최고 수준의 회사 목표를 설정하는 일은 그가 할 일이다. 대신 나는 직원들의 업무수행력을 높여 회사의 기존 및 신규 사업의 성과를 극대화하는 일에 중점을 두면서 고객들과의 관계를 원활히 유지하는 일에 힘을 기울일 것이다.
-MS가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업체로 발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헌신적이면서도 우수한 능력을 가진 인재들이 MS에서 일하고 있다. 최고의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 성공의 열쇠다. 우리는 지난 20년간 최고 수준의 소프트웨어를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왔다.
-「윈도98」 이후 새로운 운용체계(OS) 개발계획은.
▲윈도 OS의 우수한 새 버전 개발을 위한 노력은 끊임없이 계속될 것이다.
윈도가 다양한 지능형 기기에서 사용될 수 있도록 확장성을 확대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며 따라서 앞으로 윈도NT에서 윈도CE에 이르는 윈도 제품군의 영역이 보다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법무부와 20개 주당국이 MS를 반독점법 위반혐의로 제소했다. 이번 소송의 주요 쟁점은 무엇이며 결과는 어떻게 예상하는가.
▲우리는 정부의 이번 제소가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라고 확신한다. 소프트웨어산업은 정부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웠기 때문에 발전할 수 있었다. 더 나은 제품과 보다 나은 혁신, 보다 저렴한 가격 등의 실현은 정부의 간섭이 없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나 이번 소송은 소프트웨어 제품에 어떤 새로운 특성을 실현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권을 본래의 주체인 소비자에서 정부 규제당국으로 이전시키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이는 결국 기술혁신을 가로막고 가격상승을 초래해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줄 뿐이다. 이번 재판의 결과를 통해 소비자들이 진정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부측이 이해하길 바라고 있다.
-일부 분석가들은 이번 반독점 소송을 거치면서 MS가 2∼3개의 회사로 분할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는데.
▲정부측에서도 MS의 분할을 거론한 적은 없다. MS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이 제품에 기반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로 각각의 사업부문이 상호 긴밀히 연계돼 있다.
그리고 그에 따른 사업부문 사이의 시너지 효과는 우리가 고객들에게 보다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힘이 되고 있다. 따라서 나는 MS가 몇개의 독립된 회사로 분할돼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있으며 정부 당국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알고 있다.
-향후 4∼5년 동안 컴퓨터산업에서 어떤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며 이와 관련해 MS가 가까운 장래에 발표할 신기술이 있다면.
▲세계 컴퓨터산업은 전반적으로 앞으로도 상당한 발전을 지속해나갈 것으로 본다. PC 출하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신흥시장(이머징 마켓)이 많아 성장의 기회와 잠재력은 충분하다고 본다. 우리는 이번 회계연도에만 30억달러의 연구·개발(R&D)비를 투자하는 등 장래 컴퓨터에 필요한 우수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MS의 첨단기술에 대한 이같은 개발노력 등에 힘입어 차세대 컴퓨터는 음성인식 기능과 보다 우수한 품질의 오디오 및 비주얼 성능 등을 갖춘 제품이 될 것이다.
-최근 한국의 한글과컴퓨터사와 투자협상을 진행하다 무산된 데 대한 입장은.
▲한글과컴퓨터가 우리와의 협상을 중단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우리는 한글과컴퓨터와 불법복제에 공동 대처하면서 한국 소프트웨어산업을 성장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길 희망한다.
-한국의 정보기술(IT) 시장에 대한 평가와 앞으로 한국시장에서의 사업계획은.
▲한국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시장 가운데 하나라고 분명히 말할 수 있다. 한국은 헌신적이고 숙련된 인력이 있어 IT산업에서 엄청난 성장과 발전을 달성할 수 있었다.
우리는 한국을 전략적 시장의 하나로 보고 있으며 한국의 협력업체 및 고객들과 협력하면서 더불어 발전하려 애쓰고 있다. 우리는 앞으로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 한국시장에서 최고 수준의 현지화된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해나갈 것이다.
〈오세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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