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창간16주년] 김대중 대통령 특별 인터뷰

 -대통령께서는 취임 이후 지금까지 『정보대국의 토대를 굳건히 하겠다』 『21세기 국가경영은 정보화의 성공 여부에 달려 있다』는 요지로 정보화의 중요성을 강조하셨습니다. 대통령께서는 우리나라를 정보대국으로 도약시키기 위해 어떤 비전과 정책방안을 구상하고 계신지 말씀해 주십시오.

 ▲현대는 무형의 지식과 정보가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되는 지식정보사회입니다. 지식정보사회에서 국가경쟁력을 키우고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정보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이 필수적이며, 특히 이러한 시대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국민의 지식·정보 활용능력을 높이는 것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정부는 학교나 사회교육기관 등을 통해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정보화교육을 강화하고, 값싸고 편리한 정보기기와 다양한 「콘텐츠」의 개발을 촉진시켜 1인 1PC 보급을 유도해 나갈 생각입니다. 정부는 21세기 최대 성장산업인 정보통신산업의 육성·발전에 정책의 역점을 두고 지원해 나감으로써 우리의 정보화 수준을 현재 세계 22위에서 5년 이내에 10위권으로 진입시킬 계획입니다.

 -대통령께서도 잘 아시다시피 정보사회는 새로운 기술체계와 사상·문화체계를 동반하기 때문에 기존 가치관이나 행동양식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따라서 정보사회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정보화에 장애가 되는 각종 법과 제도의 정비가 추진돼야 할 것으로 봅니다. 이런 취지에서 정보화제도개선위원회 같은 조직을 대통령 직속으로 두자는 의견도 적지 않은 것 같은데 대통령께서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정보화는 사회구조와 국민 생활양식에 근본적인 변화를 초래하게 되므로 산업사회에 기반을 둔 각종 법과 제도를 정보사회에 맞게 보완·정비해 나가야 합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현재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정보화추진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법·제도의 대대적인 정비작업을 착실히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미 지난 6월 말까지 「행정절차법」 「정보공개법」 등을 제정하고 각종 원격 서비스의 활성화를 위해 「교육법」 「원격영상재판에 관한 특례법」 등을 개정하는 등 55개 법령을 정비했습니다. 또한 올해 하반기에는 전자거래의 활성화를 위해 「전자거래기본법」과 「전자서명법」을 제정하고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의료법」 「평생학습법」 등을 개정하는 등 35개 법령을 정비해 나갈 계획으로 있습니다. 앞으로도 정부는 정보화추진위원회를 중심으로 정보화 여건 조성을 위한 법·제도의 정비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방침입니다.

 -대통령께서는 「작지만 강력한 정부」를 표방하셨는데 이를 위한 해법의 하나로 우리는 전자정부의 구현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은 물론 말레이시아 같은 나라에서도 이를 실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통령께서는 지난해 정치권의 반대로 중단된 전자주민카드사업 등 일련의 전자정부 구현을 위한 작업을 재추진할 의향은 없으신지요.

 ▲작지만 강력하고 효율적인 전자정부를 조기에 구축하기 위해 정부는 우선 행정기관을 정부 고속망으로 연결한 데 이어 전자결재와 전자문서 유통 등 행정업무의 전자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행정정보화는 행정업무의 효율성을 높여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행정기관의 투명성을 제고해 부정부패의 가능성도 크게 줄이는 효과를 가져오게 될 것으로 봅니다. 또한 국민이 행정기관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 온라인을 통해 민원서류를 제출하거나 각종 의견을 보낼 수 있어 국민의 편의를 높이고 참여행정을 구현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전자주민카드사업은 주민등록·의료보험·운전면허 등 관련정보를 함께 수록해 다기능 카드로 사용하려던 당초의 계획이 수정됨에 따라 사업추진의 경제성 여부를 관계기관에서 재검토하고 있습니다. 검토결과에 따라 사업추진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봅니다.

 -올 초 미국 클린턴 행정부가 인터넷 기반 전자상거래에 대해 비관세를 추진할 방침이라고 한 것은 우리에게 적지않은 충격을 주었습니다. 이처럼 전자상거래는 국제무역의 중요한 흐름으로 자리잡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입법화의 문제부터 전자서명 제도의 도입과 과세문제 등 절차나 과정상에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습니다. 정부 차원에서 전자상거래 시대에 대비해 어떤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인터넷 전자상거래는 각국 정부와 기업·소비자 등 모든 경제주체의 관심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최근 미국은 물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기구(APEC)·세계무역기구(WTO) 등에서 인터넷 전자상거래의 촉진을 위한 논의가 진행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도 이러한 추세에 대비하기 위해 정보통신부와 산업자원부를 중심으로 유관부처가 참여하는 「전자상거래 정책협의회」를 구성, 운영중에 있습니다. 또한 전자상거래가 활성화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파급효과가 큰 공공부문의 시범사업을 확대함으로써 초기 수요를 창출해 민간부문으로의 확산을 유도하고 「전자상거래기본법」 과 「전자서명법」을 제정하는 등 관련 법·제도를 단계적으로 정비해 나갈 계획입니다.

 -정부는 「제2의 빌 게이츠」를 꿈꾸는 예비 창업자나 소기업을 위해 자금지원 등 다양한 벤처기업 육성책을 펴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지원책이 다수 벤처기업의 창업과정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벤처기업으로서는 자생력 배양보다는 지원자금에 더 의존하는 경향을 보인 것이 사실입니다. 벤처기업도 철저한 시장경쟁원리에 의해 어느 정도 자생력을 갖춘 기업을 집중 육성해야 한다고 보는데 대통령의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벤처기업은 기본적으로 자율과 경쟁을 바탕으로 하는 시장원리에 따라 육성·발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중소 벤처기업들도 스스로 신기술 개발과 경영효율 증대에 노력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춰 나가야 할 것입니다. 벤처기업 육성에 있어서 정부의 역할은 유능하고 가능성 있는 사람들이 벤처기업을 더욱 쉽게 창업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주고 벤처기업이 스스로 경쟁을 통해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정부는 앞으로 직접적인 자금지원보다는 세제지원·규제완화·창업지도 등 간접적인 지원을 확대·강화해 나갈 방침입니다.

 -대통령께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정예 과학기술자 배출에 국가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셨습니다. 대통령께서 강조하신 것처럼 세계 최고 수준의 과학인재를 배출하기 위해 어떤 정책적 방안을 마련하고 계신지요.

 ▲미래의 지식기반 사회에서는 과학적 사고와 창의력에 바탕을 둔 기술혁신이 국가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것이며 우수하고 창의적인 인재의 양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해질 것입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창의력 있는 과학기술 인재양성을 위해 이공계 대학의 연구시설을 확충하고 원천기술 능력을 배양하기 위해 우수 연구집단을 발굴, 이를 집중 지원해 나갈 계획입니다. 또 과학기술교육을 선도해 나갈 교육연구기관을 전략적으로 육성해 나갈 계획입니다. 한국과학기술원과 광주과학기술원을 첨단분야의 연구개발과 인력양성을 위한 세계 수준의 연구 중심 대학원으로 육성하고, 고등과학원에 세계적인 석학을 유치해 우리의 젊은 과학자들이 선진 과학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방침입니다.

 이와 함께 과학분야에 소질이 있는 청소년을 과학기술 인재로 키워나가기 위해 「과학영재센터」를 확대 운영하고,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과학경시대회 등도 활성화할 계획입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전자산업의 생산규모는 미국·일본·독일에 이어 세계 4위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내용적으로 보면 중국과 대만 등 경쟁국의 성장속도가 우리를 크게 앞지르고 있는데다 고부가가치 업종인 정보통신분야에서는 싱가포르 등에 밀리는 형국입니다. 코드분할다중접속(CDMA)기술과 같은 세계적 통신기술의 육성 등에 대한 대처방안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보는데 정부의 입장을 듣고 싶습니다.

 ▲디지털화·멀티미디어화 등으로 대변되는 정보통신분야의 기술변화는 하루가 다르게 다양해지고 그 범위도 넓어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기술개발과 육성을 위한 국가 차원의 대책은 여러 분야에 걸쳐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해 집행하기보다는 그 나라의 현실에 맞고 발전 가능성이 큰 분야를 선별해 중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그러한 입장에서 정부는 정보통신기술의 개발과 육성에 있어 CDMA 핵심부품이나 차세대 이동통신 등 해외시장 진출 가능성이 높고 정보통신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는 분야를 선택해 집중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IMF 관리체제의 조기 극복과 정보사회 건설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는 전자·정보통신인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부탁드립니다.

 ▲현재 우리는 IMF 관리체제 하의 어려운 경제현실에 직면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국가적 위기는 한편으로 그동안 우리가 소홀히 했던 사회 전반에 걸친 비효율성을 제거하고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당면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21세기 지식정보사회에서 우리나라가 정보 선진국으로 당당히 자리매김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은 정보통신인들의 두 어깨에 달려 있습니다. 첨단산업 분야에 종사하시는 정보통신인 여러분들이 나라의 미래를 내가 개척한다는 자세와 각오를 가지고 지식기반 건설에 적극 앞장서 주시기를 바랍니다. 정부는 여러분의 창의적인 사고와 진취적인 기상이 우리나라 발전을 위해 크게 쓰이도록 지원과 배려를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브랜드 뉴스룸